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2.28 06:31
다음달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공사에 한창인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금강펜테리움센트럴파크4차’ 아파트. 1195가구 규모 이 아파트 30% 정도가 전세 매물로 나와 있다. 전세 시세는 전용면적 84㎡가 1억7000만원선. 올 상반기 비슷한 크기의 인근 아파트가 최고 2억4000만원에 계약된 것과 비교하면 7000만원쯤 낮아졌다.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내년에도 아파트 입주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데 주택 경기까지 안 좋아 집주인들이 가격을 낮춰서라도 빨리 전세를 놓아달라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는 2018년을 앞두고 주택 시장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이른바 ‘입주 폭탄’과 주택 거래 절벽 사태에 대출 규제 강화까지 3중 파도가 닥치면서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잔금 마련에 초비상이 걸린 것.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일부 지역에서 잔금을 못낸 계약자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건설사는 자금난에 빠지면서 주택 경기가 경착륙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내년에도 대규모 미입주 사태와 집값 급락으로 이어지는 주택 경기 경착륙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잔금 내기 어려운 시기가 왔다”
통상 아파트를 분양받고 준공 시점이 되면 분양가의 약 30%인 잔금을 내고 입주하게 된다. 이 때 분양계약자가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이유는 3가지다. ①기존에 살던 집이 팔리지 않거나, ②잔금 대출을 받지 못해서. ③전세로 내놨는데 세입자를 못 구했기 때문이다.
최근 잔금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으로 아파트 미입주 사유의 72%가 잔금을 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주택 시장 상황은 입주예정자들을 점점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우선 기존 주택 매매 시장은 ‘절벽’에 가까울 만큼 얼어붙었다. ‘8·2부동산 대책’ 이후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8월 6만4000건 →9월 5만4000건 → 10월 4만 건 등으로 계속 급감하고 있다. 경기 김포시에서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는 직장인 이모(40)씨는 “기존 집이 팔려야 잔금을 내는데 가격을 낮춰도 살려는 사람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잔금 대출 여건도 최악이다. 주산연에 따르면 잔금대출이 안돼 입주를 못하는 분양계약자 비율이 8월 18%에서 11월 22.2%로 증가했다. 내년에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대출로 잔금 마련하기가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세 수요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일시에 늘어나 세입자를 구하기가 힘들다. 지난 5년간 경기도의 연 평균 아파트 입주량은 6만4743가구였다. 올해는 이미 두 배로 늘었고 내년에는 2.5배까지 치솟는다. 2017~2018년 2년간 5만4000가구가 입주하는 화성시, 2만5000가구가 입주하는 김포시, 2만4000가구가 입주하는 시흥시 등 3곳이 위험 지역으로 꼽힌다.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세 수요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일시에 늘어나 세입자를 구하기가 힘들다. 지난 5년간 경기도의 연 평균 아파트 입주량은 6만4743가구였다. 올해는 이미 두 배로 늘었고 내년에는 2.5배까지 치솟는다. 2017~2018년 2년간 5만4000가구가 입주하는 화성시, 2만5000가구가 입주하는 김포시, 2만4000가구가 입주하는 시흥시 등 3곳이 위험 지역으로 꼽힌다.
■‘입주 폭탄’ 맞물려 집값 하락 우려
주택 입주 경기는 이미 지난달부터 악화 조짐이 뚜렷하다. 주산연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의 입주 여건을 판단하는 입주경기실사지수(HOSI)는 12월 전망치가 67.9포인트로 조사를 시작한 8월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달 경기도의 입주 실적 지수는 64.3포인트로 전북(57.1), 세종(63.3), 울산(64.0) 등에 이어 전국 최저 수준이다.
내년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당장 4월부터 다(多) 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시행되면 다주택자들이 집을 안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집을 팔면 거액의 양도세를 물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도 악재다. 여기에 내년 1월부터 2건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모든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따지는 신(新)DTI가 시행돼 대출받기도 더 어려워진다.
진짜 문제는 ‘타이밍’이다. 하필이면 잔금 내기가 어려워지는 시점과 입주 물량이 급증하는 시점이 겹쳐 후폭풍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금 단기 급락이 매매가격 하락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입주 물량이 장기간 소화되지 않고 임계점을 넘어서면 매매 가격까지 걷잡을 수 없이 급락할 우려도 있다”고 했다.
경기도 외곽 지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은 입주 물량이 적은데다 내년에도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있기 때문에 경기도발 입주 폭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면서 “단기간에 공급이 쏠리는 경기 외곽 지역에서는 입주 물량이 소화되는 2~3년 동안 집값이 약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