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1.05 06:31
지난달 28일 서울 수서역에서 고속철도 SRT를 타고 15분만에 동탄역에 도착했다. 1번 출구로 나오니 곳곳에서 입주를 앞둔 아파트 공사현장이 나타났다. 동탄역 바로 앞에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최근 첫 삽을 뜬 ‘롯데타운 동탄’과 5만4000여명이 넘는 청약자가 몰렸던 동탄역 ‘롯데캐슬 트리니티’ 주상복합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는 작년 말 SRT가 개통한 이후 경기 남부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도시다. 이달 중순 분양한 동탄역 앞 ‘롯데캐슬 트리니티(2021년 7월 입주 예정)’ 아파트는 청약 경쟁률 최고 156대1을 기록하는 등 여전히 투자자들이 관심이 몰려 있다.
하지만 주택시장에선 동탄신도시에서 조만간 ‘미(未)입주 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2~3년 전 대규모로 분양한 아파트 단지의 입주 시기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동탄2신도시에선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약 5만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웬만한 농촌 군(郡) 단위 인구가 살만한 아파트 단지가 3~4년 사이에 조성되는 것이다.
땅집고 취재팀은 동탄 주택시장의 현재 상황을 점검해 봤다.
■교통 열악한 외곽부터 거품 빠져…대규모 물량 집값 하락 부채질
동탄신도시는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과 청계동, 동탄면 일대에 자리잡고 있다. 오산천을 중심으로 동탄1과 동탄2 신도시로 나뉜다.
2017년 동탄신도시는 두 가지 악재(惡材)를 만났다. 첫 번째는 8·2 부동산 대책에 따른 규제다. 동탄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1·3 대책 이후 동탄이 청약조정 대상지역으로 분류돼 분양권 거래가 제한되고 8·2대책 후에는 중도금 대출까지 어려워지자 투자자들이 쑥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두 번째 악재는 대규모 입주 물량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한해 동탄2신도시에는 1만547 가구가 입주했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4만 가구가 입주한다.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 집주인들은 전세금을 받아 입주 잔금을 치르는 경우가 많은데, 입주 공급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 전세금이 수천만원씩 폭락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주택 공급 물량이 늘면서, 아파트 값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는 일도 생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분양 받은 주민들이 입주를 거부하고, 건설사와 입주민간의 대규모 소송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과거 7~8년 전 김포한강신도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 동탄역 먼 곳부터 하락세…역세권 아파트 분양권 가격도 버티는 수준
주택시장의 전문가들은 동탄2신도시의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만큼 당분간 매매·전세 시장의 전반적인 하락세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동탄신도시는 서울과 연결되는 철도·전철 교통망은 SRT 하나뿐이다. 동탄은 서울 강남권과 35~40㎞ 정도 떨어져 있어 버스로 출퇴근하는 것이 쉽지 않다.
동탄신도시 포스코탑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동탄신도시 내에서는 다른 입지나 환경은 모두 비슷하기 때문에 SRT동탄역과의 거리가 아파트 값에 집값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같은 단지 내에서도 동탄역과의 거리에 따라 매매가격이 5000만원씩 벌어진다”고 말했다.
땅집고 취재진이 동탄신도시 현장을 취재한 결과, SRT 동탄역으로부터 먼 동탄 외곽 아파트 단지부터 주택시장의 하락 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입지가 떨어지는 남동탄 지역은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었다.
동탄신도시의 남쪽에 자리잡은 하우스디더레이크(2016년 12월 입주·1552가구) 아파트 59.99 ㎡ 는 3억2700만원(10층)에 팔렸으나 같은달 1200만원 하락해 3억1500만원(11층)에 거래됐다. 동탄면의 e편한세상동탄(2018년 1월 입주 예정) 아파트 84.39㎡는 올해 1월 3억7136만원(15층)이던 분양권 거래 가격이 3억5936(17층)으로 하락했다.
리베라 C.C 옆에 있어 외곽에 속하는 신안인스빌리베라1차(2015년 10월 입주 913 가구) 아파트 84.98㎡는 2월 4억7000만원(16층)에 팔렸는데 10월 4억2900만원(29층)에 거래됐다.
SRT동탄역 주변 역세권 아파트 단지는 하락세까지는 아니지만, 상승세는 확실하게 꺾였다. 오산동의 ‘동탄역 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 7차 86㎡의 분양가격이 지난 5월 5억460만원(32층)에 거래되다 12월 5억5372만원(31층)에 거래됐다. 청계동의 ‘동탄역시범더샵센트럴시티(2015년 9월 입주)’ 아파트는 이달 84.8㎡가 6억1900만원(13층)에 거래됐다. 7월(6억2000만원)과 비슷한 금액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동탄 같은 인기 지역에선 분양권을 20~30%씩 다운계약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8·2대책 이후 정부 단속이 강화되면서 다운계약이 거의 사라졌다”며 “분양권 실거래 가격이 8월 이전과 같다면 가격이 폭락한 것이고, 20% 정도 올랐다면 보합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탄 내에서도 양극화 심해질 것”
동탄신도시에서는 앞으로 역세권과 비역세권 간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동탄 역세권에서는 교통·편의시설이 추가로 확충될 예정이다. 동탄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GTX-A 노선(동탄~삼성~서울역~고양~파주)은 이르면 2023년 준공을 목표로 2018년 상반기 중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인덕원-수원 복선전철(2021년 준공 목표)도 동탄역을 가로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동탄역 일대에는 ‘동탄 테크노벨리’, ‘광역 비즈니스 콤플렉스’, 롯데백화점 등 각종 상업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반면, 같은 동탄신도시에도 상대적으로 입지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남동탄’ 지역은 이렇다할 교통 호재가 없는 상황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동탄역 역세권 아파트는 수요가 풍부하기 때문에 입주 물량이 쏟아져도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외 지역은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동탄은 실수요보다는 투자 수요가 몰린 지역이어서 가격이 하락한다면 제법 큰 폭으로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