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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텅비었던 송도, 이제 살만해졌다는데…

    입력 : 2018.01.21 06:31

    G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송도국제도시. /김리영 인턴기자

    지난 4일 오전 찾은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G타워 전망대. 꼭대기에 서보니 송도의 상징인 포스코타워를 비롯해 고층 빌딩들이 아스라히 눈에 들어왔다. 추운 날씨 탓에 거리에 인파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인천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과 송도 포스코타워 옆 쇼핑몰로 들어가자, 가이드와 함께 온 외국 관광객과 송도 주민들이 뒤섞여 붐비고 있었다.

    2003년 국내 첫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국제도시. 지금까지 고층 업무용 빌딩과 아파트는 즐비했지만, 정작 사는 사람이 많지 않아 ‘유령 도시’라고 불리기도 했다. 껍데기만 그럴싸하고, 속은 텅 비었던 셈이다. 주택도 과잉 공급되면서 미분양이 속출해 침체가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2~3년 송도국제신도시의 속살이 크게 바뀌고 있다. 송도가 ‘사람 살만한 곳’으로 바뀌면서 인구도 늘고, 주택 시장도 강세로 돌아선 것이다.

    땅집고 취재팀은 되살아나기 시작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주택 시장을 돌아봤다.

    송도국제신도시 개요. /김리영 인턴기자

    ■인천의 ‘강남’ 송도…7월 이후 미분양 ‘제로’

    인천 연수구 미분양 주택 추이. /자료=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송도국제도시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천시 연수구의 경우 2014년 5월 기준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3146가구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 2~3년간 이어진 주택 시장 호황과 송도국제도시 내 각종 개발사업이 현실화하면서 분위기가 회복됐다.

    지난해 7월 ‘미분양 아파트 제로(0)’를 달성한 이래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한 채도 없다. 지난해 송도에서만 7100여 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됐는데 모두 완판됐다.

    송도의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국토교통부

    집값도 강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송도센트럴파크푸르지오 84㎡는 작년 6월 6억6500만원(38층)에 실거래됐다. 작년 8월엔 7억6500만원(24층)에 팔려 불과 2개월 사이 1억원 가량 올랐다. 아파트 분양권 웃돈(프리미엄)도 높게 붙었다. 호반베르디움에듀시티3차(2020년 6월 입주·1530가구) 아파트 84㎡는 분양가에 1억8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연수구 아파트 가격은 2013년까지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가 2015년 이후 3년간 10.6% 상승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인구 증가 추이. /자료=인천경제자유구역청

    ■교육·교통·상업 인프라 갖춰지며 ‘살만한 곳으로’

    송도국제도시 주택시장이 되살아난 이유는 교육 환경과 교통·상업시설 등 송도의 생활 인프라가 개선되고, 기업 이전에 따른 인구 유입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국적인 주택 경기 상황도 송도 개발 초기보다 훨씬 나아졌다.

    “몇 년 전만해도 송도에는 보기 좋은 건물만 있지 사람 살기에는 너무 불편하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중·고등학교와 외국대학도 많이 개교해 국제도시 분위기가 물씬 나고, 쇼핑시설도 많이 들어서 인천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송도 1동에서 만난 부동산 공인중개사 A씨는 송도 자랑을 쉴새없이 늘어놨다. A씨는 “인천 주민들에게 송도는 서울 ‘강남’과 마찬가지”라며 “같은 국제도시여도 청라와 영종보다 송도는 개발 속도가 빠르고, 도시 인프라도 충분한 편”이라고 했다.

    2009년 인천대교가 개통한 이후 지식정보단지·바이오단지·첨단업무클러스터 등 총 11개 공구 사업지에 포스코건설 본사 사옥,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 국제기구 등이 입주했다. 2년전부터는 대규모 쇼핑 시설도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2016년 현대프리미엄아웃렛이 개점했고 2017년 1월에는 코스트코가 들어섰다. 올해는 송도 롯데몰이 오픈할 예정이며 신세계몰, 이랜드몰도 연이어 문을 열 예정이다.

    교육기관 입주도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현재 송도에는 채드윅국제학교, 달튼외국인학교, 한국뉴욕주립대, 미국 조지메이슨대와 유타대, 벨기에 겐트대가 개교했다. 광역 교통망도 확충될 예정이다. 2003년 개통한 인천도시철도 1호선은 송도 주요 지역을 지나고, KTX송도역(2021년 준공 예정)과 GTX-B노선(송도~서울역~남양주)도 추진 중이다. GTX-B노선은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고 있다.


    송도에서 분양한 아파트 청약경쟁률.

    ■집값 평당 1400만원 육박…외부 인구 유입이 관건

    송도국제도시 주택시장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인천 구(舊) 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송도의 아파트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고소득층이 송도로 계속 유입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송도의 아파트 3.3㎡당 매매 가격은 1396만원에 육박한다. 현재 송도에는 인천에 사는 고소득층과 자산가들이 상당부분 유입됐다. 앞으로 인천 내에서 송도로 인구가 추가 유입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송도의 B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인천지역에서 송도 집값을 감당할 인구가 많지는 않다”며 “기업들이 추가로 들어오고, 인천 외 지역에 사는 고소득자들을 끌고 와야 미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2016년 기준 송도국제도시에 입주한 기업은 1261개, 종사자 수는 3만5156명 수준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송도국제도시 인프라가 빠른 속도로 갖춰지면서 자발적으로 입주하고 싶어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인구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기업 유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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