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2.22 06:55
“설 연휴 이후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본격적인 봄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머릿속도 복잡하다. 올해는 워낙 변수가 많아 섣불리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이럴 땐 고수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
땅집고 취재팀은 부동산 시장의 주류이자 ‘부자들의 복심(腹心)’이라고 불리는 금융권 PB(Private Banker) 4명과 최근 주목받고 있는 비주류 재야 고수 4명으로부터 각각 설 연휴 이후 부동산 시장을 들어봤다.
본격적인 봄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머릿속도 복잡하다. 올해는 워낙 변수가 많아 섣불리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이럴 땐 고수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
땅집고 취재팀은 부동산 시장의 주류이자 ‘부자들의 복심(腹心)’이라고 불리는 금융권 PB(Private Banker) 4명과 최근 주목받고 있는 비주류 재야 고수 4명으로부터 각각 설 연휴 이후 부동산 시장을 들어봤다.
■“지역별 양극화 심화할 것”
PB들과 재야 고수 대부분은 향후 부동산 시장이 큰 틀에서 관망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지역별 차별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박합수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설이 지나도 지금같은 관망 분위기가 나타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동안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도 있고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화와 세무 조사,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이 겹쳐 있다는 것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설 이후에도 지금처럼 소폭 상승세는 계속되겠지만 양도소득세 중과세 시행,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에 따라 공급이 많은 지역 중심으로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서울은 상승세가 지속되겠지만 경기·인천권은 보합세를, 지방은 약세를 각각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재야 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를 언급했다.
문관식 칼럼니스트(필명 ‘아기곰’)는 “현재의 ‘서울 강세·지방 약세’ 기조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서울 강세 기조는 더욱 기승을 부리는 반면 지방 약세 기조는 조금 완화돼 전반적인 집값은 설 이전보다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지금 부동산은 이른바 ‘부분 시장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잘 나가는 인기지역들이 그렇지 못한 지역을 끌어올리는데 설 이후에도 인기지역 상승 동력이 더 강해 하반기엔 부동산 상승 폭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이 식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설 이후 시장이 조금은 냉정해지지 않을까 싶다”며 “연초에는 불안감 탓에 무언가를 사려고 했다면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이 가시화하면서 팔겠다는 이들도 나타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과 지방의 온도차는 여전할 것”이라고 했다.
이주현 엘제이컴퍼니 대표(필명 ‘월천대사’)는 “다(多)주택자 보유 매물이 나오지 않아 청약조정지역 등지에서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전세시장 “안정” vs. “오른다”
전세 시장 전망은 엇갈렸다. 안정된다는 의견이 좀 더 우세했다. 8명 중 5명은 “전셋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본 반면 3명은 “더 오른다”고 예상했다.
전세 안정론의 근거는 아파트 입주물량 증가와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수석부동산컨설턴트는 “설 이후 전반적으로 입주 물량이 많은데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예고돼 전세시장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관식 칼럼니스트는 “전세시장은 금리 인상과 입주량 증가에 따라 하향 안정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금리가 인상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물론 전세자금 대출도 압박을 받기 때문에 전셋값을 더 올려줄 여력이 적어질 것”이라고 했다.
반론도 나온다. 박합수 위원은 “매매가격이 오르면서 전셋값을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매매가격이 급등했는데 전셋값은 아직 그대로여서 매매가가 오른 곳 위주로 봄 이사철에 국지적으로 전셋값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민석 연구원은 “일부 통계에서 전셋값 상승률이 둔화된 것으로 나오지만 현장의 체감 상승률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서울 중심으로 매매뿐만 아니라 전세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금리 인상으로 월세가 전세로 전환된다고 해도 수급 불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 소형 아파트 인기 계속될 것”
향후 관심을 둘만한 지역으로는 서울, 상품으로는 소형 아파트가 각각 첫손에 꼽혔다.
고준석 센터장은 “역세권 소형 아파트는 수요가 꾸준하고 공급이 한정적인 만큼 스테디셀러 같은 상품”이라고 했다.
문관식 칼럼니스트는 “여지껏 1㎡당 700만원 이상의 아파트 시장이 가장 뜨거웠는데 400만~500만원대도 상승 물결을 탈 것으로 본다”며 “우량 지역의 기존 아파트가 올해도 여전히 유망하다”고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수혜지인 강원도 강릉도 눈여겨볼 지역이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평창올림픽이 끝나도 기반시설이 있고 바다와 가까운 강릉은 부동산 시장 열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명숙 부장도 “평창올림픽으로 KTX(고속철도)가 뚫리면서 접근성이 좋아지고 여러 콘텐츠를 갖춘 강릉은 쉐어하우스나 세컨하우스를 찾는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대표는 서울의 재개발 지역을, 박합수 위원은 용산, 김재언 컨설턴트는 강남 재건축과 과천·북위례 분양 등을 유망한 투자지로 꼽았다. 안민석 연구원은 “좋은 투자지를 엄격히 따지는 중국인들을 따라 대학가나 자연경관이 좋은 강원도·인천 등지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자금 동원 능력 등 상황별 맞춤 전략도 물어봤다.
현금 3억원을 가진 1주택자의 경우 PB와 재야 고수간 투자 전략이 달랐다. PB들은 역세권 소형아파트, 강남 또는 준강남권 소형아파트를 추천했다. 반면, 재야 고수들은 서울 강북권 재건축 단지와 재개발 지역을 권했다.
5억원 넘는 현금을 보유한 2주택 은퇴자라면 서울·수도권 일대 주택 임대를 놓고 장기적으로 시세차익을 겨냥하라는 조언이 많았다.
1억원을 손에 쥔 신혼부부라면 ‘신혼부부 특별공급’과 거주지 또는 직장 인근의 새 아파트 청약을 노려보라는 게 중론이었다. 이주현 대표는 “5억원 이상 현금을 보유한 2주택자의 경우 월세가 따박따박 나오는 창고 부지도 좋다”면서 “1억원을 지닌 신혼부부라면 신혼부부 희망타운이나 출근지 가까운 곳에 청약을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출근지가 서울 강서권이라면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 서울 가산디지털이나 경기 안산권이라면 경기 시흥 장현지구나 은계지구를, 경기 화성 인근이라면 남동탄과 동탄1신도시를 추천했다.
■올 3대 키워드는 ‘규제·금리인상·재건축’
PB와 재야고수들이 올해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키워드로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금리인상’과 ‘정부규제’, ‘재건축’이다.
박합수 위원은 “저금리 시대가 끝나면서 새로운 금리 체계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관식 칼럼니스트는 “올해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 규제 정책들이 본격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재언 컨설턴트는 “서울의 올해 신규 공급 물량 대부분이 재건축이어서 올해도 재건축이 화두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투자할 때 무엇을 가장 많이 고려해야 하느냐는 질문엔 단연코 ‘입지’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다음으로 수익률과 세금, 미래가치 등을 따진다 응답이 많았다.
안민석 연구원은 “개인적으로 성냥갑 아파트 말고 경치 좋은 단독주택지도 장기적으로 희소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