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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은 끝내주죠" 15년 침체 벗어난 노량진

    입력 : 2018.01.11 07:00

    지하철 1,9호선 환승역인 노량진역. /김리영 인턴기자

    “요즘 노량진뉴타운에 단독주택이나 빌라는 매물이 별로 없어요. 집주인들이 매물을 다시 회수하고 팔려고 내놓은 물건은 호가가 너무 비싸고…. 아무래도 뉴타운 구역마다 사업 속도가 나기 시작하면서 집 주인들 기대감이 부쩍 커졌죠.”

    지난 5일 오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학원가 인근에서 만난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노량진이 언제쯤이나 개발되려나 싶었는데, 요즘 동네 전체가 꿈틀꿈틀한다”고 말했다.

    노량진하면 수산시장과 학원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교통 여건을 보면 서울 요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지하철 1호선과 9호선이 지나는 노량진역에서 여의도·광화문·강남 등 서울 3대 업무지구까지 모두 20분 이내에 닿는다. 한강이 가까워 개발만 제대로 진행되면 한강 조망권을 확보한 아파트 단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노량진동 일대에서는 아파트를 찾기가 쉽지 않다. 신동아리버파크와 노량진우성 등이 있지만 낡은 단독주택과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대부분이다. 대로변에서 조금만 들어가도 30~40년된 노후 주택들이 차량 2대가 지나가기 힘들 만큼 좁은 골목길에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서울시도 개발 필요성을 인정해 2003년 노량진동 일대를 2차 뉴타운 지역으로 지정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15년째 착공한 곳이 한곳도 없을 만큼 지지부진했다.

    그런데 최근들어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작년 11월 10일 노량진 뉴타운에서 가장 규모가 큰 1구역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데 이어, 사업 속도가 가장 늦었던 3구역도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면서 노량진 뉴타운 전체가 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동작구청 청사 부지 개발이 확정되고 서부선 경전철 건설 호재도 나왔다. 주민들 사이에선 “노량진은 교통 환경이 좋아 제대로 개발만 되면 서울 서남권 핵심 주거지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땅집고 취재팀은 최근 노량진 뉴타운을 찾아 개발 상황을 점검했다.

    ■8개 구역 모두 조합설립 완료…본궤도 오른 뉴타운

    노량진 뉴타운 내 구역별 위치도. /김리영 인턴기자

    노량진 뉴타운은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에서 시작해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까지 이어지는 장승배기로 동서쪽 단독·다가구·빌라 등 낡은 주거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사업면적은 노량진동과 대방동 일부까지 73만5393㎡이며 총 8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현재 계획상으로는 모두 재개발되면 아파트 8000가구 정도가 들어선다.

    노량진뉴타운 구역별 사업 추진 현황. /자료=서울시

    노량진 뉴타운에서 현재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노량진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2구역과 6구역, 7구역이다. 2구역은 현재 시공사 선정 중이다. 6구역은 시공사를 GS건설·SK건설 컨소시엄으로 선정했지만, 1구역과 경계 문제로 사업이 지연됐다. 이후 작년 6월 구역을 변경하고 다시 사업 속도를 내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빠르면 올 3~4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12월에 관리처분인가를 받는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방동에 속한 7구역은 작년 11월 4일 SK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현재 이들 지역의 조합원 지분 시세는 3.3㎡(1평)당 단독주택은 2300만원, 빌라와 다세대는 4000만원 정도다.

    노량진 뉴타운 1구역은 뉴타운 전체 면적의 30%를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크다. 1구역은 조합원간 이해관계가 복잡해 사업이 지연되다가 작년 11월에야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대지 지분이 많은 단독주택 보유자에게는 재건축 때 새 아파트 2가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1+1’ 재개발 방식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지난해 발표된 ‘8·2 부동산 대책’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방안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집 2채를 받으면 양도세로 늘어 대지지분이 많은 조합원은 사업성이 다소 떨어지는 탓이다. 노량진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사업이 아무리 빨리 진행돼도 분양까지 5년 이상 걸린다”며 “주택시장 상황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면 양도세 규제도 바뀌기 때문에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3구역은 노량진역과 가장 가깝고 한강 조망도 가능한 곳이 많아 노른자위로 꼽힌다. 3구역의 3.3㎡당 조합원 지분 가격은 대지지분 33㎡ 안팎인 경우 3500만~4000만원대를 호가한다. 그동안 진행 속도가 가장 늦었지만 작년 말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속도를 내고 있다. 노량진동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3구역에는 원룸이 많은데 월세 받아서 사는 조합원들은 개발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이런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고시텔과 원룸 등이 밀집한 노량진 뉴타운 3구역. /김리영 인턴기자

    ■서부선 경전철과 동작구청사 이전은 호재

    속도를 내는 뉴타운사업과 함께 노량진 일대에는 교통·상업 시설 확충 소식도 들리고 있다. 우선 장승배기로 남북을 가로지르는 서부선 경전철이다. 이 노선은 은평구 새절역(6호선)~명지대~여의도~장승배기~서울대입구역까지 총 연장 16.23km이며 정거장 16곳이 들어선다. 새절역에서 노량진역까지 현재 30분, 서울대입구에서 노량진역까지 20분이 걸리는데 서부선이 건설되면 절반 이하로 단축될 전망이다.

    서부선 경전철 예상 노선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 교통과 관계자는 “현재 두산건설이 사업자 제안을 의뢰해 민간사업 적격성 조사를 진행 중이며 착공과 완공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적격성 조사 결과는 올해 중 나올 계획”이라고 했다.

    노량진역 인근에 있는 동작구청 청사. /김리영 인턴기자

    노량진 뉴타운의 상업 기능을 보완할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 건립사업도 진행된다. 노후화된 현 동작구청사를 장승배기 영도시장 인근으로 옮겨 구청·구의회·경찰서 등 행정타운을 만들고 기존 청사 부지를 청년주택과 상업시설, 커뮤니티시설 등으로 복합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동작구 관계자는 “노량진 일대 환경 개선과 개발 촉진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동작구청 이전 사업은 2019년 착공해 2021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상도동 84㎡ 최고 9억원…노량진 뉴타운은 얼마?


    노량진 뉴타운 인근 아파트의 2017년 실거래가 추이. /김리영 인턴기자

    노량진 뉴타운에 지을 아파트 분양 가격을 현재로서 정확하게 예상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 지역 새 아파트 기준으로 보면 중·소형의 경우 3.3㎡당 분양가격이 3000만원 중반 정도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노량진 뉴타운 인근에 최근에 입주한 아파트들의 실거래가는 84㎡(이하 전용면적)가 최고 8억9700만원으로 나타났다. 상도동 상도파크자이 84.92㎡는 지난해 9월 17층이 8억8500만원에 팔린 것이 최고가다. 두산위브트레지움 84.86㎡는 지난해 최고가격이 8억2000만원이었다. 노량진동의 윤정숙 하나부동산 대표는 “뉴타운 아파트는 최소한 현재 주변 신축 아파트보다 시세가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본다”면서 “노량진 뉴타운은 면적이 커서 아파트 입주 이후 전철역 접근성과 한강 조망권에 따라 시세 차이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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