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4.13 06:31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지하철 4호선 중앙역. 출구를 빠져나와 화성 ‘송산그린시티’로 가는 시내버스를 알아봤더니 딱 1개 노선이 눈에 들어왔다. 배차간격은 15~20분이었다. 20분 가까이 기다린 끝에 버스에 올라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버스정류장은 공사판 한가운데에 있었다. 대형 트럭이 쉴새없이 지나면서 흙먼지가 계속 날렸다. 거리에서 마주친 주민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졌지만 ‘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 아파트 앞은 불 켜진 집이 드물었다. 올 1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지정 입주기간(3개월)이 이달 19일에 끝난다. 아직 입주율은 60% 안팎이다. 단지 내 상가도 거의 텅 비어있다.
날이 어둑어둑해졌지만 ‘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 아파트 앞은 불 켜진 집이 드물었다. 올 1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지정 입주기간(3개월)이 이달 19일에 끝난다. 아직 입주율은 60% 안팎이다. 단지 내 상가도 거의 텅 비어있다.
시화호 남측 매립지에 개발 중인 송산그린시티. 개발 면적이 5564만㎡(1683만평)로 분당신도시 3배에 달한다. 2020년까지 주택 6만가구를 수용하는 수도권 신도시 중 최대 규모다. 2007년부터 개발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아파트만 일부 들어섰을 뿐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다.
미국 테마파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추진되면서 한 때 기대를 모았지만 10년 넘게 지연된 끝에 사실상 무산된 영향이 크다. 각종 기반시설 조성도 줄줄이 미뤄지면서 주택 시장도 미분양과 미입주가 늘어나면서 깊은 늪에 빠졌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무산되며 줄줄이 미분양
송산그린시티는 지구 북쪽이 시화호로 단절된 상태여서 서울 접근성을 비롯한 교통 여건이 좋지 않지만 국제적인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추진에 따른 개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됐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여의도 면적 1.5배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송산지구 동측에 들어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아파트 분양이 시작되기 전에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무산되면서 송산그린시티 전체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최초로 계획이 발표된 2007년 이후 계속 시간만 끌다가 2012년 무산된 후 재추진됐지만 2017년 초 다시 없던 일이 됐다.
이런 가운데 2015년부터 본격적인 아파트 분양이 시작됐다. 당시 전국적인 주택 경기 호황에도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빚었다. ‘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의 청약 경쟁률은 1.34대 1이었으나 뒤이어 분양한 송산그린시티휴먼빌아파트는 0.42대 1, 대방노블랜드1차는 0.5대 1였다. 2016년에는 대방노블랜드2차(0.1대 1), 대방노블랜드3차(0.48대 1), 세영리첼에듀파크(0.56대 1) 등이 미분양됐다.
■취약한 교통망…상업·편의시설도 없어
송산그린시티에는 올 1월 동쪽 새솔동에 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 송산그린시티휴먼빌, 송산이지더원레이크뷰 등 3개 단지가 첫 입주를 시작했지만 아직도 빈집이 많다. 현재 단지별로 20~40%가 미입주한 상태다.
잔금을 내기 힘든 집주인들이 전세물량을 쏟아내면서 전셋값도 약세다.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1억7000만~2억원대다. 바로 옆 동네인 안산 사동 아파트 전세금(2억~2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3000만원 이상 낮게 형성돼 있지만 그나마 세입자 찾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기반시설이 거의 없는 탓이다. 실제 입주민을 위한 상업시설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송산지구의 한 주민은 “아파트 주변에 병원이나 대형 마트가 없어 안산시내까지 차를 타고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산그린시티 내 중심상업지역은 내년 1월쯤에야 상가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교통망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송산그린시티와 시화호 북측 시화MTV를 잇는 별망지하차도(연장 842m)가 지난 1월 개통되면서 국도 77호선을 이용해 안산 초지동으로 곧바로 진입할 수 있게 돼 차량 이동에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서울 접근성은 여전히 취약하다. 송산그린시티에서 여의도 등 서울 서남권으로 가려면 안산시를 지나 상습 정체구간인 서해안고속도로~서부간선도로를 거쳐야 하는데 교통량이 많지 않은 시간에도 최소 1시간 이상이 걸린다.
이런 가운데 송산그린시티에는 새 아파트 입주가 계속 이어져 미분양과 미입주 사태가 심화할 가능성도 나온다. 실제 올해 입주한 2512가구에 이어 2019년까지 송산대방노블랜드1차, 송산그린시티요진와이시티 등 6개 단지 3934가구가 더 들어선다.
■전철 개통 기대감 높아…안산보다 집값 30% 저렴
송산그린시티의 최대 약점은 전철이다. 지금은 버스를 타고 안산까지 20분 이상 가야 한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현재 추진 중인 전철 개발에 희망을 걸고 있다. 현재 송산그린시티에는 충남 홍성으로 이어지는 서해선 복선전철 송산역이 공사 중으로 2020년 말 개통될 예정이다. 서해선 복선전철은 소사~원시선(올 6월 개통)과 연결될 예정이다.
신안산선도 주목된다. 신안산선은 서울 여의도에서 출발해 송산지구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안산시 한양대에리카캠퍼스역까지 잇는 노선과 여의도를 출발해 소사~원시선 송산역으로 이어지는 노선 두 가지가 추진 중이다. 신안산선이 개통하면 송산그린시티에서 여의도까지 이동 시간이 30~40분대로 단축될 전망이다. 이 노선은 현재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상태이며 이르면 올해 연말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전철이 뚫리고 인프라만 좀 더 갖춰지면 송산그린시티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송산그린시티 아파트값은 3.3㎡(1평)당 평균 1000만원 초반대로 처음 분양가격보다 2000만~3000만원 오르는데 그쳤다. 새 아파트인데도 인근 안산시 아파트값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송산그린시티와 가까운 안산 사동의 아파트값은 3.3㎡당 1128만원, 안산 중심부인 고잔동은 1283만원 정도다. 안산의 오래된 아파트가 현재 송산그린시티 새 아파트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2000년 입주한 안산 고잔동 네오빌6단지 84㎡는 3억2750만원, 2003년 입주한 안산고잔푸르지오5단지 84㎡는 3억42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P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안산에 새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송산지구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꽤 있고, 남쪽으로 자동차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주택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송산그린시티의 교통 및 주거 인프라 문제가 해결된다면 인근 산업 단지에서 발생하는 경제 효과와 맞물려 실제로 안산 지역 집값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며 “최근 수도권 지역 공급이 많은 탓에 미분양, 미입주가 발생하긴 했지만 실수요자를 겨냥한 신도시여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