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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 해운대 아파트도 두달 새 1억 빠졌다

    입력 : 2018.02.18 22:30

    [약세로 돌아선 해운대 집값]

    규제로 외지 투자수요 막히자 순식간에 부동산 가격 떨어져
    작년 초 100대 1 넘던 경쟁률… 올들어 1순위 미분양까지 발생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있는 A아파트 전용면적 114㎡가 지난달 5억2500만원에 팔렸다. 작년 6월에 6억62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7개월 만에 1억3700만원이 내린 것이다. 해운대의 랜드마크로 60층 이상 마천루가 늘어선 마린시티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전용 135㎡는 지난달 21층 매물이 7억원에 계약됐다. 작년 11월엔 5층 매물이 8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1~2년 전만 해도 '부산 (부동산 경기가) 다 죽어도 해운대는 끄떡없다'고 했는데, 이젠 아니다"라며 "해운대 아파트는 여유 자금 가진 외지인이 사들이면서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정부 규제로 수요가 막히면서 가격이 급속히 빠지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해운대 마린시티 야경.
    부산 최고 부촌인 해운대구 집값이 작년 하반기 하락세로 돌아선 뒤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 아파트값은 수천만원씩 떨어지고, 아파트 청약에서도 1순위 미달이 발생했다. 규제와 공급량 증가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사진은 해운대 마린시티 야경. /김종호 기자
    부산의 '최고 부촌'으로 꼽히던 해운대구 집값이 맥을 못 추고 있다. 2015년 이후 '청약 광풍'이 불면서 기존 아파트까지 무섭게 올랐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집값 하락세가 장기화하고 있다. 해운대구는 2016년 말 청약조정 대상지역으로 지정되고도 한동안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작년 7월부터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가 각각 10%포인트 내린 60%, 50%로 강화되고, 11월부터 입주 때까지 분양권 전매(轉賣)가 금지되는 등 규제가 잇따라 강화되면서 주택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반년 넘게 하락세인 해운대 아파트값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2일 한국감정원 조사에서 부산 해운대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1주일 전보다 0.24% 내렸다. 부산 평균(-0.07%)은 물론이고, 부산 내 16개 구와 군을 통틀어 해운대구의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전국적으로 해운대구보다 아파트값이 더 떨어진 지역은 '입주 물량 폭탄'에 신음하는 경기도 안성(-0.28%)과 충남 천안(-0.26%), 조선(造船) 경기 침체로 지역 경제가 위축된 울산 동구(-0.26%) 정도이다. 한국감정원 주간 통계에서 해운대구 아파트값은 작년 8월 7일 조사 이후 반년 넘게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부산 해운대구 주요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
    KB국민은행의 아파트 시세를 보면 해운대구에서 바다 조망이 가능한 새 아파트 정도만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입주 20년 전후 노후 단지들은 최근 6개월 사이 시세가 수천만원씩 하락했다.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집주인 사이에서 '당분간은 제값을 못 받는다'는 심리가 강해 매물을 내놓지 않지만, 신규 입주하는 아파트가 많아서 가격 하락세를 촉발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114'는 "2월 부산에서 입주 예정인 아파트는 5400여 가구로 작년 2월(1153가구)보다 370% 늘었다"고 밝혔다.

    최근 급증한 가계대출 부담으로 주택 매수 수요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초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부산 지역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규모는 59조6000억원으로 2010년 말(31조4000억원)과 비교해 거의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최근 2~3년 사이 부산 지역 분양 시장이 호황을 누리자 빚을 내 부동산 투자에 나선 사람이 많았지만,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꺾이면서 추가 매수 수요가 끊긴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2015년 이후 이상 과열 현상을 보였던 부산의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올랐던 해운대 일대도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약시장도 급랭

    신규 청약시장 분위기도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부산은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기본 경쟁률이 100대1"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청약 광풍'이 불었다. 해운대구 역시 2016년 1월부터 작년 10월까지 평균 청약 경쟁률이 123대1에 달할 정도였지만, 작년 11월부터 분양권 전매 규제가 강화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달 중순 해운대구 재송동에서 분양한 '센텀천일스카이원'은 6개 주택형 중 3개가 1순위에 미달했다. 부산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센텀시티와 가까운 데다 단지 전체(208가구)를 시장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으로 구성했지만, 청약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분양 관계자는 "부산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올해 첫 분양이다 보니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며 청약을 망설이는 수요자가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청약시장이 위축되면서 부산 지역 미분양 주택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2015년 말 1290가구였던 부산의 미분양 주택 수는 작년 6월 734가구까지 줄었지만, 작년 12월엔 1920가구로 6개월 만에 162% 증가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해운대 일대는 부산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싸지만, 정부 규제에도 집값이 고공 행진하는 서울 강남과는 다른 시장"이라며 "외지 투자자 사이에서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퍼졌고, 입주 물량 등 공급도 풍부해 당분간은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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