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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거비 부담 적지만… 좋은 집은 부족"

    입력 : 2017.12.13 00:22

    [OECD '더 나은 삶 지수' 공개]

    전세 위주의 임대 시장 큰 영향
    월세도 외국과 비교하면 싼 편… 가처분소득 대비 주거비 15%
    1인당 방 개수 1.4개로 하위권, 화장실도 평균치에 크게 모자라
    한옥 등 舊屋이 많아서인 듯

    우리나라 국민 주거비 부담이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최저 수준이지만 양질(良質)의 주택은 부족하다는 통계가 나왔다.

    '주택 구입비 또는 임대료와 기타 관리비를 합한 돈이 가구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주거비 부담) 자체는 38개국 중 최저이지만 1인당 방(房) 개수도 부족하고, 실내 화장실이 없는 등 위생 시설이 미비한 집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주택 보급률이 높은데도 아파트 값이 오르는 이유를 보여주는 통계"라고 평가한다.

    주거비 부담 OECD 최하위권

    OECD가 최근 공개한 '더 나은 삶 지수(BLI·Better Life Index) 2017년판'을 보면 한국인은 가구당 가처분소득 가운데 15.2%를 주거비로 지출한다. 여기서 주거비란 '주택 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주택 보유자) 또는 월세(세입자) 외에 관리비와 전기·수도·가스요금 등을 포함한 비용이다. 한국에서 월 500만원을 버는 가구라면 76만원 정도를 이렇게 주거비로 지출한다는 의미다. 이는 해당 통계가 공개된 38개국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

    주거비 부담이 가장 큰 나라는 뉴질랜드로 가처분소득 26.2%를 주거비로 낸다. 영국은 23.7%, 일본이 22.3%, 스웨덴 19.6%, 미국 18.4% 등이다. 한국과 비슷한 나라는 노르웨이(17.3%)와 콜롬비아(16.6%) 정도였다.

    한국의 주거비 부담이 이처럼 낮은 이유로 '전세 위주의 한국 임대 시장 특수성'이 꼽힌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지난달 기준 평균 전국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율)은 67%인데, 이는 3억4000만원으로 5억원짜리 집에 거주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외국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전세 제도가 실제 주거비를 많이 낮춰주는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도 전세 세입자에게 유리하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세금의 80%까지 가능한 전세자금 대출은 '긴급 생활자금'으로 분류, 상대적으로 이자가 싸다"며 "여기에 디딤돌 전세자금 대출 등 정부 지원이 들어가는 대출은 금리가 최저 2%대 초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월세도 외국과 비교하면 싼 편이다. 미국 뉴욕 부동산 중개업체 PD프로퍼티스 일라드 드로어 대표는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주택 임대 사업 수익률은 5%가 기본인데, 한국은 2.5%대"라고 말했다. 똑같이 매매가격 5억원짜리 아파트 월세가 미국에서는 208만원이지만 한국에서는 104만원인 셈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전세 등 보증금 비중이 외국보다 현저히 높은 한국 부동산 시장의 특수성으로 통계에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다수 다른 나라에서 아파트 임대 보증금은 수개월치 월세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그런 경우가 극히 드물다"며 "반(半)전세(보증금+월세)가 대부분 순수 월세로 처리되면서 실제보다 낮은 수치가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OECD는 이 통계에서 전세 등 보증금 부분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OECD가 BLI와 관련한 문의에 '국제 비교 요건에 맞춰 통계를 자체 재가공한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고 말했다.

    양질 주택 부족… "주택 보급률 허상"

    OECD는 이번 조사에서 한국이 '주거의 질(質)'은 떨어진다는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우선 개인당 방의 개수가 1.4개로 25위였다. OECD 평균은 1.8개였고 가장 많은 캐나다가 2.5개, '집이 좁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도 1.9개였다. 단독 가구 개별 실내 화장실 등 '기본적인 위생 시설이 없는 주택 거주자 비율'도 4.2%로 OECD 평균치 2.2%를 웃도는 27위였다. 한옥을 비롯해 구옥(舊屋)이 많다는 의미다. 이 분야 최악은 37%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이었고, 일본도 전체 인구 6.4%가 이런 집에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이번 통계를 종합하면 한국의 주거 비용이 평균적으로 싸긴 하지만, 젊은 층이 '살 만한 집'으로 여기는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며 "정부가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는데도 집값이 오르는 것은 투기꾼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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