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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김과장도 집 샀어?

    입력 : 2018.05.04 03:10

    30대가 집 많이 샀다

    직장인 김모(31)씨는 올해 1월 서울 노원구 중계동 아파트 한 채를 6억1000만원에 샀다. 보증금 5억원짜리 전세를 낀 '갭투자'였다. 직장생활 7년간 모은 6000만원에 회사에서 5000만원을 빌렸다. 미혼인 김씨는 현재 부모와 함께 살고 있지만, 구입한 집에 실제 입주할 계획은 당분간은 없다. 그는 "집값이 계속 올라서 '정작 결혼 등으로 내 집이 필요해졌을 때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싸져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샀다"고 했다.

    김씨와 같은 30대가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 최대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전체 서울 아파트 구매자 가운데 30대 매수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선을 돌파, 40대를 밀어내고 연령대별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8·2 부동산 대책 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30대는 영등포·마포·성동 등 강북권에서 직장이 가깝거나 교통이 편리한 지역을 많이 선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수요자 내 집 마련이 늘었다'는 해석과 함께, 일각에선 '결과적으로 젊은 층이 다주택자 매물을 비싸게 사들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30대, 서울 아파트 적극 사들였다

    2010년대 들어 주택 시장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주택 매매 거래에서 '39세 이하 청년층' 비중(이하 매수인 기준)은 2012년 상반기 35.1%에서 매년 지속적 하락, 작년 상반기에는 26.7%까지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매수인 연령대별 비율 외
    서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0대 매수인 비중이 2016년 27.4%였고, 2017년 들어서도 7월 말까지 26.9%로 내림세였다. 그러다가 8·2 대책 이후 상황이 변했다. 30대 매수인 비중은 8월 28%를 넘어섰고, 12월(31.4%)에는 2015년 이래 처음으로 월(月) 단위 30%를 돌파하면서, 40대를 제쳤다.

    30대는 '강남만큼 비싸지 않으면서 출근 여건이 좋은 지역'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주로 광화문·강남·여의도 등 '서울 3대 업무 지역' 근처였다. 올해 1·2월 거래 기준, 30대 매수인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은 여의도를 포함하는 영등포구였다. 매수인 중 38%가 30대였고, 40대 비중은 25%에 그쳤다. 마포구와 서대문구 역시 30대 비중이 똑같이 36%였다.

    마곡지구 개발로 기업이 몰려드는 강서구도 30대 매수인이 많았다.

    반면 집값이 최상위권인 강남·서초에서는 여전히 40대가 30대를 압도했다. 40대 매수인 비중이 강남구는 38%, 서초구는 36%였다. 송파·강동구는 30대와 40대 비율이 30% 안팎으로 비슷했다. 비(非)강남권에서도 교육 여건이 좋은 양천구·노원구는 40대 우세였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통계를 보면, 30대가 단순히 싸다거나 '갭'이 적다는 등의 이유로 무조건 사들였다기보다는 실제 거주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8·2 대책이 젊은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내리면 '청년 하우스 푸어' 우려"

    60대 매수인 비중도 늘었다. 2015년 1·2월 9.1%에서 올해는 11.1%까지 올랐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경제 성장기에 '부동산 불패'를 경험한 세대가 노후 대비용 주택을 구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40·50대 비중은 이 기간 줄었다.

    그렇다면 유독 30대 실수요자가 집 구매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뭘까. 안명숙 우리은행 부장은 "30대는 2008년 미국발(發) 금융 위기 당시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값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40~50대보다 적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8·2 대책으로 서울 중소형 아파트 청약 제도가 젊은 층에 불리하게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시장에 나온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0대가 집중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올해 초는 서울 아파트 값이 매월 약 1%씩 오른 급등기였다. 게다가 30대 이하는 부족한 자기 자본을 대출금 또는 전세금 등으로 메운 경우가 많았다.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7.7%였지만, 30대 이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연평균 21.6%로 평균의 세 배였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30대가 집을 산 시기는 최근 수년간 집값 상승기의 정점(頂點)"이라며 "정부의 고강도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고 판단해 다주택자가 비싼 값에 내놓은 매물을 무리하게 받아준 측면도 있는데, 만약 앞으로 집값이 내리거나 전세 시세가 하락하는 등의 충격이 오면 '청년층 하우스 푸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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