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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로 다시 일어선 범건축 "名家 재건하겠다"

    입력 : 2018.03.06 22:54

    박형일 사장 "아파트에도 도전"… 롯데월드타워 설계한 관록
    무리한 턴키 프로젝트로 위기… 법정관리 7개월 만에 회생

    법정관리 신청 후 7개월 만에 인수 기업을 찾은 박형일 범건축 사장은“정예화된 설계 인력을 앞세워‘선택과 집중’의 경영으로 건축 명가를 재건하겠다”고 말했다.
    법정관리 신청 후 7개월 만에 인수 기업을 찾은 박형일 범건축 사장은“정예화된 설계 인력을 앞세워‘선택과 집중’의 경영으로 건축 명가를 재건하겠다”고 말했다. /심기환 땅집고 인턴기자
    "회사가 위기에 빠지니 역설적으로 그동안 쌓아온 고객과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박형일 범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사장은 "법정관리와 M&A 과정을 겪으면서도 많은 고객사로부터 예전처럼 일감을 받았고, 베트남과 인천 송도 등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도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며 "건축 명가의 재건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범건축은 미국 KPF와 공동으로 국내 최고층(123층) 빌딩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설계한 국내 메이저 건축 설계 전문업체이다.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이화여대캠퍼스센터 등 국내 유명 건축물을 다수 설계했다. 박 사장은 "기본 설계 후 공사용 도면은 하청업체에 맡기지 않고, 전문 인력이 끝까지 마무리한다"며 "인건비가 많이 들어 이윤은 적지만, 고객사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잘나가던 범건축은 갑작스러운 경영 악화로 작년 7월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박 사장은 "지난 5~6년간 공공부문 턴키(설계·시공·운영까지 일괄 수주), 기술 제안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한 것이 문제가 됐다"며 "매출과 조직 규모가 갑자기 커졌는데, 경영 리스크를 관리하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턴키 프로젝트에서 설계 업체는 발주자가 아닌 시공사로부터 설계비를 받는데, 시공사 파산으로 대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몇 차례 반복되자 심각한 자금난에 빠진 것이다.

    범건축은 법정관리 신청 7개월 만인 올 2월 에스앤케이파트너스 컨소시엄과 투자형 기업 인수합병(M&A) 계약을 체결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컨소시엄은 건자재 회사인 신풍석재와 개인 투자자 등으로 구성됐다. 3월 중 회생계획안을 최종 확정해 채권자 동의를 구하는 관계인 집회를 거쳐 채무를 조기에 갚을 계획이다.

    범건축이 단기간에 M&A를 통한 회생에 성공한 데엔 직원들의 희생도 큰 몫을 했다. 전체 직원 80% 정도가 밀린 급여와 퇴직금 상당 부분을 포기하고 회사의 고통 분담에 참여했다. 박 사장은 "보통은 밀린 임금을 달라고 하는 직원들이 본인들 채권을 자발적으로 줄여줬으니 인수자의 부담을 줄여준 셈"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지난 실패를 교훈 삼아 진행하는 프로젝트 수를 과도하게 늘리지 않고 '잘할 수 있는' 업무에 정예화된 설계 인력을 집중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1호 주상복합인 잠실 시그마타워를 설계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거·문화 복합 개념의 아파트 시장에도 진출할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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