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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사철 성수기? 그건 옛날 얘기죠"

    입력 : 2018.03.01 06:31

    “봄 이사철을 맞아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면 주택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많이 들리는 말이지만 사실 이런 예측은 점차 ‘옛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인 이사철이자 주택 시장 성수기로 분류됐던 3~4월 주택 거래량이 연 평균을 밑도는 ‘성수기 실종’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봄 성수기를 맞아 이사를 하고 있는 서울의 아파트 단지. /조선DB

    ■최근 2년 주택시장, 봄 성수기 ‘실종’

    전통적으로 3~4월이 이사철 성수기로 꼽혔던 이유는 동장군이 물러가고 집을 옮기기에 적당한 날씨가 된다는 점과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다. 역시 결혼하는 부부가 많은 가을철(10월)과 학생들의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1~2월도 전통적인 이사철로 분류된다.

    2015~2017년 월간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 2016년과 2017년 3,4월의 거래량(노란색 박스)이 평균 이하이다. 반면 2015년은 가장 많은 거래량을 보였다. /자료=국토교통부

    하지만 최근 2년간만 놓고 보면 주택 매매시장에서 이런 전통적인 패턴이 사라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월 평균 7만8900여 건. 하지만 봄 성수기인 3월과 4월 거래량은 각각 7만7000건, 7만5000건으로 평균보다 적었다. 2016년 월 평균 주택 매매 거래량은 8만7700건이었는데, 3~4월 거래량은 각각 7만7800건, 8만6000건으로 역시 평균치보다 적었다.

    2015년은 다르다. 봄 성수기 법칙이 잘 지켜졌다. 이 해 3월과 4월 매매 거래량은 각각 11만1000여건과 12만 건으로 평균(9만9400건)보다 많을 뿐 아니라 1년 중 거래가 가장 활발했다. 봄 성수기뿐 아니라 가을 성수기(10월) 거래량도 10만6000건으로 많았다.

    2010~2014년 월간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 3,4월의 거래량(노란색 박스)이 대체로 평균보다 많다. /자료=국토교통부

    2010~2014년에도 비슷했다. 3~4월 봄 이사철마다 거래가 활발했다. 이 기간은 가을 이사철부터 연말로 넘어가는 11월을 전후한 거래량이 연중 가장 많았던 것이 특징이다. 학군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1~2월에는 매매 거래가 많지 않았던 점도 눈에 띈다.

    2006~2009년 월간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 3,4월의 거래량(노란색 박스)이 대체로 평균보다 많다. /자료=국토교통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2006~2009년 3~4월 봄 성수기 거래량은 다른 달보다 증가하는 경향이 더 뚜렷하다. 다만, 2006년 11월 매매 거래량(17만3797건)은 2000년대 이후 가장 많았다. 당시는 정부의 연이은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아 수요자들의 주택 매수세가 최고조로 높았던 시기다.

    물론 최근 3개년 역시 계절에 따른 이사 수요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매매 시장과 달리 전월세 시장에서는 여전히 ‘봄 성수기’가 대세였다. 지난해 3월 전·월세 거래량(16만7000건)은 학군 수요가 많은 2월(17만7000건)에 이어 2위였다. 2016년과 2015년 3월 거래량도 각각 16만1000건, 16만7000건으로 해당 연도에서 가장 많았다. 2014년 3월(2위), 2013년 3월(1위)도 마찬가지다.

    2015~2016년 월간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량. /자료=국토교통부

    ■규제 강도·집값 전망에 따라 사고 판다

    그렇다면 최근 주택 매매 시장에서 유독 ‘봄 성수기’가 사라진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우선 주택 시장의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을 꼽는다. 최근 1~2년간 수요자들은 예전처럼 이사갈 집이 필요할 때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과 정부 규제 등에 따라 가격 상승이 예상될 때 급하게 집을 사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3월의 경우 이전까지 집값이 많이 올랐던 데다 정부 규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지 않아 거래량이 적었다. 그러다가 정부가 서울 전역의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을 포함한 ‘6·19 부동산 대책’을 내놓자, 예상보다 강도가 약하는 인식이 퍼지면서 6~7월 매매 거래량이 대폭 늘었다. 이후 ‘8·2 대책’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규제대책이 나오자 10월 거래량은 다시 연중 최저 수준(6만3210건)으로 줄었다.

    또 다른 원인은 전세금이 매매가의 70%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우선 가격 상승을 기대하면서 전세 끼고 집을 매입하는 ‘갭(gap) 투자’가 성행하며 연중 계절에 상관없이 집을 사는 현상이 빈번해졌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엔 전세입자들이 자금이 부족해 집을 사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서 “최근엔 고가 전세 주택에 사는 세입자들이 많아 상황에 따라 매매로 갈아타는 경우도 흔하다”고 했다.

    ■올해도 관망세…눌렸던 거래량 폭발할 수도

    봄 성수기 실종 현상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1월 전국 주택 거래량이 7만354건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0% 정도 늘어났지만 평년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 이 기간 거래량이 다소 증가한 이유는 다(多)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는 4월 1일 이전에 거래를 서두르려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주택 시장에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어 봄 이사철에도 매수가 활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특히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과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 강력한 규제 카드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매도자들의 호가가 높아져 거래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이사철이 다가왔지만 매매 시장은 한동안 인기 지역 내 저가 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관망세가 지속적인 상승세로 이어진다는 확신이 든다면 눌려 있던 거래량이 폭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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