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3.16 06:31
이달 7일 오전 경춘선 상봉역. 경기도 남양주 별내신도시로 가는 유일한 전철인 경춘선 열차 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긴 배차시간(20분) 탓에 망설여졌다. 버스 예상 이동 시간은 30분. 택시를 타기로 마음 먹고 10분을 기다린 끝에 별내신도시로 가달라고 하자, 운전기사는 대뜸 “별내신도시는 경기도인데, 미리 물어보고 타셨어야죠”라고 한마디했다. 별내신도시 주민들은 “상봉에서 별내신도시까지 20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서울로 나오는 손님이 많지 않아 택시 기사들이 싫어한다”고 했다.
택시를 타고 20분 정도 이동해 별내역 앞에 내리자 역 앞으로 거대한 공터가 눈에 들어왔다. 별내신도시 주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메가볼시티’ 사업 예정지다. 한 주민은 “이곳에 백화점을 비롯한 대규모 쇼핑몰 등이 들어선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 벌써10년째인데 아직도 그대로”라며 “백화점 한번 가려면 30~40분씩 걸려 서울까지 가야 하니 너무 불편하다”고 말했다.
7~8년 전 별내신도시에 아파트를 분양했던 건설사들은 ‘경기 북부의 판교’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별내신도시의 현재 모습은 판교와 비교하기 힘든 상황이다.
■6년째 미완성…언제쯤 ‘강북 판교’되나
별내신도시는 총 509만㎡에 약 2만5000 가구, 7만2000명을 수용할 계획으로 만들어진 신도시다. 2012년 1월 첫 입주를 시작으로 지금도 아파트가 입주가 진행되고 있다. 하남 미사강변도시, 남양주 다산신도시와 함께 서울 접근성이 좋은 경기 북부 신도시로 소문이 났고, 집값 상승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집값 흐름은 주민들 기대에 못 미친다. 다소 하락세다. 별내신도시 ‘별내 아이파크 2차’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5억2000만원(9층)이었던 84.55㎡(이하 전용면적)가 올 1월 5억750만원(24층)으로 떨어졌다. 전세금 하락폭은 더 크다. 같은 아파트가 작년 11월 3억8000만원(6층)에서 3억3000만원(18층)으로 떨어졌다.
별내신도시는 지난해 8·2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분양가 대비 약 5000만~8000만원 상승하며 오름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8·2 대책이 발표되면서 충격을 받고 있다. 2012년 11월 입주한 ‘한화꿈에그린더스타’ 아파트의 경우 84.57㎡가 올해 1월 4억4000만원(7층)에 거래됐다. 8·2대책 이전인 작년 3월 4억6500만원(12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2500만원 떨어졌다. 대형이 많은 아이파크 1차 아파트(2012년 1월 입주·753가구) 역시 107.03㎡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별내신도시의 가장 큰 약점은 서울 도심으로 가는 교통이 너무 불편하다는 것이다. 별내에서 잠실로 가는 직행버스를 제외하면 서울 중심부까지 한 번에 도착하는 대중교통이 없다. 그나마 이용할 수 있는 경춘선도 상봉행 열차뿐이어서 서울 도심으로 이동하려면 경의중앙선이나 7호선, 1호선 등의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별내에서 서울 광화문(15km)까지 이동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강남권으로는 별내신도시에서 잠실까지 1시간 안에 곧바로 가는 직행버스가 있지만 출퇴근시간 정체를 고려하면 30분은 더 여유를 두고 이동해야 한다. 현재 별내에서 지하철로 잠실까지는 44분, 강남역까지는 56분이 각각 걸린다.
■2020년 이후 이용 가능한 4·8호선 연장선
별내신도시 주민들은 지하철 4호선과 8호선 연장 공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공사가 늦어진 것은 아니지만, 두 노선의 공정률은 모두 30% 미만이다. 공정 속도가 빠른 것은 4호선 연장(진접선 복선전철) 노선이다. 2019년 12월 개통될 예정이다. 진접선 복선전철은 서울 당고개역부터 남양주 진접읍까지 14.8km 를 잇는다. 별내지구 북부 지역에 전철역이 생기면 개통 후 별내역에서 서울역까지 이동 시간이 30분 정도 단축된다. 전철 이용 시간만 따지면, 1시간 안에 별내에서 강북 도심으로 이동할 수 있다.
강남권으로 연결되는 8호선 연장선 별내선 복선전철 사업은 현재 운행 중인 지하철 8호선 종착역인 서울 강동구 암사역에서 남양주시 별내읍까지 총 12.9㎞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현재 계획상 2022년 완공이다. 이 노선을 이용하면 별내에서 잠실과 강남 이동이 지금보다는 20분 정도 당겨진다. 남양주 방면으로 노선이 확장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B노선은 예비타당성조사 단계여서 개통 시기를 가늠할 수는 없다.
교통과 함께 별내신도시 주민들의 숙원 사업으로 꼽히는 것은 대규모 복합단지 ‘메가볼시티’다. 별내역 앞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의 땅 7만5000㎡에 주상복합 아파트, 상업시설, 주차장 등을 조성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2008년 경남기업 컨소시엄이 사업시행자로 선정됐지만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작년 말 사업 계획이 취소됐다. 현재 2017년 1월 화이트코리아에 낙찰된 상태로 사업 승인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LH 관계자는 “아직 사업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규모나 준공시기 등 구체적 일정이나 사업 내용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별내신도시 집값 하락, 언제까지 계속될까
별내신도시는 같은 남양주에 있는 다산신도시와 경쟁 관계에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2월 별내신도시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1258만원, 전세금은 958만원이다. 별내신도시 아파트값은 전반적으로 보합세를 유지했지만 전세금은 하락세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교통이 여전히 불편한데다 다산신도시 입주가 진행되면서 갈매·다산 등 주변으로 옮겨가는 주민들이 전세를 급매로 많이 내놓으면서 전세금이 약세”라고 말했다.
다산신도시의 경우 현재 분양권 프리미엄은 1억원 안팎 붙었고, 매매가격도 오름세다. 현재 다산신도시에 입주한 아이파크(467가구·2017년 12월 입주) 아파트는 5억166만원(18층)에 거래됐다. 작년 하반기 분양권이 4억4000만원~6000만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올 들어 약 5000만원이 올랐다.
하지만 별내신도시의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다산보다 별내동의 미래 가치를 더 높다고 주장한다. 별내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향후 10년을 놓고 보아도 다산에 8호선 외 다른 지하철 노선이 들어서지 않는 한 별내보다 서울 접근성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현재 집값이 조정되고 있지만 하락세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강동, 송파, 미사지구 등에 마련되는 신도시보다는 집값이 싸기 때문에 교통망이 개선되면 실수요자들의 인기가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