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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지은 공장이 국내보다 품질 좋을 겁니다"

    입력 : 2017.12.12 06:31 | 수정 : 2017.12.12 18:12

    집짓기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을 꼽는다면 바로 믿고 맡길 만한 시공사를 찾는 일입니다. 비용과 시간을 아끼려다가 곤욕만 치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땅집고는 한국건축가협회와 새건축사협회가 매년 발표하는 ‘건축 명장(名匠)’에 뽑힌 시공사들을 골라 그들이 전하는 건축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명장을 만나다] 한상우 콘크리트공작소 대표 “기본이 충실해야 명품”

    “개성공단에 지은 공장은 국내보다 품질이 좋을 겁니다. 북한 근로자도, 감독관도 실질적으로 자신들 소유라고 생각하고 깐깐하게 일했거든요.”

    한상우(46) 콘크리트공작소 대표는 2012년 회사를 차리기에 앞서 2000년대 중반 한 건설사의 현장소장으로 개성공단 건설현장에 있었다. 4년 동안 북한 근로자 130명을 두고 공장과 호텔을 지었다.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애틋한 기억도 많다.

    “라면 1개와 초코파이 4개가 배급으로 나오는데 먹질 않아요. 이유를 물어보니, 시장에 내다팔거나 자식에게 준다고 하더라구요. 초코파이는 따뜻한 물에 넣고 죽처럼 녹여 먹으면 북에서 주는 배급빵보다 맛있다고 하는데 짠했습니다.”

    한상우 콘크리트공작소 대표. /김재윤 작가

    한 대표는 2009년 박왕자씨 피격 사건이 발생해 얼마 뒤 개성에서 철수했다. 이후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면서 2012년 지금의 회사를 세웠다. 올해 처음 건축가연합에서 주는 ‘건축명장’에 뽑혔다. 2012년 서울시 건축상을 받은 ‘현덕재’, 2015년 서울시 건축상을 받은 ‘인터러뱅’, 같은해 부산다운 건축상을 받은 ‘송도주택’의 시공을 맡았다. 연 매출은 100억원쯤 된다.

    “박스형 빌딩은 짓지 않아요. 일반 주택이나 사무공간도 해봤는데, 욕심이 생기지 않더라구요. 애착이 덜하니 품질도 떨어지고…. 저희끼리는 코피를 쏟고 그래야 흥이 나거든요.”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주택' 전경./사진=윤준환 작가

    ■“기본기가 충실해야 명품이 된다”

    한 대표는 서울과 부산 두 곳에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작가들과 하기 때문에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했다. 건축가의 눈높이를 맞추는 지역 시공사가 흔치 않다는 것이 한 대표의 진단이다.

    “건축주는 서울에 있는 시공사가 일해주길 바래요. 시공이 제대로 안 돼서 시간과 돈을 더 써야하는 상황까지 감안하면, 비용에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철근콘크리트, 전기설비는 지역업체를 쓰지만 나머지는 서울에서 팀을 꾸려 내려갑니다.”

    한 대표는 부산경남권에서 시공할 때 공을 더 들인다. 통상 인건비 부담 등으로 현장소장 1명이 현장을 총괄한다. 하지만 한 대표는 지원인력 1명을 추가 투입해 2명에게 현장을 맡긴다. 이렇게 양산, 김해, 창원, 마산, 거제도 일대에 주택 10 채를 지었다.

    “수익성을 따지면 안하는 게 맞죠. 벤틀리 한대값을 건축주에게 헌납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내가 지은 집이 전국 방방곳곳에 명품처럼 대접받고 있다면 우리 애들이 뿌듯해하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회사이름이 ‘콘크리트공작소’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콘크리트는 건축의 기본 재료이고, 구조도 철근콘크리트가 바탕이 된다. 기본에 충실해야 명품이 된다는 것이 한 대표 지론이다. 현실에선 ‘기본 지키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서러울 때도 많다고 했다.

    “인부들이 저보고 건축주 친척인줄 알았다고 해요. 우리한테 일을 힘들게 시키니까 건축주는 좋겠다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었어요. 그런데 준공 사진을 찍어 보내면 그분들이 자녀와 함께 오셔서 기념사진도 찍고 자랑도 하시고 그러면 마음이 좀 풀리죠. 하하.”

    2015년 제33회 서울시 건축상을 받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인터러뱅'. 지하 1층, 지상 5층의 근린생활시설로 대지면적329㎡, 연면적 874㎡./사진=윤준환 작가

    ■대기업도 탐내는 노출콘크리트 노하우

    콘크리트공작소는 종합건설사이지만 ‘건축집단’을 표방한다. 회사 설립 초기에 건축사, 구조기술사, 시공기술사가 뭉쳐 만들었고, 사명도 ‘공작소’로 끝난다. 시공, 설계, 구조 전문가들이 모여 건축가가 놓치거나 현장 돌발상황에 대처하는데 빠른 장점이 있다.

    노출콘크리트 품질 관리에도 강점이 있다. 대형 건설사에서도 노출콘크리트 시공 문의가 들어올 정도다. 벽체 사이에 단열재를 쓰는 중단열에 노하우가 있고 다양한 연출기법도 있다.

    “콘크리트에 음영을 살려 입체감을 높이면 노출콘크리트의 효과가 극대화되죠. 콘크리트는 단일 색깔이어서 멀리서 보면 밋밋하거든요. 음영을 주고 색깔을 입히면 멀리서봐도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한 대표는 ‘프레임워크’라는 시스템창호 개발을 마치고 내년엔 창호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기존의 창호들은 대체로 단열성능은 좋아도 두꺼워서 미려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건축가는 얇은 창호를 쓰고 싶어도 건축주가 가격 부담으로 주저하는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 대표는 개선 필요성을 느끼다가 내친김에 개발까지 했다.

    “비슷한 성능의 창호보다 가격이 30% 저렴합니다. 두께가 얇은 만큼 개방감이 크거든요. 건축가는 좋은 작품 남기고, 건축주는 비용 아끼고 만족감이 높더라구요. 입소문이 났는지 문의가 많아서 런칭시기를 내년 1월로 앞당겼습니다.”

    한 대표는 시공사를 불신하는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10년 보증을 해달라고 하는 건축주도 있었어요. 이 말은 노골적으로 시공사 못 믿겠다는 뜻이거든요. 날림공사를 하지 않고 양심껏 일하는 회사도 많은데 말이죠. 건축문화가 바뀌어서 시공사에 대한 예우가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는 건설업은 엔지니어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건축주, 건축가, 협력사 직원, 주민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잘 풀어가느냐에 성패가 달렸어요. 그래서 건설업은 서비스업입니다.”

    2012년 서울시 건축상을 받은 성북구 성북동의 단독주택 '현덕재'는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대지면적 284㎡, 연면적 403㎡./사진=윤준환 작가

    2015년 부산다운 건축상을 받은 부산시 서구 송도에 있는 '송도주택'.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로 대지면적 1111㎡, 연면적 1644㎡./사진=윤준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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