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3.09 06:31
경기 과천시에서 최고가 아파트 분양 기록을 세웠던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이 때아닌 불완전 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불완전 판매란 상품을 팔 때 장점만 알리고, 단점은 숨기는 부도덕한 판매 방식을 말한다. 주로 금융 상품 판매에서 문제가 됐지만 최근 부동산 업계에서도 불똥이 옮겨 붙은 것이다.
지난달 24일 정당 당첨자 계약이 끝난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은 대우건설이 과천 부림동 과천주공 7-1단지를 재건축하는 아파트다. 최고 32층 15개동에 1317가구로 일반분양은 575가구다. 3.3㎡당 분양가는 2955만원으로 과천에서 분양된 아파트 중 역대 최고다.
이번에 불거진 불완전 판매 논란은 대우건설이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단지 내 쓰레기를 모아두는 쓰레기집하장 위치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게 화근이 됐다. 최근 새로 짓는 아파트의 경우 각 가정에서 배출한 쓰레기를 단지 내 지하 집하장에 모아뒀다가 한꺼번에 외부로 반출하는 방식을 적용한다. 쓰레기집하장은 주민 공동시설이지만 대다수 주민들이 기피하는 시설이다. 쓰레기집하장과 가까운 동(棟)은 분양가격이 다소 낮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
대우건설은 이 아파트 713동 앞 지하에 쓰레기집하장을 설치하는 것으로 설계했는데, 정작 해당 동 주민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계약했다. 최근 과천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써밋 713동 아파트 계약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분통을 터뜨리는 글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한 계약자가 지하에 쓰레기집하장이 들어선다는 내용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쓰레기집하장 설치는 분양안내문과 입주자모집공고에 없는 내용이었다.
입주예정자모임 대표 김세진씨는 “입주자모집공고문이나 분양 안내문에는 713동 지하에 쓰레기집하장이 들어선다는 문구가 전혀 없었고, 모델하우스 도우미나 청약 상담원들도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713동 계약자들은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해당 동 계약자들은 “당첨 이후 계약자들이 이 사실을 지적하자, 부랴부랴 모델하우스에 푯말을 설치했다”며 “이 사실을 알았다면 청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대우건설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쓰레기집하장은 혐오시설이 아니라 부대시설이어서 고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쓰레기집하장이 지상이 아니라 집 앞 지하에 있어 혐오시설이 아닌 부대시설로 판단해 입주자모집공고 등에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입주예정자들은 대우건설의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다른 아파트에선 쓰레기집하장 위치를 분양공고문에 분명히 밝히는데 이 아파트만 유독 그 정보가 빠진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아파트 계약자들은 삼성물산이 분양했던 서울 개포 래미안강남포레스트와 래미안블레스티지의 경우 분양공고문에 쓰레기집하장 설치 여부와 배기구 위치, 쓰레기 반출을 위한 리프트 위치까지 자세하게 고지했다고 주장한다. 계약자들은 “대우건설이 지상 쓰레기 관련시설은 명시해 놓고, 지하 시설은 악취가 덜할 것이라는 이유로 알리지 않았다는 논리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713동 계약자들은 기존 조합원들과도 마찰을 빚고 있다. 조합 측이 조합원 배정 물량에서 713동만 쏙 빼버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713동은 전부 일반분양 78가구만 입주하게 됐다. 713동 계약자들은 조합 측이 쓰레기집하장이 들어설 713동 전체를 일반 분양자들에게 떠넘긴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단지 내 쓰레기집하장은 혐오시설로 건설사나 시행사, 조합 등이 청약과 계약 때 명확하게 위치를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말한다. 부동산 관련 소송 업무를 전담하는 한 변호사는 “표시광고법에 따라 고지해야 할 정보를 알리지 않아 조합·시공사 등 주체가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입주예정자모임 대표 김세진씨는 “713동 입주자들만 잠재적 불이익을 받게 됐다”며 “이미 재당첨 기회 박탈을 무릅쓰고 계약을 취소한 사람도 3~4명 된다”고 했다. 하지만 청약 당첨 이후 5년간 재당첨 제한이 있어 어쩔 수 없이 계약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713동 입주예정자들은 대우건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고발했고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도 진행하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쓰레기집하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설계를 변경하고 계약취소자들에 대한 청약권 상실 구제도 요구하고 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 측은 “(쓰레기집하장) 재배치는 어렵지만 입주예정자들과 만나 쓰레기 수거 차량 진입 방향 변경 등 최대한 입주예정자 입장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가 결국 아파트 선(先) 분양 제도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아파트를 청약할 때 모델하우스와 공고문만 보고 선택하다보니 발생하는 문제”라며 “후분양 제도가 활성화되면 소비자들이 자신이 살 아파트 실물과 위치를 직접 살펴보고 선택할 수 있어 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