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2.17 06:50
최근 국내 주방 가구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주방을 ‘힘들고 뻔한 요리공간’이 아닌 레스토랑이나 카페처럼 꾸미거나 가족과 대화하는 장소로 만들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니즈(needs)가 반영된 제품이 늘어나는 것이다.
요리의 편리함을 위해 수납이 극대화·효율화된 주방 가구가 속속 출시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가족과 대화가 가능한 대면형 주방도 확산되는 추세다. 아예 개별 소비자 입맛에 맞는 맞춤형 주방 서비스까지 등장하고 있다.
■“수납이 뛰어난 주방이 좋아요”
최근 TV에 쏟아진 먹방과 요리 프로그램 열풍으로 예쁜 그릇과 조리도구, 양념통을 구비하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가구업계는 이런 트렌드를 감안해 수납이 효율적이고 극대화한 주방 가구를 대거 내놓고 있다.
국내 대표 주방가구 회사인 한샘은 수납이 우수한 주방 스타일을 다양하게 제안하고 있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모델은 ‘키친바흐 맨하탄’. 올 3분기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배 늘었을 정도다. 미국 맨해튼의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콘셉트를 믹스매치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어둡고 거친 느낌의 콘크리트를 연상시키는 마감재를 사용했지만 클래식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한샘은 최적화된 요리 동선(動線)과 수납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셰프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모니터링해 각종 재료와 향신료를 빠르게 꺼내쓸 수 있는 수납장을 선보였다. 낮과 밤, 조리 도구의 종류에 따라 수납할 수 있는 ‘데이&나잇’ 등이 대표적이다.
한샘 관계자는 “주말에 한꺼번에 장을 보거나 조리 기구와 그릇을 다양하게 구비하려는 이들이 많아졌다. 수납량이 늘수록 효율적인 수납이 필요하다”며 “키친 디자이너들은 부피만 차지하면서 보관이 어려운 수납장을 ‘깡통장’이라고 부르는데, 보관과 사용이 편리한 가구를 만드는데 신경썼다”고 했다.
에넥스도 수납을 최대화하는 제품을 선보였다. 스테디셀러인 ‘모닝핸들리스’에는 사람이 들어갈 만한 대형 코너 팬드리장과 장식장처럼 쓸 수 있는 2가지 타입의 미들 오픈장이 장착됐다. 에넥스 관계자는 “요리 자체를 즐기는 이들에게 최적화된 가구다. 넓은 아일랜드 식탁에 재료를 늘어놓고 요리하고 다이닝 테이블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다.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요리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했다”고 했다.
올 7월 자체 주방 브랜드 ‘에몬스키친’을 론칭한 에몬스가구는 신제품 ‘바스토’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부엌 상단에 색감과 조도(照度) 조절이 가능한 조명을 달아 요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주방 코너나 요리 기기 옆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수납장, 양념통만 따로 모아놓는 매직 스윙 코너장 등 요리와 식사가 이어지는 디자인을 도입했다. 은은한 그레이 컬러와 화이트 컬러로 구성된 도어가 더욱 세련된 주방을 완성해준다.
■대세로 떠오른 ‘대면형 주방’
홈스타일링 디자이너인 선혜림 레브드홈 대표는 “요즘 들어 대면형 주방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고객이 많다”며 “‘ㄷ’자 혹은 ‘ㄱ’자 주방으로 거실을 향하는 공간에 아일랜드 식탁을 설치하도록 조언하고 있다”고 했다.
주방을 대면형으로 만들면 가족간 소통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에몬스가구 관계자는 “올해 소비자들은 가족 지향적이고 대화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디자인의 주방 가구를 가장 많이 찾았다”면서 “거실 쪽으로 아일랜드 식탁을 놓고 주방 작업 공간을 확대하거나 많은 가족이 동시에 모일 수 있는 제품을 좋아한다”고 했다.
대면형 주방은 1~2인 가구에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독서하거나 카페같은 주방이 가능하다. 이를 감안해 가구업계는 기본형에 옵션으로 아일랜드 식탁을 포함하는 제품을 많이 내놨다.
까사미아의 ‘씨랩키친’ 주방은 과하지 않은 클래식 스타일 도어와 원목 상판이 달린 아일랜드 식탁으로 구성됐다. 까사미아 관계자는 “대면형 주방이 인기를 끌면서 아일랜드 식탁 디자인을 결정하는 상판의 소재를 다양화했다. 우드를 도입했다. 부드럽고 따뜻한 우드의 장점을 살리면서 아일랜드 개수대 등을 설치해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했다.
에넥스의 ‘모닝 핸들리스’는 다목적 아일랜드 식탁을 옵션으로 구성했다. 추가한 테이블에 수전이나 인덕션을 달면 보조 주방이 된다. 무선 충전 패드나 USB 포트, 블루투스를 올려놓는 공간으로 쓸 수도 있다. 에넥스 관계자는 “조리대나 식탁으로 쓰면서 동시에 가족간 담소나 공부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좁은 집도 문제없다” 맞춤형 부엌도 나와
집 내부 구조의 영향을 받는 주방 가구 특성을 감안해 개별 소비자 상황에 맞춘 주문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까사미아는 올 6월 맞춤 주방가구 ‘씨랩키친’을 론칭했다. 고객이 원하는 색상과 마감재, 디자인, 액세서리 등을 골라 제작해 준다. 씨랩의 인테리어 전문가가 고객과 1대1 상담을 통해 진행한다.
이케아의 메토드 시스템도 있다. 이 시스템 가구는 조리대와 주방 수납장, 수도꼭지, 싱크대, 손잡이, 내부 부속품, 아일랜드 테이블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만 골라 주방을 만들 수 있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아일랜드 제품은 주방이 넓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공간이 좁아도 계획만 잘 세워 가구를 촘촘히 배치하고 효율적으로 수납하면 원하는 스타일의 주방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