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1.09 22:31
[당·정, 보유세 인상 추진… 기재부는 신중한 입장]
잇단 부동산 대책 약발 안듣자 강남권 겨냥 '세금 폭탄' 검토
전문가 "정부 손댄곳 되레 뛰고 부동산 경기만 위축시킬 우려"
與 일부 "盧정부때 생각 안나나… 종부세 올렸다가 지방선거 참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 "(부동산) 가격이 또 오를 기미가 보이면 더 강력한 대책도 주머니 속에 있다"고 했다. 불과 반년도 안 돼 '주머니 속 대책'이 구체화하고 있다.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서울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1주일 전보다 0.98% 올랐다. 주간 상승률로는 역대 최고치다.
부동산 보유세는 대표적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있지만, 고가 부동산 소유자에게만 세금을 매기는 종부세 개편이 유력하다. 전체 부동산 보유자가 과세 대상인 재산세를 올리면 조세 저항이 따를 수 있다.
종부세를 강화하면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감소하고,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서울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종부세 카드를 꺼내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받아 어렵사리 강남에 집을 마련한 중산층이나 고령자만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에 '핀셋 규제'를 들먹이자 핀셋 닿은 곳만 집값이 부풀었다"며 "지방은 물론 수도권 일부도 집값이 하락세인데, 강남을 타깃으로 종부세를 강화했다가 전체 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 올리면 강남 다주택자들 집 내놓을까
작년 8·2 대책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는 서울 집값 급등의 주범을 '투기하는 다(多)주택자'로 보고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8일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중에서도 재개발·재건축만 올랐다"며 "투기적 수요가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보유세는 대표적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있지만, 고가 부동산 소유자에게만 세금을 매기는 종부세 개편이 유력하다. 전체 부동산 보유자가 과세 대상인 재산세를 올리면 조세 저항이 따를 수 있다.
종부세를 강화하면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감소하고, 고가 주택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서울 강남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종부세 카드를 꺼내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받아 어렵사리 강남에 집을 마련한 중산층이나 고령자만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에 '핀셋 규제'를 들먹이자 핀셋 닿은 곳만 집값이 부풀었다"며 "지방은 물론 수도권 일부도 집값이 하락세인데, 강남을 타깃으로 종부세를 강화했다가 전체 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 올리면 강남 다주택자들 집 내놓을까
작년 8·2 대책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는 서울 집값 급등의 주범을 '투기하는 다(多)주택자'로 보고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8일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중에서도 재개발·재건축만 올랐다"며 "투기적 수요가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다주택자 압박에 나섰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보유세 인상은 여분의 주택을 팔지도 않고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하지도 않는 이들에게 많은 세금을 물리겠다는 압박이다.
그러나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어느 지역에 다주택자가 몰려 있는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세금만 매기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보유세 인상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청와대와 일선 부처의 강경파들은 "보유세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자"며 적극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부처의 신중론자들은 이미 침체에 빠진 지방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 중산층의 조세 저항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비(非)수도권 아파트값은 작년 8월 말부터 18주 동안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종부세 트라우마'
세제 당국인 기재부는 주택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 비율을 높이는 방법 등 당장 쓸 수 있는 '증세 카드'와 국회 통과에 시간이 걸리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 문제를 분리해서 다룬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유세 인상을 놓고 억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법 개정 방향이나 과표 조정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면서 "현재 구성 중인 청와대 직속 태스크포스에서 결론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 내 신중론자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종부세 트라우마'를 떠올리고 있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은 잡겠다"며 주택 종부세 과세 대상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6억원으로 강화한 8·31 대책을 내놓았다. 이 조치는 강력한 조세 저항을 불러왔고, 여당은 이듬해 치러진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곳에서만 승리했고, 230개 기초단체에선 19곳을 얻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 집값을 잡겠다고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은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고 지적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강남으로 몰리는 수요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도시재생이나 재건축 등으로 강남을 대체할 양질의 주거지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궁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특정 지역의 집값을 내리기 위해 부동산 정책을 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어느 지역에 다주택자가 몰려 있는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세금만 매기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보유세 인상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청와대와 일선 부처의 강경파들은 "보유세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자"며 적극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부처의 신중론자들은 이미 침체에 빠진 지방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 중산층의 조세 저항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비(非)수도권 아파트값은 작년 8월 말부터 18주 동안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종부세 트라우마'
세제 당국인 기재부는 주택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 비율을 높이는 방법 등 당장 쓸 수 있는 '증세 카드'와 국회 통과에 시간이 걸리는 종합부동산세법 개정 문제를 분리해서 다룬다는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유세 인상을 놓고 억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법 개정 방향이나 과표 조정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면서 "현재 구성 중인 청와대 직속 태스크포스에서 결론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 내 신중론자들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종부세 트라우마'를 떠올리고 있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집값은 잡겠다"며 주택 종부세 과세 대상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6억원으로 강화한 8·31 대책을 내놓았다. 이 조치는 강력한 조세 저항을 불러왔고, 여당은 이듬해 치러진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16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곳에서만 승리했고, 230개 기초단체에선 19곳을 얻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 집값을 잡겠다고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은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고 지적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강남으로 몰리는 수요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도시재생이나 재건축 등으로 강남을 대체할 양질의 주거지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궁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특정 지역의 집값을 내리기 위해 부동산 정책을 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