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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는데… 결국 부담금 폭탄" 고개숙인 재건축

    입력 : 2018.04.19 03:09

    초과이익환수 위헌 소송 각하… "투자 수요 급격히 줄어들 것"

    서울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동 '주공 5단지'는 지난달 전용면적 76㎡이 17억6800만원에 팔렸다. 올 1월 같은 면적이 19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두 달 만에 1억3000만원이 내린 셈이다. 올해부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시행되고, 안전진단 강화 등 재건축 단지에 대한 정부 규제가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시세 조사업체 '부동산114'가 이달 13일 조사한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전주(前週) 대비 0.04% 올라 올해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 재건축 ‘대장주’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모습. 정부의 잇따른 재건축 규제로 올해 들어서만 매매가가 실거래 기준으로 1억원 이상 내렸다. 이 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3월 “재건축 초과 이익에 대한 부담금 부과는 위헌”이라며 소송을 냈지만, 헌재는 최근 각하 결정을 내렸다.
    서울 재건축 ‘대장주’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모습. 정부의 잇따른 재건축 규제로 올해 들어서만 매매가가 실거래 기준으로 1억원 이상 내렸다. 이 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3월 “재건축 초과 이익에 대한 부담금 부과는 위헌”이라며 소송을 냈지만, 헌재는 최근 각하 결정을 내렸다. /김연정 객원기자

    이런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최근 잠실주공 5단지 등 11개 재건축 조합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위헌"이라고 낸 소송에 대해 각하(却下) 결정을 내렸다. 법적으로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번 결정으로 서울 재건축 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별 단지에 실제 '재건축 부담금 고지서'가 부과되면 투자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를 향했던 수요가 최근 '로또 아파트' 열풍을 일으켰던 서울 신규 분양 시장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월 중 재건축 부담금 처음 부과될 듯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소송이 헌재에서 각하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8일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잠실주공 5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침 일찍부터 사무실로 찾아와 향후 재건축 부담금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조합원이 많았다"며 "헌재가 판단을 미룬 만큼 '좀 더 두고 보자'는 반응이 다수"라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최모(66)씨는 "해당 단지 주민에겐 시급한 문제인데 헌재가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헌재 소송을 담당했던 법무법인 인본의 김종규 대표 변호사는 "재심 청구를 검토하는 한편, 앞으로 부담금 부과 고지를 받은 재건축 조합을 중심으로 다시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헌재 결정으로 작년 말까지 관리처분을 신청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들은 재건축 부담금 부과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현대'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 중 처음으로 5월 중 재건축 부담금 액수를 통보받는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 3주구(住區),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2차'도 시공사 선정이 끝나면 부담금 예정액 산정에 들어간다.

    지난 1월 국토교통부는 서울 강남 4구 15개 단지에 대해 부담금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가구당 평균 4억3900만원, 최고 8억4000만원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개별 재건축조합 측은 정부가 산정한 부담금 액수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다. 반포주공 1단지 3주구에 사는 한 주민은 "처음엔 우리 단지가 8억원대 부담금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는데, 2억원 정도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청약 시장 쏠림, 장기적 집값 상승 요인

    전문가들은 작년 서울 집값 상승을 견인했던 재건축 시장이 당분간 침체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헌재 결정대로라면 각 재건축 단지는 우선 부담금을 부과받고 소송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며 "사업 속도를 늦추거나 중단하는 재건축 단지가 늘어날 것이고, 이런 흐름이 시세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추진 중인 '1대1 재건축' 방식을 검토하는 단지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합원 수만큼 중대형 주택 중심으로 재건축해서 일반분양에 따른 이익을 최소화해 부담금 부과를 피한다는 계산이다. 특히 고소득층이 많은 서울 강남권에선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많아 이런 방식의 사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과열 조짐이 보이는 서울 신규 분양 시장이 더 달아오를 수도 있다. 신규 택지 공급이 어려운 서울에서 재건축 사업이 줄어들면 수급 불균형으로 집값이 다시 들썩일 수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재건축 사업 중단이나 지연 등으로 앞으로 2~3년간 새 아파트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청약 시장만 달아오르는 '풍선효과'가 벌어질 수 있다"며 "공급 부족으로 매매가와 전세금이 다시 오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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