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2.11 06:50 | 수정 : 2017.12.11 11:36
[아름다운 주택] 테라조와 목재, 여백으로 이뤄진 평창동 빌라
테라조(Terrazo)와 목재를 주로 이용해서 구성한 서울 종로구 평창동 S빌라다. 구역별 용도가 명확하고, 방마다 중심이 되는 가구가 정방향에 하나씩만 심플하게 놓여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대지]
이 집은 북한산 아랫자락에서 30년동안 누군가의 안식처가 됐던 아늑한 곳이다. 오래된 적벽돌과 기와 지붕이 풍기는 고색창연함은 산세(山勢)의 수려한 풍경과 어우러져 집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정답게 맞이한다.
길게 트인 거실은 집안 가득히 자연을 끌어들인다. 북악산을 바라보고 아담하게 자리잡은 마당, 벚나무가 드리워진 거실, 목련나무가 그림처럼 걸린 안방, 북한산을 벗삼은 욕실을 갖춘 이 고주택은 한 폭의 풍경화같다.
[재료: 테라조]
시간의 흔적을 담은 적벽돌은 옛스러운 멋을 풍기며 집에 강인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테라조는 작고 다양한 형태의 자연석이 퇴적해 만들어진 조화로운 재료다. 이는 시간의 자취를 고스란히 내부로 들여 옛 집에 지속적인 생명력과 영속성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견고한 테라조는 가족들이 일상을 나누는 이 집의 구심점이 된다.
자연을 품은 테라조의 물성은 집 안 가장 깊숙한 곳에서 극대화된다. 창너머 북한산이 보이는 욕실은 테라조가 빚어낸 생명력으로 충만하며, 하루 일과에 지친 몸을 씻는 건축주에게 자연의 기쁨을 선사한다.
[재료: 목재]
이 집을 둘러싼 북한산과 북악산, 그리고 아담한 정원은 집의 일부가 되어 사계절 내내 자연의 숨결을 드리운다. 목재는 시간의 결을 품고 테라조와 함께 옛 집을 감싸는 더없이 훌륭한 건축재료다.
집 안에 들어서면 목재로 정교하게 짜낸 세살문이 부드러운 색조를 품고 정답게 손님을 맞이하고, 바닥에 차분히 깔린 원목마루는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포근히 감싼다.
집의 은은한 바탕이 된 목재는 독립적인 오브제가 되어 건축주의 일상을 풍요롭게 한다. 침실 가운데에 놓인 마호가니 원목 침대는 창가에 핀 순백의 목련꽃, 곧게 자란 고목나무와 함께 포근한 잠자리를 만들어준다. 서재의 중심에 자리한 정방형의 마호가니 책상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학문의 깊이를 더해갈 것이다.
[여백]
정제된 선이 만들어내는 하얀 여백은 삶의 풍경 그 자체다. 여백은 자연의 다채로움과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변화를 그대로 머금으며, 목재의 색채와 질감을 조화롭게 녹여낸다. 이렇듯 여백은 단순히 비워진 공간이 아니라, 본연의 색조와 분위기를 가진 재료 그 자체다.
단출하게 비워진 여백은 곧 집이 담아내는 삶의 모습이다. 집은 다사다난한 현실에서 벗어나 일상을 위로받는 안식처이기에 군더더기 없이 담백한 삶을 투영하는 배경이 된다.
최소한의 기능을 담은 구심형 공간은 집에 대한 본질적인 가치를 일깨운다. 침실에는 오직 침대만이 공간 중심에 있어 어떠한 것에도 간섭받지 않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각 공간에 명확하게 부여된 기능적 경계는 의도된 단순함 속에서 본연에 충실한 삶을 가능하도록 한다. 기능적 경계는 다양한 층위의 빛에 의해 극대화하거나 흐려져 공간의 분리와 통합을 동시에 이뤄낸다.
김현대는 연세대 건축공학과에서 학사를,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건축석사를 받았고, 미국건축사(AIA) 및 LEED AP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이화여대 교수이며 2015년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임명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