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3.29 06:31
[고준석의 슈퍼 상권] ② “지하철과 버스 동시 환승하는 역세권 상권이 진짜다”
대기업 회사원 M(여·47)씨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워킹맘이다. 그녀는 지독한 ‘구두쇠 엄마’라고 불리기도 한다. 자동차를 처분하고 출퇴근은 대중교통만 이용하며, 급하다고 택시를 타는 일도 거의 없다. 외식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녀는 준비를 전혀 하지 못하고 은퇴한 시부모의 고통스런 노년 무전(無錢)을 지켜봤다. 결혼 직후 시아버님은 정년 퇴직하면서 연금을 일시불로 받아 친구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아파트와 상가(월세 150만원)를 담보로 사업 자금을 빌렸지만 회사는 6개월만에 부도났다. 아파트와 상가는 경매로 날렸다. 시어머님은 홧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얼마 후 시아버지마저 당뇨병으로 고생하다가 돌아가셨다.
M씨가 ‘구두쇠 엄마’의 삶을 택한 것은 시부모님의 불행을 보면서 준비없이 은퇴하지 않겠다고 맹세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은퇴를 준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녀는 부부의 국민연금으로 매월 250만원 정도 수입은 확보했지만 최종 목표인 월 600만원에는 부족했다. 은퇴 수입을 보충하기 위해 그녀는 꼬마빌딩 매입을 목표로 16년간 맞벌이해 종잣돈 9억원을 모았다.
M씨는 재작년 역세권 상권인 서울 동작구 사당역 주변 꼬마빌딩(지상3층)에 투자했다. 대출금 8억원과 임대보증금 2억원 등을 합해 18억6000만원 정도가 들었다. 현재 임대수입은 월 700만원으로 대출이자(연 3%)를 감안하면 수익률은 5.6%로 좋은 편이고, 매매 시세도 상당히 올랐다.
■16년 은퇴 준비한 ‘구두쇠 엄마’, 사당역 선택한 이유
지하철역이라고 무조건 역세권 상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에만 지하철 노선이 9개가 되고, 지하철역은 351개(환승역을 하나로 보면 277개)에 달한다. M씨가 그 많은 역세권 중 사당역을 콕 집은 이유는 뭘까. 바로 사당역이 ‘슈퍼 역세권 상권’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역세권이라고 좋은 상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는 ‘슈퍼 역세권 상권’에 투자해야 합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최근 출간한 ‘부자가 되려면 부자를 만나라’에서 슈퍼 역세권 상권을 이렇게 정의했다.
사당역이 ‘슈퍼 역세권’이 되는 이유는 지하철과 버스를 지하에서 지상으로, 지상에서 지하로 서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당역은 서울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지하철 4호선과 서울 동남·서남 지역을 잇는 2호선이 교차한다. 많은 퇴근 인구가 귀가하기 전,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지인들과 만나기도 하고 쇼핑도 한다. 유동인구가 소비인구로 바뀌는 위치다.
고 센터장은 “역세권 상권에서는 출근하는 방향보다 퇴근하는 방향에 위치한 상가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아침 출근 시간에는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기에 바빠 지하철역 주변에 머물다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역세권이라고 다 좋은 상권은 아니다”
‘슈퍼 역세권’이 되려면 반드시 지하철과 버스를 동시에 갈아타는 지역이어야 한다. 단순히 지하철만 있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①지하철역 주변 반경 500m 이내에 중·대형 빌딩들이 위치해 있어야 한다.
②지하철역 주변 500m 이내에 대학이 있거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 또는 문화거리가 있어야 한다.
③지하철역 주변 500m 이내 배후에 5000가구 이상의 중·소형 아파트 단지가 있어야 한다.
④주변에 대형 쇼핑센터가 없어야 한다.
역세권이라도 해도 대형 쇼핑센터가 들어서는 경우 상권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 영등포역에 들어선 타임스퀘어다. 타임스퀘어는 2009년 문을 열어 서울 서남부권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호텔·오피스·신세계백화점·이마트·교보문고·CGV영화관·식음료매장 200여개 등이 입점해 2030세대 인구를 꾸준히 유혹하고 있다.
초보 투자자들은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는 것이 투자 수익을 높여주는 호재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주변 지역 상권은 하루하루 죽어간 것이다.
고 센터장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쇼핑과 식사, 영화관람 등을 한곳에서 한번에 해결하는 소비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며 “복합 쇼핑몰이 들어서면 소비 수준이 높은 2030세대 소비 인구를 빼앗기게 돼 주변 상권이 흔들릴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