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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대치동으로 학원장들이 지목한 이곳

    입력 : 2017.12.23 06:45

    “학원 경영자들 사이에선 마포구 5호선 라인 일대가 학생 수요도 많고, 입지적으로도 접근성이 높아 학원가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제 막 시작됐지만, 머지 않아 이 지역에도 다양한 학원들이 들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투스 24/7 마포 학원 김태우 원장. /한상혁 기자

    올해 4월 서울 마포구 대흥동에 개원한 ‘이투스24/7’ 마포학원 김태우 원장은 21일 “마포는 소득·교육 수준이 높은 중산층 유입이 많아 교육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큰 대표적인 지역”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지하철 5호선 라인 주변에 자리잡은 공덕·아현동 일대는 최근 전용 84 ㎡(구 34평형) 신축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에 육박할 만큼 오르면서 ‘신흥 부촌(富村)’으로 떠올랐다. 서울 3대 오피스 밀집 지역(광화문, 강남, 여의도) 중 2곳(광화문~여의도) 사이에 자리 잡아 대기업 회사원과 전문직 종사자가 많이 거주한다.

    하지만, 이 지역이 서울 강남·목동 등 기존 부촌과 비교할 때 ‘학군’이 취약하다는 점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혔다. ‘대치·목동 학원가’ 같은 학원 밀집 지역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출퇴근하기도 편리하고, 주거환경도 괜찮아 마포에 살다가도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진학할 때쯤 자녀 교육을 위해 목동이나 강남으로 이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대흥역과 공덕역을 중심으로 신규 학원들이 하나둘 입주하기 시작하면서 마포 지역의 교육 환경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전문가들은 마포 지역에 학원가가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이 지역의 주택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땅집고는 마포 5호선 라인 일대에 최근 조성되기 시작한 학원가 현황을 현장 취재해 소개한다.

    ■유명 브랜드·대치동 단과 학원도 마포에 잇따라 개원

    서울 마포구 대흥동 일대 학원가 위치. /네이버 지도

    마포구 지하철 5호선 라인 일대에서 최근 학원이 활발하게 개원하는 지역은 공덕역과 대흥역 사이 백범로(대흥·염리동) 대로변이다. ‘이투스24/7’학원을 비롯해 바로 건너편에는 대치동에서 단과학원으로 유명한 ‘이강학원’ 마포캠퍼스가 올해 개원했다. 수학·영어 등 단과 학원들도 생겨 나기 시작했다. 이곳으로부터 한 블록 남쪽에 있는 독막로 일대에는 이전부터 보습학원·어학원 등이 여럿 운영 되고 있다. 학원들은 보통 이 지역 3~5층짜리 작은 상가 건물의 2층 이상에 입점해 운영하고 있다.

    마포구 대흥동 일대에 들어선 학원. /한상혁 기자

    마포 대흥동 학원가는 아직까지 학원 수나 밀집도 면에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상황이다. 마포구에서는 학원이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다른 점포들 사이에 드문드문 섞여 있는 정도로, 백범로·독막로 일대를 모두 합해 20곳 미만이다. 학원 인근에 술집·노래방 등도 여전히 들어서 있다.

    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점차 본격적인 학원가로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이전까지 이곳에는 중·고등학생들의 내신 관리 중심인 보습학원만 주로 있었는데, 최근 재수생들이 주로 다니는 ‘이투스 24/7’ 학원과 단과 과목 강의로 유명한 ‘이강학원’ 등이 새로 생겼다. 학원가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선 보습학원이 아니라 소위 ‘전국구’로 이름이 나 있는 재수·단과 학원이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 학원 업계의 정설이다. 서울 대치동이나 목동 학원가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마포구 대흥동 학원가 인근에 자리잡은 '마포자이 2차' 아파트 단지. /한상혁 기자

    학원업계에서 마포 5호선 라인 일대에 학원가 조성될 것이라고 보는 첫 번째 이유는 두터운 잠재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지역에는 강북 중심업무지구·여의도에 직장을 둔 젊은 중산층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다. 또 전철 2~3 정거장, 직선 거리로 2~3㎞ 이내에도 부유층들이 거주하는 용산 주상복합 타운이 조성되고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고 교육열이 높아 교육에 대한 교육 수요가 높다.

    김 원장은 “현재는 마포와 용산에 거주하는 중·고등학생들이 목동이나 대치동 등 유명 학원으로 단과 수업을 들으러 가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들이 잠재적인 수요층이 될 수 있다”며 “마포 학원가가 명성을 얻으면 주변 은평·서대문구 등에서까지 학생들이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요 많지만 학원용 건물 부족…명문고 없는 게 약점

    하지만 마포 대흥동 학원가가 성장하는 데에는 걸림돌도 있다. 우선 학원이 집중적으로 들어설만한 대형 상가 건물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흥동 K 중개업소는 “대규모 학원이 들어서려면 점포 규모가 크고 임대료가 저렴해야 하는데 마포구 일대가 시내 중심에 가깝다 보니 적당한 점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학원으로 허가를 받으려면 비상 계단을 갖추고 주변에 유흥주점 등 유해 시절이 없어야 하는 등 일반 상가보다 조건도 까다롭다.

    마포구 대흥동 일대 학원가는 좁은 부지의 상가 건물 2층 이상을 쓰는 경우가 많다. /한상혁 기자

    ‘이투스24/7 학원’의 경우도 작년 하반기부터 이곳에 점포를 내기 위해 여러 곳을 물색했지만 적당한 점포를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김 원장은 “인근 대 단지 아파트 단지 내 상가도 전용 100평 정도 기준으로 월 임대료가 1000만원을 훌쩍 넘어 비쌌다”며 “대흥역 일대 저층 상가 건물이 적당했지만 매물이 없어서 오래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마포에 이른바 ‘명문’으로 불리는 고등학교가 딱히 없다는 점도 학원가 형성에 불리한 면이다. 공덕·아현동 일대를 중심으로 광성고·서울여고·환일고 등 일반 학교와 자립형사립고인 숭문고 등이 있는데 강북의 일반적인 고등학교 수준이지만 소위 ‘명문’ 고교급에는 아직 올라서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마포구 내 고등학교의 2017년 서울대 합격자 수(단위:명). /자료=종로학원하늘교육

    하지만 긍정적인 징후가 더 많다. 이 지역 학생들의 학업 수준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마포구의 일반고 1곳당 서울대 합격자 수는 2007년 1.4명에서 2017년 2.0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이 기간 25개 구 중에서 강남(9.3 →10.4명)·서초(8.4명→8.9명)·양천(3.2→3.9명)구를 제외하고 학교당 서울대 합격자 수가 늘어난 곳은 마포구 뿐이었다. 속도가 다소 더디기는 하지만,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학원 업계에선 마포에 학원가가 제대로 형성되면, 우수 학생이 고등학교 입학 전 학군 우수 지역으로 떠나는 현상도 다소 점차 줄어들어 소위 명문대학 진학률도 높아 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중산층 이상 30~40대 선호도가 높은 마포 지역에 학원이 들어서는 등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육 여건이 좋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면서 “변화가 지속된다면 주거지로서의 선호도와 함께 집값이 상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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