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1.02 03:00
["경기道도 입지따라 양극화"]
성남시 아파트 1년새 5% 올라 서울 강남3구 상승률 웃돌아
공급 과잉 평택·廣州·용인… 집값 상승세에서 소외
경기도 올 분양·입주 물량 많아 일부지역 미분양·역전세난 우려
경기도 화성시 동탄면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9.0' 전용 101㎡ 분양권은 12월 들어 8건 거래됐다. 최저가는 3억6720만원, 최고가는 4억1340만원이었다. 이 단지는 같은 면적 2층 분양권이 8월 중순엔 4억5000만원 이상 거래됐던 곳이다.
경기도 내 아파트는 풍부한 인구와 서울을 배후 수요로 둔다는 점에서 부동산 시장에서 '우량 상품'으로 통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역 간 부동산 경기 온도 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은 서울보다 집값이 더 많이 오르며 과열 양상을 보이지만, 집값이 거의 안 오르거나 오히려 내린 곳이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수도권 아파트라고 예외 없이 집값이 '우상향'하고, 신규 분양 때 청약 수요가 몰리던 시기는 지났다"며 "입지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딴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올해는 경기도에 새 입주 아파트와 신규 분양 아파트 단지가 쏟아질 예정이어서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남 3구보다 더 뜨거운 분당·판교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으로 1년 사이에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6%, 경기도는 1.5% 올랐다. 그러나 분당과 판교신도시가 있는 성남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1년 만에 5%가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 평균 상승률(4.6%)을 웃도는 수치다. 정부가 집값 과열의 주범으로 지목해 각종 규제를 집중한 서울 강남 3구 상승률(강남 4.9%, 서초 4.2%, 송파 4.6%)도 성남에 못 미친다.
성남은 분당 지역 노후 아파트 단지의 리모델링 바람에다가 각종 개발 호재가 집값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다. 제2, 제3 판교테크노밸리 개발 계획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동탄으로 이어지는 GTX(광역급행철도) A노선 사업이 진전되면서 주변 집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판교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판교테크노밸리 외에도 최근 판교역 주변의 대형 투자 건이 진전되면서 아파트 시세가 초강세"라고 말했다. 안양도 최근 1년 사이 아파트값이 4.4%나 올랐다. 시흥에서 출발해 성남 판교로 연결되는 월곶판교선 4개 역이 안양을 지날 예정이고, GTX C노선 개발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구리·부천·광명 지역 아파트값도 1년 사이 3%대 상승률을 기록해 경기도 평균 상승률의 2배를 웃돌았다.
◇평택·광주 공급 과잉, 부동산경기 냉각
그러나 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에서 소외된 지역도 많다. 평택은 1년 전보다 아파트값이 1.2% 내렸고, 광주(-0.7%)도 최근 집값이 약세다. 용인(0.1%), 안산(0.1%), 오산(0.3%) 등도 지역 주민들이 체감하는 부동산 경기는 '마이너스'이다. 2~3년 전 분양한 아파트 단지들의 입주가 임박하면서 주택 수요가 공급량을 쫓아가지 못하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올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상 최다 입주 아파트가 쏟아지고, 분양 예정 물량도 많아 미분양과 '역전세난'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엔 작년보다 25.7% 늘어난 16만 가구의 아파트가 입주 예정이다.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13만9000여 가구로 작년보다 93%가 늘어날 전망이다. 주택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는 지역에선 기존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계약자들이 마이너스 프리미엄(시세가 분양가보다 내리는 것)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화성 동탄2 신도시나 양주, 시흥, 남양주와 김포 일부 지역은 아파트 공급 과잉으로 매매와 전세 시세가 더 내릴 수 있다"면서 "그나마 지하철 개통이나 정부 규제를 피한 지역은 보합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