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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는 부동산 불황도 피해갔을까?

    입력 : 2018.01.10 06:01

    “내릴 땐 ‘면적불문’”…중소형 ‘불패론’엔 거품도
    중소형 뒷심은 상승장에서 돋보여

    강남 아파트는 정말 불황에도 끄떡없었을까?

    정부 규제와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강남 4구 아파트의 경우 입지가 좋고 앞으로의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 시장에선 일종의 ‘안전자산’으로 인식된다.

    요즘 부동산업계 관계자들도 별다른 호재가 없는 지역의 아파트 여러 가구를 가지고 있기보다는 이런 ‘똘똘한’ 집 한 채를 보유하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다.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와 금리 인상, 공급 과잉 등의 주택시장 악재가 몰아닥치는 지금 상황에서도 이런 집 한 채를 취하는 전략이 바람직할까. 조선비즈가 부동산114를 통해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연간 서울 평균 아파트 매매가 등락률과 강남 4구 아파트 매매가 등락률 등을 살펴 주택시장 하락기에 강남 4구 아파트 매매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살펴봤다.


    서울 대표 부촌 중의 한 곳으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자이’ 전경. /조선일보DB
    ◆ 서울 집값 내릴 때 강남 4구 덜 내려

    전반적으로 강남 4구 아파트는 부동산시장 침체기에도 서울 평균 아파트 하락률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떨어진 해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햇수로 4년인데, 2012년을 제외하면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 4구 아파트 값은 서울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거나 이보다 덜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2012년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6.6% 하락하며 주택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해다.

    강남 4구 아파트 매매가 하락률은 2010년과 2013년 모두 서울 아파트 평균 하락률보다 낮았고, 2011년은 강남·송파·강동구가 서울 평균치보다 더 떨어졌다. 2011년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2.2% 하락하는 동안 강남과 송파, 강동구는 3.41~4.69% 떨어졌다. 2012년이 유독 강남 4구 아파트 값이 많이 내려간 해였는데, 강남구는 9.46%, 서초구, 송파구, 강동구도 각각 7~10% 하락했다. 불황에도 집값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강남 불패’의 체면을 구긴 셈이다.

    전문가들은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의 부동산 부양책이 나왔던 2012년 강남 집값이 내려간 건 특수한 경우로 봐야 한다”며 “당시 실물경기 침체로 투자심리 자체가 사라지며 강남 집값도 떨어졌기 때문에 유동성이 풍부하고 금리가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올해는 실물경기 침체 위험이 크지 않고 부동산 투자심리가 여전히 살아있어 강남권 주택시장은 큰 위험이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2010~2017년 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 평균 상승률. /자료: 부동산114
    ◆ 주택시장 상승기엔 중소형이 중대형 상승률 훌쩍 웃돌아

    최근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중소형 면적 아파트는 부동산시장 하락기 때 시세가 어떻게 움직였을까?

    전용 60㎡ 이하의 소형 아파트와 전용 60~85㎡인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부동산 하락기에는 전용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와 비교해 크게 구별되는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중소형이라고 꿋꿋이 집값을 방어한 게 아니라 대형 면적이 떨어지는 만큼 하락했다는 얘기다. 중소형 아파트는 부동산 상승기 때 중대형의 상승률을 뛰어넘는 뒷심을 발휘했다.

    2010년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27% 하락했는데, 전용 60㎡ 이하와 전용 60~85㎡, 전용 85㎡ 초과 아파트는 모두 이와 비슷한 2% 초반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강남구와 강동구, 송파구도 마찬가지. 면적이 작다고 눈에 띌 정도로 집값이 덜 내려간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 2012년도 비슷했다. 강남구 아파트 평균 가격이 9.46% 하락했을 때 전용 60㎡ 이하, 전용 60~85㎡, 전용 85㎡ 초과 모두 9.18~9.63% 내려 면적별 하락률엔 별 차이가 없었다.

    중소형은 오히려 부동산 상승기 때 중대형을 압도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2016년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12.8% 올랐는데, 전용 60㎡ 이하와 전용 60~85㎡는 각각 17.75%, 15.51% 오르며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전용 85㎡ 초과는 9.71% 오르는데 그쳤다.

    2017년으로 가면 더욱 격차가 벌어진다. 서초구의 경우 아파트 매매가가 평균 12.67% 오를 때 전용 60㎡ 이하는 15.06%, 전용 60~85㎡는 16% 올랐다. 같은 기간 전용 85㎡ 초과는 10.34% 오르는데 그쳐 중소형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했다. 강남구 아파트의 경우 평균 매매가가 14.51% 올랐는데, 전용 60㎡ 이하는 21.07%, 전용 60~85㎡는 16.94% 올랐다. 전용 85㎡ 초과는 10.98% 상승에 그쳤다.

    ◆ “규제 여파로 입지 좋은 집에 수요 몰린다”

    전문가들은 “올해 4월부터 시행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정부의 보유세 인상 계획 등으로 주택 여러 채를 갖고 가기에는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졌다”며 “결국 입지와 환금성이 좋고 앞으로 집값 상승 여력이 큰 지역에 수요자들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앞으로 재건축이 이뤄지면 집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 양천구 목동 아파트의 호가도 크게 오르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 부동산 전문위원은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인상 가능성 때문에 집을 여러 채 소유하기에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미래 가치가 더 큰 주택 1채에 집중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최근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실속 없는 대형 아파트보다는 중소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강남권 진입이 어렵다면 입지가 상대적으로 좋은 지역의 중소형 아파트를 노리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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