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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꼼수였나" 분양아파트 임대로 돌려 최대 6천억 차익

    입력 : 2018.02.10 07:00

    경기 하남시에 속하는 위례신도시 북위례에서 지난 5일 분양한 ‘위례 호반가든하임’ 아파트. 전체 699가구가 전용면적 101~149㎡ 중대형 주택인데다 위례신도시에서 2년 여만에 공급되는 단지여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 단지는 원래 일반분양 아파트로 공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호반건설 계열사인 호반건설산업은 민간임대 아파트로 사업방식을 바꾸면서 그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위례 호반가든하임 아파트 위치. /네이버 지도

    통상 건설사들은 임대보다 분양을 선호한다. 자금 회수가 빠르고 분양 수익도 더 많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이 오르고 위례처럼 청약 수요가 많은 지역에선 분양하면 금세 완판되는데 굳이 임대를 할 이유가 없다.

    호반 측도 이를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여기에 하나의 함정이 숨어있다. 바로 분양가 상한제다. 위례신도시는 공공택지여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건설사가 이익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택한 방식이 바로 민간임대다. 임대아파트는 임대의무기간(4년 또는 8년)이 지난 후 분양으로 전환할 때 건설사가 분양가를 사실상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집값이 오르면 건설사가 이익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셈이다.

    공사비 회수가 늦어진다는 단점은 있지만 이 아파트는 이마저도 중도금 성격의 전세보증금을 가구당 6억원 정도로 최대한 높여 부담을 덜었다. 실제 전용면적 101㎡를 임대 분양받을 경우 보증금으로 6억2000만원을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나눠낸 뒤 2021년 2월 입주 때부터 월 임대료로 25만원을 내야 한다.

    위례호반가든하임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방문객들이 청약 상담을 받고 있다. /조선DB

    일각에서는 ‘꼼수’로 비판받는 방식이지만 주택업계에서는 이런 공급 방식이 앞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요즘처럼 집값이 상승하는 시기에 분양가 상한제가 강하게 시행될수록 건설사 입장에서는 임대 후 분양으로 얻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7년 후 시세 평당 4000만원 되면 6100억대 수익

    호반건설산업이 민간임대로 가져가는 이득은 얼마나 될까. 금융비용은 제외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이를 계산해봤다.

    우선 호반은 위례호반가든하임 부지 4만2000여㎡를 2016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약 2162억원에 매입했다. 다음은 건축비인데, 분양가 상한제에 사용되는 공공주택 표준건축비는 3.3㎡당 610만원 정도다. 이를 전체 건축 면적(4만2000㎡×용적률 230%)으로 곱하면 약 1785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층수와 지하 암반 공사, 마감재 수준에 따라 건축비가 다소 달라지기는 해도 평당 610만원 정도면 거의 최고급 수준으로 지을 수 있다”고 했다.

    아파트 건설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땅값과 건축비를 합해 약 3947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아파트는 임대보증금으로만 가구당 평균 6억원을 받기 때문에 총 4000억원이 넘는 보증금으로 이 비용을 전부 회수할 수 있다.

    위례신도시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격. /자료=국토교통부

    만약 호반이 이 아파트를 일반 분양했다면 수익은 얼마나 됐을까. 주택업계에서는 ‘위례 호반가든하임’의 분양가가 분양가 상한제 심사 결과에 따라 3.3㎡당 2000만~2400만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본다. 가장 높게 잡아 24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분양으로 인한 총 매출은 6590억원 정도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더라도 분양대금에서 토지·건축비를 뺀 수익이 2643억여원이다.

    다음으로 분양이 아닌 임대로 공급하고 4년 후 분양 전환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주택 가격이 조금도 오르지 않아 7년 후에도 현재 위례신도시 시세인 평당 3000만원에 분양한다고 가정한다. 이 때 총 분양대금은 8238억원으로 추산되며 토지·건축비를 빼면 4291억원이 남는다. 분양 전환 기간동안 발생한 금융 비용은 입주민들에게 받는 임대료 수익으로 상계할수 있다.

    집값이 앞으로도 계속 오르면 7년 후 분양 전환시 이익은 더 커진다. 만약 분양 전환 시점의 시세가 3.3㎡당 4000만원까지 오른다면 총 분양대금은 1조98억원으로 늘어나고, 호반건설 측 이익은 6151억원으로 132% 급증한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했을때와 7년 후 분양 전환시 수익-비용 비교.

    ■‘안하면 손해’…건설사들, 임대 후 분양 전환 적극 검토

    최근까지 분양전환 민간임대 아파트는 주로 경기도 외곽에서 중소 건설사가 공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호반과 마찬가지로 보증금을 전세금 수준으로 높이고 임대료를 낮춰 사업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공급됐다. 작년 말 경기도 성남시 고등지구에서 ‘제일풍경채’ 민간임대 아파트 543가구가 공급돼 9일만에 100% 계약됐다. 다만 올해 계획된 민간임대 아파트 공급은 더 이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업계에서는 앞으로 호반건설처럼 민간임대 방식을 검토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집값 상승이 예상되는 현재 상황에서 임대 후 분양 전환 방식을 선택하면 이익이 더 커지는 상황에서 ‘안하면 손해’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공택지가 아닌 민간택지에서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 보증심사를 통해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면서 “민간 택지에서도 임대방식을 선택하는게 사업성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분양된 민간임대 아파트. /자료=부동산114

    더구나 법적인 제한도 없다. 일반분양 아파트를 짓기 위한 땅에 임대아파트를 공급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다. LH관계자는 “임대 용지는 임대 활성화를 위해 원가보다 싸게 공급하는 혜택을 주기 때문에 임대주택만 지을 수 있다”면서 “분양 용지에 임대아파트 공급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자금에 여유가 생긴 중대형 건설사들 상당수가 임대 후 분양 전환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1~2개 사업장에서 임대 후 분양 전환을 적용해도 자금에는 별 문제가 없다”며 “꼼수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어 안하는 것일 뿐 현재 상황에서는 임대 후 분양 전환이 확실히 이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대 후 분양 전환은 수요자 입장에서는 분양보다 불리한 만큼 임차인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구나 ‘위례 호반가든하임’ 전용면적 101㎡의 경우 가구당 6억원에 가까운 보증금 액수는 주변 전세 시세보다 높다. 작년 위례신도시 ‘위례 그린푸르지오’의 같은 면적 아파트 전세보증금이 6억원 선이다. 앞으로 3년간 전세 시세가 오르지 않으면 임차인들은 손해를 보게 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임대 후 분양 전환에 위법 요소가 없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다 지어진 아파트에 실제 살아본 후 분양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 꼭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다”며 “다만 집값 상승기에는 원래 소비자가 가져가야 할 시세와 분양가의 차익 부분을 건설사가 독차지하게 되기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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