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4.03 00:04
서울 아파트 청약 열기 여전
지난달 29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현대산업개발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가 최고 92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평균 경쟁률이 80대 1에 달해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가장 높았다. 분양 관계자는 "최근 강남권 '로또 아파트' 청약이 화제였는데, 비(非)강남권 입지임에도 청약 수요가 생각보다 많아 깜짝 놀랐다"며 "분양가가 9억원 미만으로 중도금 집단대출이 가능해 수요자가 더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4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重課)가 시작되고, 지난달 말부터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과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 LTI(소득대비대출비율) 등 대출 규제 3종 세트가 시행됐다. 금리까지 오르는 분위기이지만, 서울에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 인기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와 투기 세력을 구분하지 못하고 무작정 규제를 가하면서 정책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고강도 규제에도 뜨거운 청약 열풍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5가에 들어선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는 전체 802가구 중 154가구를 일반에 분양했다. 특별공급 물량을 뺀 108가구 모집에 8629명이 몰렸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중대형 면적인 전용면적 114㎡도 경쟁률이 228대 1에 달했다.
이 아파트 청약에 수요가 대거 몰린 것은 분양가가 9억원 미만이라 중도금 집단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상렬 현대산업개발 과장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가 집값의 40%까지 대출이 가능해 상대적으로 '청약 문턱'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 개포'(평균 25대 1)는 대출이 불가능해 최소 7억~8억원의 현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데도 3만1000여명이 몰렸다.
서울 새 아파트 수요는 분기별 청약 경쟁률을 봐도 알 수 있다. 작년 4분기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9대 1이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23대 1이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에도 서울 새 아파트 수요가 이를 뛰어넘는다는 증거"라며 "올해 분양되는 아파트들이 서울 주요 지역에 자리 잡은 것도 청약 시장의 열기를 더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주에는 서울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와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서리풀서해그랑블'이 분양에 나선다.
◇세무조사·직권조사… 정부 규제 효과 있을까
고강도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도 청약 열기가 가라앉지 않자 정부는 직권조사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국토교통부는 2일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되는 주요 아파트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특별사법경찰과 함께 직접 실태조사를 벌이고, 위장전입 등을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가점이 높은 당첨자의 서류를 정밀 분석하고, 이에 대해 소명하도록 한 뒤 불법 행위를 했다고 의심이 드는 경우 서울시 특별사법경찰과 경찰에 수사 의뢰 한다는 것이다. 앞서 국토부는 디에이치자이 개포 아파트 청약 접수 서류를 분석하고, 떴다방 등 투기 세력 개입 여부에 대해 이례적으로 직권조사를 벌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청약 시장 과열의 원인을 '투기'로만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센터장은 "최근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대출 규제 등을 강화하면서 재건축이나 기존 아파트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새 아파트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서울 새 아파트 수요가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접근해야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