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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공인중개사 "네이버에서 매물 빼!"

    입력 : 2017.12.17 19:13

    네이버 '우수 중개사' 도입으로 광고비 껑충 뛰자 집단 반발
    "허위 매물·낚시영업 외면하며 동네 중개사들 출혈경쟁 유발"
    매물 게재 거부 전국으로 확산
    세종시 매물 2주새 98% 줄어
    네이버 "낚시 막으려는 조치. 수수료 대부분 정보업체로 가"

    이달 초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가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입구에 "네이버에 매물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세종시 공인중개사들은 "네이버가 도입한 우수 활동 중개사 등급제가 영세 중개업자들이 내는 광고비를 높이는 결과만 가져온다"며 네이버에 올린 매물을 거둬들였다./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제공

    온라인 기반 부동산 중개 시장에서 ‘공룡’으로 군림하던 네이버에서 부동산 매물이 사라지고 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에 올라온 세종시 아파트 매물(매매+전·월세)은 이달 초 9000여 건에 달했지만 17일엔 173건으로 줄었다. 약 2주일 만에 98%가 줄었다. 세종시뿐 아니라 서울 목동, 공덕동, 상암동 등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목동 신시가지 5단지의 경우 아파트가 총 1848가구인데, 17일 낮 기준 네이버 매물은 단 4건(매매 1건, 전세 3건)이다.

    이는 일선 공인중개사들이 네이버에 맞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조직적인 저항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지난달 ‘우수 활동 중개사’ 제도를 도입하면서 광고비(수수료)를 올리자, 공인중개사들이 “네이버가 ‘허위매물 근절’을 명분으로 우리들로부터 더 많은 광고비를 뜯어내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부동산의 이용자 점유율은 PC와 모바일을 합해 50%에 육박한다.

    ◇“실질 광고비 올리고, 중개업소 출혈경쟁 유발”

    네이버 부동산은 11월 중순부터 이용자가 부동산 정보를 검색하면 네이버 자체적으로 선정한 소위 ‘우수 중개업소’의 매물부터 보여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우수중개사는 읍·면·동별 상대평가를 통해 전체 중개사 중 30%까지를 선정했다. 네이버가 공개한 우수 활동 중개사의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집주인의 실제 거래 의사를 제3자가 검증한 매물(현장 확인 매물)의 비중 ▲거래가 끝난 물건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정확하게 빨리 등록(거래 완료 등록)하는지 여부다.

    문제는 ‘현장 확인 매물’로 등록하기 위한 광고비(수수료)가 기존 일반 매물보다 훨씬 비싸다는 것이다. 일반 매물의 등록비는 건당 1700~2000원이지만, 현장 확인 매물은 5500원에서 많게는 1만7500원 정도로 알려졌다. 중개업소 입장에선 기존 매물보다 몇 배나 비싼 돈을 써야만 우수 업체가 될 수 있는 구조이다. 공인중개사 권모(62)씨는 “좋은 말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광고비를 10배 뻥튀기하고, 동네 중개사들끼리 출혈경쟁을 유발해 자기들이 벌겠다는 소리 아니냐”고 말했다.

    ◇네이버 “낚시영업 막으려는 취지”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네이버는 지난 13일 우수 활동 중개사 선정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또 안내문을 통해 “허위·방치매물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중개사분들의 마음을 세세하게 헤아려 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고도 했다.

    하지만 반발은 더 확산할 조짐이다. 강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정보망사업부장은 “다음 달 전국 지회장 회의를 열어 ‘네이버 매물 셧다운’과 ‘한방 확산’ 캠페인 확대를 논의하겠다”며 “더는 대형 포털사이트에 끌려다니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자체 스마트폰 부동산 중개 앱(응용프로그램)인 ‘한방’을 확산시켜 포털로부터 독립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우수 활동 중개사 제도는 이미 거래가 끝난 매물을 계속 올려놓고 고객이 찾아오면 다른 매물을 권하는 ‘낚시 영업’을 막으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또 “중개업소가 내는 수수료도 대부분 정보업체에 돌아가고 우리는 더 받는 게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네이버는 개별 중개사로부터 직접 돈을 받지 않고 ‘부동산114’ ‘부동산뱅크’ 등 정보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매물 정보를 올리는 공간을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다.

    하지만 일부에선 “네이버가 말로는 ‘이용자 권익’을 보호한다면서 왜 끊임없이 지적되는 검색 광고의 허위 매물과 낚시영업 문제는 외면하느냐”고 비판한다. 실제로 네이버에서 ‘중고차’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국내 최대 중고차 매매업체인 ‘SK엔카’ 등은 아예 나오지도 않고, 실제 시세보다 터무니없이 싼 ‘미끼’로 의심되는 매물이 가득한 중고차 거래 사이트들이 맨 먼저 노출된다. 한 IT 전문가는 “네이버가 그동안 돈만 내면 별다른 검증 없이 검색 광고에 편입시킨 사례가 있기 때문에, 공인중개사와의 마찰 사태에서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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