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2.27 06:31
“남양주로 처음 아이들 데리고 이사온 게 28살, 지금 제 나이 예순이예요. 이때까지 풀만 뽑으면서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저희보고 나가라네요. 평생 가꿔온 저희 밭에 젊은이들 위한 집을 지어야 한대요. 젊은이들만 중요한가요. 늙고 병든 저희는 어디서, 어떻게 살라는건가요.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어요.”
경기 남양주시 연평리에서 30여년간 살아온 주민 권순여씨. 요즘 가족들과 웃으면서 밥먹기가 힘들다고 했다. 정부가 공공주택을 짓겠다며 권씨의 땅을 포함한 주변 그린벨트를 강제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권씨는 "돈도 필요없다. 강제수용 되는 순간 그날로 실업자"라며 "내 땅 내가 안팔고 싶어 안팔겠다는데 왜 안된다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 제 소원은 70살, 80살까지 그저 이 땅에서 농사짓는 것"이라며 울부짖었다.
정부가 수도권 일대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16만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힌 이후 곳곳에서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토지 강제수용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탓이다. 주민들은 "생존권을 지켜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린벨트는 땅값이 낮아 보상금 수준을 둘러싼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 연평리에서 30여년간 살아온 주민 권순여씨. 요즘 가족들과 웃으면서 밥먹기가 힘들다고 했다. 정부가 공공주택을 짓겠다며 권씨의 땅을 포함한 주변 그린벨트를 강제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권씨는 "돈도 필요없다. 강제수용 되는 순간 그날로 실업자"라며 "내 땅 내가 안팔고 싶어 안팔겠다는데 왜 안된다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 제 소원은 70살, 80살까지 그저 이 땅에서 농사짓는 것"이라며 울부짖었다.
정부가 수도권 일대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16만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힌 이후 곳곳에서 지역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토지 강제수용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반발이 거센 탓이다. 주민들은 "생존권을 지켜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린벨트는 땅값이 낮아 보상금 수준을 둘러싼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현재 가장 반발이 거센 곳은 경기 남양주 연평리 일대 진접2지구다. 이곳은 신혼부부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신혼희망타운' 대상지역으로 지난 10월 선정됐다. 진접2지구엔 129만2000㎡ 면적에 1만2600가구가 들어선다. 신혼희망타운 사업 대상지 중 최대 면적, 최다 물량이다.
그러나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평리 주민들은 수용반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꾸려 '사업 전면 백지화'를 외치고 있다.
■주민들, “일자리 뺏기는 게 더 문제”
땅집고 취재팀이 지난 22일 찾은 남양주 진접읍 연평리에선 토지 강제수용을 둘러싼 갈등이 심각했다. '진접2지구 강제수용 전면 백지화하라', '우리의 생명같은 농지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것이냐' 등의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곳 토지소유주 588명 중 95% 이상이 강제수용에 반대한다. 남병목 대책위 부위원장은 "신원이 파악된 토지소유주는 모두가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대책위는 남양주 시민 의견서를 받아 국토교통부에 5006장, 남양주시청에 2735장 등 총 7741장을 제출했는데, 이 중 개발 찬성자는 1인에 불과했다고 한다.
진접2지구 토지소유주들이 강제수용에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생존권 침해다. 남 부위원장은 "진접2지구에는 비닐하우스만 1000여동이 되는데 강제수용되면 결국 다른 곳으로 떠나야 한다”면서 “노인들이라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도 없고 오직 죽는 길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LH 관계자는 "지금은 뾰족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주민들의 지적에 일리가 있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 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구지정 절차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주민 의견을 듣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 최광대 대책위 홍보국장은 "지난 10월 19일 주민공람 이전까지 주민들은 개발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토지소유주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한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LH 측은 "공람 이전엔 투기 우려 때문에 보안을 지키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진접2지구는 평당 50만원, 바로 옆은 평당 1000만원
진접2지구 주민들이 버틸 수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는 보상금 때문이다. 보상금이 너무 낮다보니 인근 농지를 대토(代土)할 수도 없고, 이사도 갈 수 없다.
진접2지구는 대부분 그린벨트이거나 농업진흥지역인 탓에 땅값이 저렴하다. 현재 진접2지구 농지 3.3㎡당 가격은 50만원 안팎이다. 추후 정확한 감정평가를 해봐야겠지만, 통상 공시지가의 150% 가량을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지하철 4호선 연장선 공사로 토지가 수용된 주민들은 3.3㎡당 60만~70만원의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 위원장은 "인근 양지리는 몇 년 전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됐고, 위치가 좋으면 3.3㎡당 1000만원이 넘는다"며 "연평리의 경우 그린벨트와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여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정부가 가져간다는건데, 이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주민들을 위한 다른 보상대책도 있는데, 이주자 택지(宅地) 제공이 대표적이다. 토지소유자들에게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이주자택지가 주어지는데, 점포 겸용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다. 대책위 측은 "(이주자 택지는) 서울 도심이나 돼야 돈이 되지, 우리에겐 전혀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업 백지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진접2지구 주민들은 '사업 전면 백지화'를 요구한다. 지구지정 자체를 취소해달라는 것. 남 부위원장은 "민주적 절차를 거쳐 제대로 된 개발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주민들이 억울함을 느끼지 않아야 하는데 모두 반대하는 강제수용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그러나 사업 백지화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LH 관계자는 "주민 공람까지 진행된 사업을 백지화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주민 의견을 아예 무시하고 추진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민 요구사항을 좀 더 들어보고 진행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