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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1억 한남뉴타운 "수익성도 모르고…"

    입력 : 2018.02.21 07:15

    지난해 건축심의를 통과한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3구역. /김리영 인턴기자

    지난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뉴타운 3구역. 비좁은 골목길 사이로 낡은 벽돌집과 전선이 어지럽게 엉켜있었다. 주택가 점포들은 대부분 뉴타운 투자를 간판으로 내건 부동산 중개업소였다. 하루 종일 투자 문의를 하는 손님을 맞이하느라 바빴다. A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3구역이 지난해 10월 건축 심의를 통과한데다 강남의 경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강한 규제가 이어지면서 한남뉴타운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남뉴타운 내 빌라의 평당 매매가격 추이. /자료=부동산114

    한남뉴타운 내 소형 지분 가격은 최근 3.3㎡(1평)당 1억원을 돌파했다. 작년 말 한남3구역의 대지지분 23㎡(7평)짜리 다세대주택이 7억3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현재 지분 33㎡(10평)짜리 빌라의 매도 호가는 1억1000만원까지 올랐다.

    현지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은 지분 가격에 2억원 남짓 부담하면 재개발을 통해 전용면적 84㎡ 아파트 1채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투자 금액이 커 인기가 떨어지는 단독주택의 경우 3.3㎡당 4000만~5000만원 정도에 매물이 나온다. 1년 전보다 30%쯤 급등했다.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한남뉴타운 내 빌라와 단독주택 시세 추이.

    하지만 땅집고 취재 결과, 현재 한남뉴타운과 관련해 부동산 중개업소는 물론 부동산정보회사, 전문가들조차 명확한 투자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각자의 셈법과 기대감만 갖고 투자자가 모이고 실제 투자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3구역 사업속도 가장 빨라…5구역은 입지 경쟁력 최고

    한남뉴타운 구역별 위치. /김리영 인턴기자

    한남뉴타운은 이태원·이촌·한남·동빙고동 일대 111만㎡에 아파트 등 주택 1만1658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한남뉴타운의 입지가 좋다는데는 거의 이견이 없다.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을 갖추고 서울 강북 도심과 강남권이 모두 가깝다.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용산민족공원 조성 호재도 있다. 반면, 한남뉴타운 중심부와 동쪽 지역은 전철역이 멀고 학군이 조성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한남뉴타운 구역별 사업추진 현황. /자료= 서울시, 각 조합

    5개 구역으로 나뉜 한남뉴타운은 구역마다 사업 속도에서 차이가 크다. 이태원역과 녹사평역 사이 한남뉴타운 1구역은 지난해 3월 정비구역에서 해제됐다. 남은 구역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3구역이다. 2017년 10월 가장 먼저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3구역은 면적이 39만3729㎡로 전체 뉴타운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할만큼 크다.

    한남3구역은 건축심의가 보류됐다가 다시 도전해 지난해 10월 심의를 통과했다. 서울시가 건축물 높이를 해발 90m 이하로 제한하면서 최고 층수도 당초 계획된 29층에서 22층으로 낮아졌다. 3구역에는 테라스하우스를 포함한 공동주택 195개동, 총5816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전체 가구의 83.7%가 국민주택규모(85㎡·25.7평) 이하인 중소형으로 짓는다.

    한남뉴타운 3구역 주택가. /김리영 인턴기자

    현재 조합원 수는 3880명으로 임대물량(876가구)을 제외하면 1000가구 정도가 일반 분양 물량으로 나올 전망이다. 한남3구역 조합 관계자는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 받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조합 측은 이르면 5~6년 안에 일반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구역과 4구역은 3구역에 비해 속도는 느리지만 사업성은 더 낫다는 평가다. 2구역은 작년 5월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 통과된 이후 건축 심의를 준비하고 있다. 4구역은 조합원 수가 적고 종교시설이나 학교 등 이전 문제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5구역은 남산과 멀어 층고 제한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한강과 가깝다. 신분당선 3단계 연장선 통과(동빙고역)도 있어 한남뉴타운 내에서 입지가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서울시가 해발 90m 이하로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바람에 당초 50층으로 짓는다는 계획이 무산된 것은 악재(惡材)다. 서빙고 변전소 이전이 확정되지 않은 문제도 복병이다.

    ■평당 1억원인데 지금 사도 수익성 있나

    현재 한남뉴타운은 투자 금액이 너무 커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전용면적 33㎡ 빌라의 매매가격이 10억원 이상이다. 전세끼고 매입한다고 해도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이 낮아 6억~7억원은 현찰이 있어야 한다. 그나마 소형 매물은 거의 없다.

    외국 상점이 많은 한남뉴타운 내 우사단로. /김리영 인턴기자

    현재 가격으로 투자하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한남뉴타운의 일반 분양가격을 3.3㎡당 낮게는 4000만원, 높게는 6000만원까지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일반 분양가격은 현재 국내에서 최고 부촌(富村)으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의 분양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한남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1년 새 반포동 일대 아파트 최고가가 3.3㎡당 6000만원에서 700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며 “반포를 내려다보는 한남뉴타운 분양가격도 평당 최소 6000만원, 높게는 7000만원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당 6000만원에만 분양되면 지금 투자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주장이다.

    반면 보수적인 평가도 나온다. 한남뉴타운은 3.3㎡당 8000만원 정도의 비싼 분양가격이 아니면 수익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한남뉴타운은 단기 급등한 지역으로 현재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보인다”며 “규제로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가 재개발 사업에도 손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만큼 1~2년 정도 부동산 정책 추이를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투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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