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2.25 06:31
“아파트 가격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자가(自家) 보유율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6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지금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지만 자가보유율은 그의 절반 정도”라면서 “(자가보유율을 높이는 것이) 최고의 정책 과제”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 다주택자 대상 각종 규제 정책을 펴는 데에도 다주택자 보유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해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을 쉽게 해주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자가 보유율’은 전체 가구 중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가구의 비율을 의미한다. 자기 집에 자기가 살고 있는 비율은 ‘자가 점유율’이라고 한다. 자가 보유율과 자가 점유율은 대체로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자기 집에 살고 있으면 안정적인 주거 생활이 가능할 뿐 아니라 임차에 비해 주거비 부담도 적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6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지금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지만 자가보유율은 그의 절반 정도”라면서 “(자가보유율을 높이는 것이) 최고의 정책 과제”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양도소득세 중과세 등 다주택자 대상 각종 규제 정책을 펴는 데에도 다주택자 보유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해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을 쉽게 해주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자가 보유율’은 전체 가구 중 자기 집을 가지고 있는 가구의 비율을 의미한다. 자기 집에 자기가 살고 있는 비율은 ‘자가 점유율’이라고 한다. 자가 보유율과 자가 점유율은 대체로 비슷한 수치를 보인다. 일반적으로는 자기 집에 살고 있으면 안정적인 주거 생활이 가능할 뿐 아니라 임차에 비해 주거비 부담도 적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자가 점유율은 어느 정도일까. 2016년 기준으로 56.8%이다. 자가 보유율은 이보다 조금 높은 59.9%다. 전체 가구의 약 60% 정도가 자기 집에서 살고 있거나, 자기 집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집이 없는 약 40%의 가구가 집을 갖도록 해 자가 점유율을 높여 주거 안정을 가져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도 ‘자가 점유율 70%’는 마(魔)의 벽으로 여겨진다. 70%를 넘는 나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 점유율을 무조건 높이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그것이 꼭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가 점유율 70%의 벽, 선진국도 못 넘어
글로벌 경제통계 사이트인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선진국의 자가 점유율은 대부분 60%대다. 작년 말 기준으로 미국은 64.2%이며 일본 61.9%, 캐나다 66.5%, 영국 64.2%, 프랑스 64.9% 등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사회주의 국가들이다. 중국이 90%로 가장 높고 러시아도 87.1%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스페인(77.8%), 이탈리아(72.3%) 등 유럽 일부 국가들도 예외적으로 70% 이상 높은 자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자가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썼던 대표적인 국가다. 중산층에게 주택 구입에 필요한 자금 대출을 장려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는 “미국은 주택담보대출 이자에 소득세 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도 80% 이상으로 높여 집값의 20% 미만만 갖고도 집을 사는 경우가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책이 실제 효과를 보기도 했다. 미국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자가 점유율이 꾸준히 올라 2000년대 중반에는 최고 69%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70%선에 근접한 직후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해엔 62.9%로 낮아졌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게 주택 자금을 빌려 주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부실로 주택가격 폭락이 일어나 많은 가구가 헐값에 주택을 처분했기 때문이다. 대출을 장려해 자가 점유율을 높이려던 정책이 역효과를 내고 실패한 셈이다.
스페인도 비슷한 경우다. 스페인 역시 중산층의 자가 주택 보유를 촉진하는 정책을 펴면서 2008년 자가 주택 점유율이 80.6%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와 함께 주택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2013년 기준 77.7%로 낮아져 아직도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자가 점유율을 높이는 정책에는 한계가 있고 반드시 바람직한 일만도 아님을 보여준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대부분 나라에서 소득 하위 10~20%는 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없다”면서 “여력이 있어도 이사를 자주 다닌다는 등의 이유로 집 사기를 꺼리는 이들이 많아 자가 점유율은 아무리 높아 봐야 70%를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숫자가 아닌 양질의 주택 공급이 우선해야”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가 점유율이나 자가 보유율 수치에 집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택 정책의 목표는 주거 안정, 즉 소득 하위 계층이라 할지라도 큰 부담 없이 어느정도 질이 높은 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가 점유 비율 그 자체가 목표가 돼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다 무너져가는 집이나 가족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좁은 집에 산다면 자가 점유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양질의 주택과 저렴한 임대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관리하는 것이 최우선 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자가 점유율을 높이겠다면서 주택담보대출 제한과 재산세 등 보유세 인상으로 자가 보유 억제 정책을 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이나 스위스는 자가 보유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낮지만 임대주택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주거 수준은 높다”면서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므로 자가 점유율 수치를 목표로 제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주거 안정을 위해 젊은층과 중산층이 자가 보유를 원할 경우 도와주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