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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에 고통받기 싫다" 30~40대, 김포·양주까지 기웃

    입력 : 2018.04.16 06:55

    서울 을지로의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박모(38)씨는 동작구의 20평대 아파트에서 반(半)전세 아파트에 살다가 최근 ‘탈(脫) 서울’을 결심했다. 가족 4명으로 방 3개가 있는 30평대 아파트가 필요한데, 서울에선 외곽으로 나가도 30평대 아파트 전세가 4억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그는 수도권 외곽 신도시 중 집값이 가장 저렴한 경기도 양주신도시로 다음달 이사하기로 했다. 그가 이사할 ‘e편한세상 양주신도시 1차’는 30평대 아파트 전세금이 2억원 정도다. 박씨는 “쥐꼬리만한 월급 받아서 월세로 60만원 잘라주고 생활비 걱정하는 생활에 지쳤다”며 “양주로 이사하면 출퇴근은 좀 힘들어도 새 집이고 월세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서울을 떠나는 30~40대들에게 관심받고 있는 경기 양주신도시. /김리영 인턴기자

    ■서울 떠나는 30~40대…3년간 41만명 빠져나가

    서울 집값과 전세금 강세가 이어지면서 주거비 부담을 느낀 30~40대들의 ‘서울 엑소더스’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입한 인구는 총 34만2433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30~49세는 13만6602명으로 전체의 40%에 달한다. ▲2015년 14만5356명(41%) ▲2016년 14만8203명(40%) 등 3년간 총 41만명의 30~40대가 서울에서 경기도로 빠져나간 것이다.

    부동산정보회사 부동산114 에 따르면 올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당 2098만원, 평균 전세금은 3.3㎡당 1398만원이다. 반면 경기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당 1068만원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보다 낮다. 주거비가 30~40대가 탈서울 행렬에 동참하는 직접적인 이유인 셈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서울은 중소형 아파트 한채 값이 5억원 넘는 곳이 많아 30~40대가 부모 도움없이 자력으로 내집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며 “임금이 집값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젊은층의 탈 서울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도시철도 개통을 앞두고 젊은 직장인들의 수요가 늘어난 김포 한강신도시. /조선DB

    ■동탄·하남미사 등 교통 개선된 곳에 몰려

    서울을 떠나는 30~40대들은 1기 신도시보다는 2기 신도시, 그 중에서도 서울 연계 교통망이 편리한 곳을 찾는 경우가 많다. 분당, 평촌, 일산 등 1기 신도시는 이미 집값이 서울 수준과 비슷해진 결과다.

    경기도에서 30~40대 인구가 급증한 지역은 동탄신도시가 들어선 화성시, 한강신도시가 생긴 김포시 등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통계에 따르면 화성시 인구는 2015년 22만6716명에서 2017년 26만394명으로 3만3678명이 늘었다. 김포시는 12만2905명에서 13만6453명으로 1만3548명이 각각 증가했다. 양주시 30~40대 인구도 2016년 6만4533명에서 2017년에는 6만5316명으로 늘었다.

    이 지역들은 서울로 향하는 대중 교통망이 크게 개선됐거나 현재 추진 중이란 공통점이 있다. 화성 동탄신도시는 고속철도(SRT)가 2016년 말 개통한데 이어 서울 강남·북 도심으로 연결되는 광역급행철도(GTX)도 개통할 예정이다. 김포시는 올 연말 김포도시철도가 뚫려 서울 마곡지구까지 20분 대 이동이 가능해진다. 파주시 역시 경의·중앙선이 연결돼 서울 상암동까지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입주릉 앞두고 마무리 공사에 한창인 화성 동탄2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 /김리영 인턴기자

    ■너무 멀다던 김포·양주에 젊은 직장인 늘어

    젊은층의 탈서울 행렬이 이어지면서 7~8년 전 주택시장에서 외면받았던 김포와 양주도 주목받고 있다. 이 지역들은 서울에서 직선거리로 25~30㎞에 달해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수요자로부터 외면받았던 신도시다. 하지만 최근 이 지역 교통망 확충 계획이 속속 발표되면서 젊은층들이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강신도시의 경우 오는 11월 김포도시철도가 뚫린다. 김포도시철도는 한강신도시 끝자락 양촌부터 서울 김포공항까지 이어지는 2량짜리 경전철이다. 2014년 3월 착공 2018년 11월 개통한다. 총 10개역이 들어서며 김포공항역은 공항철도를 비롯해 5호선·9호선과 환승 가능하다.

    김포는 도시철도 개통이 다가오면서 신규 분양 시장도 활기를 띄고 있다. 지난해 GS건설이 김포 걸포동에 한강메트로자이 1·2차 3600여 가구를 쏟아냈지만, 수요자가 몰리면서 완판됐다. 분양대행사였던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도시철도 개통 효과로 젊은 수요자들이 몰린 영향이 컸다”며 “마곡과 여의도 젊은 직장인 수요가 많았다”고 말했다.

    양주신도시도 교통망 개선으로 젊은 직장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하철 7호선 연장선 옥정역(가칭)이 2024년(예정) 개통되면 양주시에서 7호선을 타고 강남구청역까지 50분 대로 이동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개통한 구리~포천고속도로를 이용해 자동차로 강남권역까지 약 40분대로 이동할 수 있다. 양주시에도 대림산업·대방건설 등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에 나서며 주택 공급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달에 분양할 ‘e편한세상 양주신도시4차’ 분양 담당자는 “7호선 개통, 경기북부 2차 테크노밸리 조성 계획이 발표되면서 수요자 관심이 많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서울을 빠져 나온 젊은 직장인들이 양주신도시의 주요 거주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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