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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평이 12억은 해야지" 폭주하는 강동 집값

    입력 : 2018.02.09 06:31

    올 1월 31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 A씨는 최근 인터넷 부동산 매물 사이트에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매매가 9억원에 올렸다가 주민 항의 전화를 받고 혼쭐이 났다.

    “우리 아파트 단지 30평대가 11억, 12억원은 해야지…. 9억원이 말이 되나요. 당장 내리지 않으면 허위매물로 신고하겠어요.”

    A씨는 집주인 의뢰를 받은 그대로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지만, 전화를 건 주민은 막무가내로 매물을 내리라고 요구했다. A씨는 “요즘 우리 동네 주민들이 ‘강남 4구’라는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며 “실제로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내가 봐도 좀 겁난다”고 했다.

    강동구 집값 상승세가 ‘형님’격인 강남3구 집값 상승세를 따돌렸다. 부동산리서치 회사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2월 첫째주(2일) 조사에서 강동구 아파트 값은 한 주만에 1.91% 올랐다. 서울 25개구 중에서 1위다. 서울 평균 상승률(0.43%)의 4배다.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 시세는 거의 폭주(暴走) 수준이다. 강동구 재건축 시세는 2월 2일 조사에서 한 주 사이에 4.2% 올랐다. 올 들어 5주만에 9.57% 올랐다. 10억원 정도 하는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값이 평균적으로 한달여만에 1억원씩은 모두 뛰었다는 의미다. 강남3구 재건축 가격도 강동구 재건축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올 들어 강남구 재건축은 4.72%, 서초구는 3.15%, 송파구 5.04% 올랐다.

    강동구 고덕동과 상일동 일대에 분양과 입주를 앞둔 아파트 단지들.

    강동구 주택 시장이 이처럼 펄펄 끓는 첫번째 이유는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 아파트 초과이익 환수제’라는 규제를 피한 점이다. 강동구 재건축 아파트들은 사업속도가 빨라 이미 관리처분인가 절차를 통과했고, 이미 공사 중인 단지도 적지 않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으로 평균 집값 상승률을 넘는 개발이익이 발생하면 최고 절반까지 정부가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주공1·4단지를 재건축한 고덕아이파크(2011년 2월 입주)와 고덕숲아이파크(2017년 11월 입주) 아파트는 입주를 마쳤다. 고덕주공2·3·5·7단지 재건축한 고덕그라시움(2019년 9월 입주예정)·아르테온(2020년 2월 입주)·센트럴아이파크·롯데캐슬배네루체(2019년 12월 입주)는 입주예정이다. 고덕주공 6단지는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돼 4월 분양 예정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동구 재건축 단지들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분담금 리스크가 전혀 없고,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지금 시장 상황에 딱 들어 맞아 투자자가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동구에서 사업이 진행 중인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 /김리영 인턴기자

    고덕그라시움(왼쪽)과 아르테온 아파트 공사 현장. /김리영 인턴기자

    ■9호선 4단계도 논의 중…3단계 연장 공정률은 93%

    서울지하철 9호선 연장안이 추진되는 것도 강동구 주택시장에 대형 호재다. 현재 9호선 종점인 종합운동장역에서 송파구와 맞닿은 강동구 둔촌동 보훈병원까지 잇는 3단계 연장 공사(9.6km)는 공정률이 93%다. 2018년 12월 개통 예정이다.

    9호선 노선을 길동생태공원을 거쳐 강동구 동쪽 끝자락인 샘터공원까지 연결하는 4단계 연장 노선(3.8Km)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도 진행 중이다. 강남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9호선 4단계가 건설되면 강동구 전역에서 강남 업무지구로 가는 시간이 30분 이내로 줄어들어 주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지하철 9호선 3단계와 4단계 연장 노선도. /심기환 인턴기자

    강동구에선 상업·업무 지구도 개발도 활발하다. 서울시는 고덕강일공공주택1지구에 23만4523㎡ 규모로 ‘고덕 상업업무 복합단지’를 짓기로 하고 지난해 12월부터 용지 공급 공고에 나섰다. 이 부지에 호텔, 컨벤션, 비즈니스 시설, 연구단지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글로벌 가구기업 이케아(IKEA)와도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약 3만8000명이 이 곳에 근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일동 상일IC 인근에는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센터가 들어서며 올 3월 삼성물산이 이곳으로 옮겨온다. 복합단지가 완공되면 강동구가 베드타운에서 업무지구까지 갖춘 자생력 있는 지역으로 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매매가·분양가 모두 고공행진

    강동구에서 아파트 값이 가장 강세를 보이는 지역은 둔촌동과 고덕동 아파트 단지다. 공사가 진행 중인 둔촌동 둔촌주공1~4단지는 ‘매머드급 단지’로 총 1만1106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현재 둔촌주공1단지 조합원 매물은 전용 88.43㎡가 올 1월 12억5000만원(2층)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11월 팔린 같은 층 매물보다 5000만원 더 올랐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김리영 인턴기자

    둔촌주공아파트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이 단지는 8·2부동산 대책으로 조합원지위양도가 불가능한 지역이지만 국토교통부가 기존 예외조항을 인정하면서 착공일까지는 조합원 지위양도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일반분양 물량은 재건축 전매 제한에 걸려 거래할 수 없다.

    고덕동 일대 주요 아파트와 분양권 실거래가격. /자료=국토교통부

    작년 입주한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전용 84.83㎡는 올 1월 9억8000만원(13층)에 팔렸다. 작년 10월 9억4800만원(16층)에 거래된 이후 3200만원 올랐다. 고덕 아이파크 아파트는 작년 12월 8억9500만원(5층)에 거래됐다. 전용 59.99㎡는 7억2000만원(11층)에 팔린 것이 최고가다.

    고덕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힐스테이트 아파트. /김리영 인턴기자

    주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강동구에선 오피스텔 시장도 꿈틀대고 있다. 강동구는 강남권이긴 해도 업무지구가 형성되지 않아 오피스텔 공급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고덕동 일대에 대형 업무복합단지가 조성되고, 강남으로 가는 지하철이 확장되면서 오피스텔 분양 시장도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 6월 공급된 상일동 고덕센트럴푸르지오는 1순위 청약 마감됐다. 효성은 지난달 효성해링턴타워 더퍼스트(2020년 9월 입주 예정·410실)를 분양했다. 이 오피스텔은 고덕역 4번 출구 앞 초역세권이라는 점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이 오피스텔 분양 관계자는 “오피스텔 입지가 초역세권이고, 주변에 기존 오피스텔도 많지 않아 투자자 관심이 높았다”며 “강동구에 전철이 개통하고, 업무지구가 조정되면 오피스텔 시장 분양 물량도 늘고, 투자자도 더 몰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덕역 효성해링터타워 더퍼스트 오피스텔 사업부지. /김리영 인턴기자

    전문가들은 강동구 주택시장이 머지 않아 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박원갑 KB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동구 핵심 재건축 단지들이 너무 급하게 오른 감이 있다”며 “9호선 연장 등 호재도 있어 단기적으로는 추가적인 상승이 예상되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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