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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으로" 화난 재건축 주민들 집단행동 나섰다

    입력 : 2018.02.28 03:00

    [초과이익 환수제 등 거센 반발, 지방 아파트 등 16곳 위헌소송]

    강남 넘어 과천·부산 등 소송준비… 강동·양천·노원 연대해 공동대응
    안전진단 강화에 일주일 17곳, 급하게 안전진단 업체 공고 내
    野 "재건축 안전기준 강화 막는 법안 발의"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재건축 법을 반대하는 의지 표시를 해 주십시오."

    27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아파트 현관에는 이런 내용의 손 글씨 벽보가 붙었다. 벽보 옆에는 '강동구 재건축 공동대책위원회' 명의의 공동 성명서도 있었다. 명일삼익그린2차·고덕주공9단지·고덕현대아파트 등에 붙은 이 성명서에는 "변경된 안전기준 적용 시 즉시 소송 등으로 대응한다", "양천·노원·송파·영등포 재건축 연대와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벽보를 유심히 읽던 한 주민은 "녹물이 나오는 불편을 참아가며 살고 있는데, 정부는 아파트가 무너질 정도가 돼야 재건축을 시켜준다는 거냐"고 말했다.

    27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아파트 입구에 정부의 재건축 규제에 반대하는 주민 서명 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는 벽보가 붙어 있다. ‘강동구 재건축 공동대책위원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가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하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27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아파트 입구에 정부의 재건축 규제에 반대하는 주민 서명 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는 벽보가 붙어 있다. ‘강동구 재건축 공동대책위원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가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을 적용하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 안정을 이유로 재건축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재건축 추진 단지의 주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해당 단지 주민들은 안전진단 추진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다른 단지와 연대, 소송 등 법적 대응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런 집단행동 움직임은 서울 비(非) 강남권은 물론 수도권과 지방의 재건축 단지로까지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지방 재건축 단지까지 소송 동참

    안전 진단 용역 공고 현황 표

    서울과 지방 등 16개 재건축 추진 단지는 지난 1월 부활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위헌 소송에 뛰어들었다. 소송을 추진하는 법무법인 인본은 이번 주에 1차 헌법소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고, 다음 달 중순쯤 2차 청구서를 낸다는 계획이다. 김종규 법무법인 인본 대표 변호사는 "서울 강북이나 지방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강남을 잡겠다더니 이익도 나지 않는 다른 지역까지 낡은 집을 고치지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 의사를 밝힌 16개 재건축 단지 중 절반은 강남구 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서초구 반포동 등 '강남 3구'에 있지만, 나머지 단지들은 서울 비강남 지역과 과천·인천 등 수도권, 부산·대구·울산 등 지방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진단 신청 '러시'

    정부가 최근 발표한 안전진단 규제 강화를 피하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상당수 단지는 주민 동의서를 받아 이번 주 안에 구청의 현장조사를 요구하는 '예비안전진단' 신청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안전진단 강화를 발표한 20일부터 26일까지 서울과 광주, 부산 등 전국 재건축 아파트 단지 17곳은 안전진단 용역업체 입찰 공고를 냈다. 강화된 규제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가 바뀌기 전 용역업체와 계약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와 광주 서구 화정동 우성1차 아파트, 부산 동래구 사직1-5지구 재건축 등 지방 아파트 단지에서도 사업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안전진단 행정예고 기간을 통상적인 기간(20일)보다 짧은 10일로 정했다. 3월 10일 전후로 새 제도가 시행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안전진단 업체와 계약을 마치기 어려운 단지들은 소송전(戰)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발등에 불 떨어진 재건축 아파트 단지 움직임 정리 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주민들은 26일 로펌 등과 ‘행정예고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주민들은 국토부와 지역구 소속 국회의원 등을 압박하고 나섰다. 서울 목동·노원·마포 등 재건축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모인 ‘비(非)강남권 죽이기 저지 범국민대책본부’는 26일 국회에서 국토부에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구청장 등의 번호를 공유해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는 운동과 집단 시위 등도 계획 중이다.

    법안 발의까지··· 갈등 본격화하나

    재건축 아파트 주민의 집단행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자 야당에서는 재건축 안전기준 강화를 막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준공 후 20년 이상 30년 이하의 건물을 재건축 대상으로 정하는 규정을 법률로 못 박고, 안전진단 평가에서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30%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기존의 20%에서 50%로 높였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아파트를 재건축해 소형·임대 주택 등이 늘어나면 공급이 늘어나 집값 안정을 가져오는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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