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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서 1년새 9억된 곳도… '대구의 강남' 수성구가 뜨겁다

    입력 : 2018.05.01 00:54

    전국 집값 떨어지는데 홀로 상승… 2016년 이래 아파트 공급 감소
    명문 경신고, 일반고 전환 결정… 양도세 중과 등 규제도 피해

    "작년 여름 5억9000만원에 팔렸던 아파트가 지금은 9억원을 불러요. 부동산 중개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지난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대표에게 주변 아파트 시세를 묻는 도중 손님 한 명이 들어왔다. "재건축 단지인 범어힐스테이트 조합원 입주권을 사고 싶다"는 손님에게 중개업자는 "물건이 없네요"라고 했다. 손님이 나가자 중개업자는 기자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며칠 전 피(웃돈) 1억5000만원을 주고 하나 구해놓은 게 있는데, 지금은 못 내놓죠. 최소 2억5000만원까지는 오를 것 같거든요"라고 했다. 중개업소 밖을 나서자, 길가 곳곳에서 학생들을 기다리는 노란색 학원버스 행렬이 보였다. 이곳은 학군이 좋아 '대구의 대치동'이라고 불리는 수성구 범어동이다.

    4월 25일 오후 학원 버스가 줄지어 늘어선 대구 수성구 범어SK뷰 아파트 단지. 학군 수요와 정부 규제 맹점 등이 맞물린 가운데 이 아파트 시세는 최근 1년 새 50% 가까이 올랐다.
    4월 25일 오후 학원 버스가 줄지어 늘어선 대구 수성구 범어SK뷰 아파트 단지. 학군 수요와 정부 규제 맹점 등이 맞물린 가운데 이 아파트 시세는 최근 1년 새 50% 가까이 올랐다. /장상진 기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 효과로 4월 들어 전국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유독 수성구 아파트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수목적고(高) 폐지, 공급 부족, 규제 맹점 등이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1년 새 50% 오른 아파트도

    전국 아파트값은 3월 중순부터 내림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 주간(週間) 변동률은 3월 19일 0.01% 오른 것을 마지막으로 하락 전환한 뒤, 매주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4월 23일 조사에서는 서울 집값을 견인해온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8개월 만에 처음으로 동반 하락했다.

    이에 비해 대구 수성구는 4월 첫째 주 0.18%에서 셋째 주엔 0.32%나 올랐다. 지난주 상승 폭(0.14%)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6개 광역시와 세종시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범어SK뷰 전용면적 84㎡는 작년 6월 실거래가가 5억9700만원이었지만, 최근에는 8억7000만원에 거래됐고, 현재 호가(呼價)는 9억원이다. 11개월 만에 50% 올랐다. 대우트럼프월드수성 전용 125㎡는 실거래가 기준 작년 7월 6억5000만원에서 지난달 8억4000만원이 됐다. 두산위브더제니스 204㎡는 작년 말 17억5000만원이던 것이 최근 2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청약 경쟁률도 높다. 지난 19일 청약한 범어센트레빌은 '3.3㎡당 1965만원'이라는 대구·경북 역대 최고 분양가에도 32가구 분양에 2474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 77대1, 최고 경쟁률은 120대1이었다. 청약 신청을 한 이준호(41)씨는 "주변 아파트가 평당 2600만원에 육박해 당첨만 되면 수억원을 번다"고 했다. 작년 분양한 '범어네거리 서한이다음'은 154가구 모집에 4만3129명이 몰리며 평균 280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었다.

    공급부족에 '경신고 효과', 규제 맹점이 원인

    수성구 아파트값 상승 원인으로는 공급 부족이 첫손에 꼽힌다. 전국 연간 아파트 입주량은 2016년 51만 가구에서 작년 56만 가구, 올해는 63만 가구로 급증하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대구 입주량은 3만1000→2만3000→1만7000가구로 줄어드는 추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서울과 달리 대구는 2015년부터 작년까지 부동산 시장이 침체했는데, 최근 들어 빠르게 회복하는 분위기"라며 "서울의 강남에 해당하는 수성구가 대구 부동산 활황을 견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업계에는 자립형 사립고였던 경신고가 작년 8월 일반고로 전환을 결정하는 등 '교육 여건 변화'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는 사람이 많았다. 2015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국 만점자 12명 가운데 4명이 이 학교 학생이었다. D공인중개 관계자는 "수성구에서도 경신고 통학권인 범어동 아파트값만 유독 많이 올랐다"며 "특히 작년 하반기 경신고 인근 중개업소엔 고소득 전문직 학부모들이 아파트 매매계약을 하려고 그야말로 돈다발을 싸들고 대기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부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도 지적된다.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이지만, '조정대상지역'은 아니다. 서울 등 전국 대부분 투기과열지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도 묶여 있는 것과는 다르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重課)와 강화된 1주택자 양도세 면제 규정(2년 보유→2년 거주)을 조정대상지역에만 적용했다.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전국 집값이 내림세인 상황에서 대구가 홀로 호황을 오래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구가 지난 전국적인 호황 국면에서 소외되는 기간 축적된 상승 에너지가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어, 상당 기간 상승세가 지속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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