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2.08 03:00 | 수정 : 2018.02.08 06:47
강북 일부 아파트단지 '집값 담합'
호가보다 낮게 매물 올린다고 중개업자에 항의, 비난 글 올려
작년 말 송파구에 있는 한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에 '○○ 집값 지키기 운동본부' 명의로 된 게시물이 붙었다. '강남 아파트가 담합을 통해 매주 1억씩 집값을 올리고 있는데, 우리 단지도 일정 가격 이하로 집을 팔지 않기로 결의했다'는 내용과 함께 주택형별로 '○○억원 이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서울 일부 지역 주민이 일정 가격 이하로 집을 팔지 말자는 '집값 담합'에 나서고 있다. 수요가 꾸준한 인기 지역에서 매물이 줄고 매도자 우위 시장이 만들어지자, 집주인들이 담합으로 집값 끌어올리기에 나선 것이다.
주민들로부터 호가보다 낮게 매물을 올린다고 비난을 받은 중개업소들이 매물 광고를 올리지 않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최근 서울 강북 한 아파트 주민 인터넷 커뮤니티에 부동산 중개업자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부동산 정보 사이트에 중개업자가 낮은 가격의 매물 광고를 올리면서, 강남보다 집값이 덜 올랐다는 내용이다. 비난 글이 이어지자 중개업자들은 네이버 매물 광고를 중단했다. 용산구 A아파트는 네이버에 등록된 매물이 없다. 강동구의 B아파트도 수천 가구 규모의 대단지이지만, 네이버에 있는 매물은 2건이다.
지난달에는 서울 강남구의 한 중개업소가 주민들로부터 '낮은 시세를 제공한다'는 항의를 받고, 시세 정보 업체에 더는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없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공인중개사 C씨는 "소수의 욕심 많은 사람 때문에 벌어진 일인 것 같다"며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중개업소와 상관없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집값 담합은 아파트값이 급등하던 2006년에도 있었다. 주민들이 부녀회·반상회 등을 통해 집값 하한선을 정해, '반상회 아파트값'이란 말도 나왔다.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가격 담합 아파트' 명단을 인터넷에 공개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처벌하지는 못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급격히 오른 집값이 떨어질까봐 집주인들이 불안해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라며 "각자 자금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담합이 계속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