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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거주 외국인 200만명, 주거 지도 바꾼다

  • 김희정 피데스개발R&D센터 소장

    입력 : 2017.12.05 06:31

    [트렌드 터치] 샐러드볼을 넘어 외국인 식구 시대로

    ‘외국인’이 우리 사회 주요 구성원으로 떠오르면서 외국인 집단 주거지와 그들을 겨냥한 주거상품이 늘어나는 ‘다국적 샐러드볼 타운(salad bowl town·다문화 주거지) 증가’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모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에선 연남동 ‘차이나타운’, 동부이촌동 ‘리틀도쿄’, 혜화동 ‘필리핀마을’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화성시엔 ‘베트남거리’ 같은 특화거리가 발달했다.

    중국인이 많이 모여 살고 있는 서울 구로구 대림역 일대 차이나타운. /고운호 객원기자

    외국인 유학생이 급증한 대학가 주변도 마찬가지. 글로벌 캠퍼스타운이 조성되는가 하면 종교 시설 중심으로 조성된 외국인 거리도 눈에 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은 사상 처음 200만명 시대에 들어섰다. 이제 외국인들이 단순한 이웃 수준이 아닌 주택 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Major Player)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 200만명 첫 돌파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 K-팝(POP) 등 한류 영향으로 한국 방문객과 체류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입국자는 1724만 명에 이른다. 2006년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도별 외국인 입국자와 체류자 추이. /한국관광공사

    장단기 체류 외국인도 약 2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4%를 차지했다. 역시 10년전인 2006년(91만명, 전체 인구의 1.9%) 보다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체로 외국인의 경우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7%에는 못 미치지만 본격적인 다문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법무부는 향후 5년 안에 체류 외국인 규모가 300만 명(전체 인구의 5.8%)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인과 외국인의 결혼도 연 2만 건을 넘어서면서 본격적인 외국인 식구(食口) 시대가 열리고 있다. 외국인이 인구 수나 주택 수요로 공식 반영되지는 않고 있지만 이들 외국인이 머물러 살 주거공간에 대한 니즈(needs)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한국 거주공간에 대한 리서치에 참가한 외국인(왼쪽)과 국내 아파트 모델하우스을 찾아 관람하는 외국인. /피데스개발

    ■“주택시장 영향력 점점 커질듯”

    체류 외국인의 증가는 우리나라 주거 공간 변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굳이 주한미군이 이전하는 경기도 평택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오피스나 호텔에만 한정됐던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외국인용 주거상품의 비중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경남 남해 독일마을처럼 지방에도 외국에서 생활하던 동포와 외국인들이 모여 살거나, 2015년말 ‘외국인 환자 유치 지원법’ 통과로 인해 치료와 휴양 목적으로 장기 체류할 수 있는 테마 타운도 점차 늘어날 것이다.

    경남 남해군 삼동면에 있는 독일마을 전경. /남해군청

    미국 젊은이들이 ‘빈 침대와 아침식사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만든 에어비엔비(airbnb·Air Bed and Breakfast) 숙박 서비스업이 각광받듯이 남는 방을 외국인들에게 빌려주는 홈스테이나 게스트하우스도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기와 맞물려 거주하는 중대형 아파트의 남는 방을 활용해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임대소득을 올리려는 활동적인 시니어층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외국인 니즈 맞는 공간 구성 필요

    그렇다면 외국인들은 어떤 주거 공간을 좋아할까.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 결과가 눈길을 끈다. 우선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도 한국식 바닥 난방을 좋아하고 현관에서 신발을 벗는 문화에 적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아파트에 설치된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세대 내부의 경우 다이닝(dining)존 중심으로 오픈된 공간에 친구를 초대해 파티를 즐길 수 있는 편리한 구조를 좋아했다.

    뉴욕 맨해튼의 한 레지던스 내부 평면. /피데스개발 R&D센터 제공

    반면 한국인 평균 체형에 맞춰 지어진 공간이 많아서 불편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외국인 스케일에 맞춰 욕실을 키우고, 침대 사이즈가 큰 침실도 필요해졌다. 외국인들의 빨래 건조 습관도 우리와는 다르다. 햇볕에 널어 말리지 않는다. 대형 빨래건조기를 사용한다. 앞으로 필수 가전으로 빨래건조기를 넣어야 하는 이유다.

    평택 비전레이크 푸르지오 전용 165~173제곱미터 타입.(일부 이미지는 참고용임) /피데스개발 R&D센터 제공

    외국인 니즈에 맞춘 서비스와 공간을 제공하는 상품이 경쟁적으로 등장할 것이 확실하다. 실제로 평택에는 외국인을 고려해 독립적이면서 파티 공간을 강화한 아파트가 인기를 끌었다. 60평형대 대형이었는데도 중소형을 제치고 가장 먼저 분양이 완료됐다. 외국인 임대수요를 고려한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

    계절에 따른 온도와 습도 차이가 큰 한국의 기후 환경 속에서 세계 여러 문화권의 생활방식과 음식문화가 주거 공간 속으로 들어오면서 두 가지가 결합한 이른바 하이브리드형 주거문화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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