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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취소하라" 동탄2에 하자 분쟁 폭증

    입력 : 2018.02.08 06:31

    올 1월31일 입주 시작 당시 A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모습. /입주예정자 카페 제공

    “당장 오늘부터 입주가 시작됐는데, 아직도 공사판인 아파트에 입주했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 A 아파트 입주예정자 협의회 김모 회장은 올 1월 31일 현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이 아파트는 이날부터 주민 입주가 시작됐는데 지하주차장에는 공사 장비와 자재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계단과 엘리베이터 등 공용 부분은 여전히 공사판을 방불케 했던 것. 김씨는 “입주 때까지 공사를 못 끝냈으면 제대로 될 때까지 준공을 미루고 보수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화성시가 덜컥 준공 승인을 내줬다”며 “1군 건설업체 아파트라서 믿고 전 재산을 맡긴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분노가 치민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입주가 본격화하고 있는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가 아파트 하자 분쟁으로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동탄2신도시는 작년 초 부영이 지은 아파트 1곳에서 무려 9만여 건에 달하는 하자가 나왔다고 해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 말 입주가 시작된 경기 화성시 A 아파트. /한상혁 기자

    ■곳곳서 하자 분쟁…“준공 취소하라” 민원도

    A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입주일이 됐는데도 집 내부에도 심한 하자가 있고, 공사 마무리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입주자 B씨는 “올 1월 초 사전 점검 때 집안에 하자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입주일 이후에도 전혀 수리하지 않았다”며 “현관문이 시공 오류로 열리지도 않고, 다용도실 벽에는 크게 금이 가 있었다”고 말했다.

    A 아파트의 집 내부 하자를 입주자가 직접 촬영했다. /입주예정자 카페 제공

    이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시공사 뿐 아니라 화성시청과 청와대 등에 아파트 하자·미시공에 따른 불만을 표시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결국 지난 2일 시공사인 C사와 입주 예정자 대표가 ‘하자 보수 처리 계획과 품질 향상’에 대해 합의서를 작성하면서 마찰이 일단락됐다. 아파트 하자에 대해 입주자들이 더 이상 문제삼지 않는 대신 정해진 시기까지 하자 처리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시공사가 모든 손해를 배상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아파트뿐이 아니다.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반도건설의 ‘반도유보라 4.0’ 아파트도 지난달 30일 입주를 앞두고 비슷한 진통을 겪었다. 입주예정자들이 사전 점검에서 하자가 많이 발견됐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경기도가 직접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입주예정자들이 집단 반발하며 한때 반도건설 본사 앞에서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화성시에 따르면 두 아파트 뿐만 아니라 동탄2신도시에서 입주하는 아파트 대부분이 하자 분쟁을 겪고 있다. 입주를 앞두고 화성시에 ‘준공 승인을 내주지 말라’거나 ‘준공 승인을 취소하라’는 민원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자 입장에서는 준공 승인이 나지 않으면 건설사가 입주지연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지체 보상금 등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준공 승인이 나면 하자가 있어도 통상적인 보수만 해주면 된다.

    화성시 관계자는 “ A 아파트 준공 승인은 감리업체 감리와 소방점검 등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사소한 하자는 건설사가 100%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입주자들이 요구하는 하자 보수 때문에 사용 승인을 늦추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주예정자들은 “입주자 동의 없이 준공 승인을 내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화성시 측은 “준공 승인에 필요한 요건을 갖출 때까지 승인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아파트 입주 급증에 ‘부영 사태’마저 겹쳐

    시공 회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 아파트 시공사인 C사는 “공기(工期)가 촉박해 막판 준비가 부족했고, 사전 점검에서 미비한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입주 시점에서 아파트 품질은 문제가 없다”며 “하자 보수 전문팀을 보강했고 먼저 입주하는 세대부터 최선을 다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탄 반도유보라 4.0’ 시공사인 반도건설 역시 “입주를 앞두고 입주 예정자들이 하자 보수를 요구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라며 “입주자들과 하자 보수 계획 뿐 아니라 필요한 보상조치까지 협의가 완만히 이뤄져 현재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올 1월말 입주를 시작한 동탄2신도시 '반도유보라 4.0' 아파트. /한상혁 기자

    일각에서는 유독 동탄2신도시에서 하자 분쟁이 급증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 지역의 주택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준공 단지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협력업체 인력과 자재 공급이 어려워 입주 시기까지 마감·도색 등 마무리 공사를 완벽하게 끝내지 못하는 단지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1년여 전 동탄2신도시 부영아파트 사태를 지켜본 입주예정자들이 불안감 때문에 하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부영아파트 사태 당시 “영업 정지 등 모든 제재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동탄2신도시 입주를 앞두고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금 시세가 약세를 보이면서 입주자들이 하자에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자나 미시공은 완벽한 새 아파트를 기대하던 입주자 입장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이지만 건설사 측에서도 준공이 지연되는 것은 부담이 커서 합의가 쉽지 않다”면서 “입주자 입장에서는 사용승인 권한이 있는 관청에 엄밀한 조사를 요구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일단 준공 후에는 적극적인 보수와 그로 인한 별도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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