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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만 받는 세계 첫 아파트, 분양결과는…

    입력 : 2018.03.18 06:31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가상화폐 거래소 전광판. /조선DB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발 중인 ‘애스턴 플라자 & 레지던스’. 이 주상복합 아파트는 지난해 9월부터 “완공 시점보다 15~20%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면서 사전 투자자를 모집하는 중이다. 특이한 점은 총 1500가구 중 150가구의 사전 분양 대금을 가상화폐 비트코인으로만 받겠다고 발표한 것. ‘애스턴 플라자 & 레지던스’를 개발하는 영국의 기업가 미셸 몬(Mone)은 “비트코인으로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 첫번째 글로벌 프로젝트”라고 했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까지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는 시대가 됐다. 외신과 해외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두바이와 미국 뉴욕 등 해외 부동산 시장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는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비트코인만 받는 아파트 분양 상품 첫 등장

    지상 40층 아파트 2개동과 상업시설로 이뤄진 두바이의 '애스턴 플라자 & 레지던스' 조감도. /astonplazacrypto.com

    ‘애스턴 플라자 & 레지던스’는 영국의 기업가 미셸 몬과 더그 배로먼(Barrowman)이 두바이 알 바르샤의 움수케임 스트리트에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사업비 3억2500만달러(약 3481억원)을 들여 지상 40층짜리 아파트 건물 두 개 와 대형 쇼핑몰을 짓는다. 관광객들이 두바이에서 자주 찾는 명소인 두바이 마리나, 더 팜, 에미레이츠 몰 등과 가깝다. 두바이 도심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와 조망도 뛰어나다. 2017년 9월부터 공사가 시작됐고 2020년 완공될 예정이다.

    '애스턴 플라자 & 레지던스'를 개발하는 영국의 기업가 미셸 몬(왼쪽)과 더그 배로먼. /astonplazacrypto.com

    ‘애스턴 플라자 & 레지던스’는 총 1300가구다. 이 중 ‘레지던스2’에 속하는 150가구를 비트코인으로만 팔고 있다.

    투룸의 경우 50비트코인(13일 기준 약 46만8300달러, 약 4억9887만원), 스튜디오(원룸 타입)는 30비트코인(약 28만980달러, 2억9935만원)이다. 비트코인을 통한 아파트 거래는 가상화폐 지급 결제 플랫폼인 ‘비트페이(BitPay)’를 기반으로 한다. 미셸 몬은 “몇몇 매수자들은 ‘애스턴 플라자 & 레지던스’를 두 채씩 샀고, 한 투자자는 10채를 한꺼번에 사기도 했다”고 말했다.

    '애스턴 플라자 & 레지던스' 아파트의 거실. /astonplazacrypto.com

    해외에서 비트코인으로 판매하는 부동산 상품은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작년 12월 미국 부동산 거래 사이트 ‘레드핀’에 비트코인으로만 거래 가능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콘도 매물이 나왔다.

    벤 쇼울 매그넘 리얼에스테이트 그룹 대표는 “주택 매입자들이 전통적인 수단 이외에 다양한 결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최근엔 가상화폐로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을 통해 '애스턴 플라자 & 레지던스' 매물을 살 수 있다고 홍보하는 광고. /astonplazacrypto.com

    ‘애스턴 플라자 & 레지던스’ 측은 가상화폐를 통해 부동산 거래를 하면 기존의 복잡한 절차를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류준비 등 단계를 거치지 않고 ‘비트페이’를 통해 단 몇 분만에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을 통한 부동산 거래는 비트코인 투자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비트코인에 대한 가장 큰 비판 중 하나가 “현실 세계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비트코인으로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게 되면 비트코인의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투자정보 사이트인 ‘비트코인익스체인지가이드’는 “애스턴 플라자와 같은 글로벌 프로젝트가 비트코인을 받는다고 발표하면서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헤드라인이 됐다”고 평가했다.

    ■아파트 150채 중 단 50채 거래…왜 인기없나

    하지만 실제로 비트코인을 통한 부동산 투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비트코인으로 거래할 수 있는 ‘애스턴 플라자 & 레지던스’ 매물 150개 중 단 50개만 팔렸다. 반면 통상적인 화폐로 매매된 아파트는 400채 이상이 판매됐다.

    이는 비트코인 투자자가 아닌 일반인이 보기에는 비트코인을 통한 부동산 매입에 별다른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애스턴 플라자 & 레지던스’의 경우, 아파트 분양가가 현금(미국 달러)으로 고정돼 있고 비트코인 표시 가격은 수시로 바뀐다. 비트코인으로 아파트를 매입한 후 비트코인 시세가 올라도 투자자에게는 추가 차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애스턴 플라자 & 레지던스’ 측은 “비트코인을 통해 투자하면 9%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웹사이트와 분양 홍보물을 아무리 찾아봐도 수익률을 계산한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주목받는 분위기에 편승해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홍보 효과만 노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을 통한 부동산 거래가 시작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새로운 흐름으로 정착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비트코인 시세가 불안정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비트코인의 미래를 밝게 본다 해도 이를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것보다 그냥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는 것이 미래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비트코인 광풍’ 국가에서는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이용해 부동산 투자를 감행할 가능성이 낮다”며 “비트코인으로 부동산을 거래하는 시스템이 정착되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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