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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지을 돈까지 다 냈는데" 호매실의 분노

    입력 : 2017.12.02 06:31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신분당선 2단계 사업(광교~호매실)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합니다'라는 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신분당선 사업은 애초부터 용산에서 호매실까지 (한 노선이었고), 사업성 지수가 1이 넘었던 약속된 사업이었습니다. 호매실역 개통만 바라보고 3만여세대, 10만명의 서수원 주민들이 입주했습니다.”

    지난 8월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신분당선 연장 2단계 사업(광교~호매실)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순식간에 4000여명이 참여했다. 경기 수원 호매실지구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유는 당초 올해 착공해 2020년 개통하기로 했던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 사업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는 탓이다.

    경기 남부지역 주민들의 최대 숙원 사업인 신분당선 연장 2단계 사업. 2006년 기본계획이 수립됐지만 벌써 10년째 표류 중이다. 지역 주민들의 실망감과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부동산 시장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광교는 뚫렸는데 왜 호매실만…”

    지하철 신분당선 노선도. /신분당선(주) 제공

    신분당선 연장 2단계 노선은 수원 광교역에서 호매실역까지 11.1km로 사업비는 1조3000억여원. 절반쯤은 이미 확보했다. 아파트 공급 당시 분양가에 교통개선분담금 명목으로 5000억원(광교 3500억원, 호매실 1500억원)을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 노선은 2007년 이후 사업 타당성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월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비용대비 편익(B/C)이 0.39로 나왔다. 기준치(1.0)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대안 찾기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사업계획으로는 B/C값도 나오지 않아 사업 추진은 무리”라며 “다각도로 검토해 대안을 제시해 보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 10일 사업 재기획을 위한 용역 계약을 맺었고, 내년 10월까지는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사업 철회'를 거론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주민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이미 신분당선이 들어선 광교신도시보다 교통 인프라가 취약한 호매실지구의 경우 박탈감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백혜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수원 전체로 봤을 때 광교는 가장 발전된 지역이고, 호매실지구에는 임대주택이 많다”며 “1단계(정자~광교)는 광교까지 지하철이 들어왔는데, 그 이후부터 막혀있으니 ‘잘사는 동네는 해주고 임대주택은 무시하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쭉쭉 오르던 호매실지구 집값도 제동걸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과 호매실동에 걸쳐있는 호매실지구 위치. /조선DB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과 호매실동에 걸쳐있는 호매실지구 아파트값은 2011년 입주 이후 신분당선 연장 사업 호재를 지렛대삼아 꾸준히 상승했다. 그러나 최근 신분당선 연장 사업이 불투명해지면서 부동산 가격도 주춤한 모습이다.

    부동산리서치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1년 말 대비 현재 금곡동 아파트 시세는 평균 13.95%, 호매실동은 10.76% 각각 올랐다. 같은 기간 수원시 전체 상승률(9.58%)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지구 내 호매실GS아파트. /네이버 거리뷰

    그러나 올해 성적표는 초라하다. 국토부에 따르면 호매실지구의 올해 아파트 실거래가는 보합 또는 하락세다. 호매실GS아파트 84㎡(이하 전용면적)는 올 1월 2억5000만원(9층)에 거래됐다가 지난 9월엔 2억4000만원으로 떨어졌다. ‘호매실의 대장주로’ 꼽히는 능실마을 19단지 호매실스위첸은 올 2월 2억7650만원(8층)~2억8300만원(16층)에 팔렸다가 지난달 2억8900만원(13층)~2억9200만원(17층)으로 약간 올랐다.

    금곡동 LG빌리지4단지 역시 가격이 하락했다. 이 아파트 84.42㎡는 지난 2월 2억9000만원대에 계약됐지만 지난 10월엔 2억6300만원으로 3000만원 가까이 내렸다.

    지난해 1월 개통한 '신분당선 광교~정자 연장선 구간' 개찰구. /연합뉴스

    ■‘신분당선 연장’ 앞세운 분양 단지 주의해야

    문제는 여전히 호매실지구에 아파트와 수익형 부동산을 공급하는 일부 건설사들이 ‘신분당선 연장’을 대단한 호재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혜련 의원은 “건설사들이 부동산을 분양할 때 신분당선이 들어선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이를 보고 들어온 주민들은 신분당선 연장이) 안되니까 불만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현재 분양 중인 한 오피스텔(120여실)은 ‘신분당선 연장의 최대 수혜지’, ‘신분당선이 개통될 경우 호매실에서 강남까지 30분대로 진입’ 등을 홍보하고 있다. 올 6월 입주한 1100가구 규모의 ‘호매실 호반베르디움 더센트럴’ 역시 2015년 분양 당시 신분당선 연장 호재를 분양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호매실동의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신분당선에 대해 호매실지구 주민들은 거의 무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본다”며 “신분당선 연장만 보고 찾아오는 수요자들을 적극 말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구간은 당초 목표인 2022년 개통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다. 약 1년간 용역 이후 다시 타당성 분석을 해야 하는 걸 감안하면 2020년 착공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계획을 새로 내놓아도 타당성 분석을 바로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정책적 배려가 없다면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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