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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리더] "수도권 골프장에 임대주택… 출산율 도움될 것"

    입력 : 2017.12.14 00:08

    [김언식 DSD삼호 회장]

    "집 마련 어려우니 저출산 심각… 공공기관 소유 골프장 4곳에 15만 소형 임대주택 공급 가능
    강남 재건축 용적률 높여주고 그만큼 임대 공급 제안할수도
    출산문제로 이어지는 백년대계… 정부 주택정책에 도움 되고파"

    "주택산업을 통해 국가 백년대계인 출산정책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김언식 DSD삼호 회장은 1세대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업자)로서 우리나라에 아파트를 가장 많이 공급한 사업가다. 1980년 처음 사업을 시작, 경기도 용인·광주·고양·김포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3만여 가구를 지었다. 판교 신도시가 2만9000여 가구니 신도시 하나가 그의 손을 거친 셈이다.

    김 회장은 "요즘 저출산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데, 젊은 부부들이 어떻게 아이를 낳겠느냐"며 "저출산 문제를 주택정책과 연계하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주택은 땅값 대신 건축비만 내게 해 부담을 덜고, 출산율과 연계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있다"면서 "2자녀 가구엔 임대주택 월세를 받지 않고, 세 번째 자녀를 낳으면 해당 주택을 분양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언식 DSD삼호 회장은“고객이 낸 금액 이상의 가치를 느끼는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 디벨로퍼의 사명”이라고 했다.
    "전가구 중소형 '일산자이 2차' 분양" - 김언식 DSD삼호 회장은“고객이 낸 금액 이상의 가치를 느끼는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 디벨로퍼의 사명”이라고 했다. 15일부터 경기도 고양 식사지구에서 분양하는‘일산자이 2차’에 대해서는“철저히 소비자 요구에 맞춘 아파트”라고 설명했다. /이진한 기자
    최근 김 회장은 수도권 주요 입지에 신혼부부·다자녀 가구 대상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그가 꺼낸 아이디어 중 하나는 공공기관이 소유한 서울 인근 골프장을 임대주택 부지로 활용하는 것이다. 국방부·국가보훈처 등이 소유한 수도권 골프장 4곳에만 전용면적 45~58㎡ 소형 임대주택 15만5000여 가구를 지을 수 있고, 상주 인구가 4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는 "골프장을 지방으로 옮기고, 서울 도심에서 20~30분 거리인 알짜 부지에 임대주택을 지으면 수요가 몰릴 것"이라며 "이미 개발된 땅이라 기반시설과 녹지가 잘 갖춰져 있고, 환경훼손 논란도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도 훌륭한 임대주택 공급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고층 아파트를 허용하는 등 용적률을 더 높여주고, 늘어나는 가구 수만큼 임대주택을 더 짓게 하면 된다"며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는 재건축 조합엔 정부가 인센티브를 많이 줘서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시쳇말로 '금수저' 아니면 젊은 층이 서울 강남에 집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며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다양한 계층이 어울려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정부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좋은 아파트'의 조건을 묻자 "집값이 오르는 게 첫 번째 조건"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한민국 가장(家長)에게 집은 가장 중요한 재산입니다. 이들에게 적어도 재산 가치가 유지되고, 환금(換金)이 잘 되는 아파트를 짓는 게 디벨로퍼로서 사명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 회장이 일찌감치 시공 사업에서 손을 떼고, 상가나 오피스텔 사업을 하지 않는 것도 고객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다. 그는 "똑같은 돈을 들여 자체 브랜드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자이'나 '래미안' 같은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를 공급하는 게 고객 만족도도 높고, 집값도 더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와 달리 상가는 장사가 안되면 쓸모없는 재산이 된다"며 "개발업자는 돈을 벌겠지만, 분양받은 사람은 막대한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했다.

    2000년대 이후 주택경기 활성화로 탄탄대로를 달리던 김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말 고양 식사지구에 공급한 '일산 위시티 자이'로 큰 위기를 맞았다. "서울 강남을 뛰어넘는 최고급 주거 타운을 선보이겠다"며 초대형 단지(4683가구)를 내놓았지만, 대거 미분양이 났다. 김 회장은 "59평이 주력일 정도로 대형 아파트로만 구성했더니 시장에서 외면했다"면서 "패배를 몰랐던 권투 선수처럼 교만에 빠졌다가 크게 한 방 맞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사업비 3조6000억원이 들었는데, 2조8000억원밖에 회수하지 못했으니 당연히 회사가 휘청거렸죠."

    김 회장은 갖고 있던 빌딩 3개를 처분하는 등 뼈를 깎는 자구책으로 위기를 넘겼고, 지난해부터 용인 '동천자이' 등에서 분양에 성공하며 회사를 정상 궤도로 올렸다. 15일부터는 일산 식사지구에서 전체를 전용 84㎡ 이하 중소형으로만 구성한 '일산자이 2차' 802가구를 공급한다. 그는 "전적으로 소비자 취향에 맞춘 아파트"라고 자신했다.

    김 회장은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이 중요한 것은 집을 빼놓고 재테크나 미래 설계를 논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젊은 세대가 집을 통해 재산 형성이라는 꿈을 키우고, 정부 주택 정책에 아이디어와 경고음을 동시에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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