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2.21 11:37 | 수정 : 2017.12.21 15:09
우리나라 최초의 중산층 아파트로 1971년에 완공된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아파트가 최고 35층 아파트로 재건축된다. ‘전통 부촌’인 이촌동에 신축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강남을 넘는 부촌으로 탈바꿈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20일 제23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 심의를 개최해 서빙고아파트지구 내 ‘한강맨션’· ‘한강삼익’ 아파트 개발 기본 계획 변경안을 수정 가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촌동 한강변에 들어선 한강맨션(1주구) 아파트와 그 바로 옆에 지어진 한강삼익(2주구) 아파트는 35층 이하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된다.
‘한강맨션’ 아파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중산층 아파트로 1971년 사용 승인을 받은 역사 깊은 단지다. 국내 최초로 완전 입식 구조를 채택했으며 국내 최초로 중앙공급식 난방을 도입했다. 남쪽 중앙에 거실을 두고 부엌 옆에 다용도실을 두는 한국적 평면 배치가 시도됐다.
‘한강맨션’을 처음 구상한 인물인 장동운 당시 대한주택공사 총재는 일본 출장 중 신문에 난 고급아파트 분양 광고들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고급아파트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해진다. ‘아파트는 서민용’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자 일본처럼 ‘맨션’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당시로선 고급 자재를 썼으며 정원과 주차장도 갖췄다.
주공은 성공적인 분양을 위해 200만원을 들여 견본주택을 지었다. 아파트 본 공사를 하기도 전에 견본주택을 지은 것 역시 한강맨션이 국내 최초다.
‘한강맨션’은 중산층 이상을 타겟으로 해 비슷한 시기 지어진 마포아파트(9평)나 단독주택(12~26평)에 비해 평수가 컸지만, 초기 입주 실적은 저조했다.
그러자 주공은 직원들에게 분양 촉진비를 지급하며 물량을 소화하라고 압박했고 당시 유명인들에게도 분양을 권유했다. 27평형을 구입한 탤런트 강부자에 이어 배우 고은아·문정숙, 가수 패티김 등도 입주했다.
그 결과 ‘한강맨션’은 중산층이 모여 사는 ‘부촌’으로 거듭났다. 이촌동을 전통적 부촌으로 만든 것 역시 이 아파트의 역할이 지배적이었다. ‘한강맨션’ 이후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의 인기가 치솟았고 이후 반포와 잠실 등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계기가 됐다.
‘한강맨션’이 35층 아파트로 재건축되면 강남에 버금갈만큼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도 많다. 남쪽으로 한강 조망권을 갖추고 지하철 이촌역, 용산 미군기지 이전지에 추진 중인 용산 공원도 가까운 입지 때문이다.
‘한강맨션’은 기존 23개 동 660가구에서 최고 35층 1490여가구로 늘어난다. 한강맨션 바로 옆 한강삼익은 한강맨션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재건축할 계획이다. 두 아파트의 재건축 계획은 서울시 건축·교통통합심의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번 23차 도시계획위원회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도 올라왔으나 이날 상정 안건 19건 중 9건만 논의되면서 심의가 다음으로 미뤄졌다.
49층 재건축을 추진했던 은마아파트 정비계획안은 최고 49층 높이 계획으로 지난 8월 도시계획위원회에 올라갔다가 35층 높이를 고집하는 서울시에 의해 이례적으로 미심의 결정을 받았다.
이후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가 주민투표를 통해 49층 재건축안을 포기하기로 했고, 정비계획안을 다시 마련해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