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입력 : 2018.01.23 00:24

    [새 아파트 수요 여전한데…]

    재건축부담금 폭탄에 공급 줄면 주변 아파트들 반사이익 기대
    '래미안대치팰리스' 팔려던 집주인 "더 오를 것 같다" 매물 거둬들여

    "재건축 단지인 잠실 주공5단지는 '직격탄'을 맞겠지만, 재건축 시장이 위축되면 주변 새 아파트는 반사이익을 보겠죠. 벌써 '분양권 사고 싶다'는 문의가 쏟아집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A공인중개사무소)

    22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 헬리오시티'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쏟아지는 문의전화로 웃고 있었다. 최근 정부가 재건축 가능연한 연장을 시사하고, 초과이익 환수제에 따른 수억원의 예상 부담금을 발표하는 등 재건축 단지에 대한 규제를 가하면서 강남권 신축 아파트 값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옛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올해 12월 입주 예정이다.

    정부가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강남 재건축 단지를 겨냥한 규제안을 내놓으면서 이미 재건축을 진행한 신축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풍선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교통·교육 등 생활여건이 좋은 서울 강남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재건축 규제로 공급이 위축되면 수급 불균형이 더 심해진다는 분석이다.

    ◇강남 새 아파트 몸값 高高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는 강남·서초구의 새 아파트 단지에선 팔려고 내놨던 아파트를 급히 회수하고 있다. 대치동 청실아파트를 재건축해 2015년 입주한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작년과 비교해도 벌써 수억원이 올라 '이제 오를 만큼 올랐다'며 팔려고 하던 집주인들이 '가격이 더 오를 것 같다'며 물건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노후 아파트가 많은 강남권에서는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워낙 높다"며 "재건축을 막으면 대신 인근 새 아파트나 재건축이 진행된 아파트 분양권을 사겠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좋은 입지와 학군, 생활 인프라를 원하는 수요가 강남 집값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시세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입주 30~40년 된 노후 재건축 단지보다 이미 재건축을 마친 새 아파트 집값이 더 많이 올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재건축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신반포 3차' 전용 99㎡는 작년 1월 12억2500만원에서 올해 1월 14억원으로 12% 올랐지만 2016년 8월 완공된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같은 기간 18억7500만원에서 23억5000만원으로 24% 올랐다.

    1983년 준공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쌍용 대치'(전용 96㎡)와 2015년 입주한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 84㎡)를 비교해봐도 지난 1년간 상승률은 각각 14%와 28%로, 2배 차이가 난다. 윤지해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이미 강남에는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누적되어 있기 때문에 재건축 연한 연장,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재건축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면 그 수요가 인근 새 아파트 등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 등에서도 "재건축 수요 이동할 것" 기대

    각종 개발 사업이 추진 중인 서울 강북 지역에도 재건축 시장 위축이 호재(好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남 지역으로 이동하기 쉽고, 재건축·개발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는 용산 등이 대표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부가 계속해서 규제를 내놓고, 시장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는 남아있기 때문에 사업이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되거나 확실하게 추진될 수 있는 지역의 몸값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 D공인중개사무소 측은 "강남 재건축이 더디게 진행되면 같은 가격이면 강남보다 훨씬 더 넓은 평수를 살 수 있으면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접근 가능한 용산으로 강남 지역 수요가 일부 밀려오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용산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는 "이미 집을 내놓은 사람들도 시세를 좀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온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노후 재건축 단지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이 줄어들고, 일반분양이나 이미 재건축 추진이 진행된 단지 등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