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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9 지진에 견디는 우리 건물 있다

    입력 : 2017.11.21 18:58 | 수정 : 2017.11.21 19:08

    /조선DB

    한국에서도 지진이 빈발하면서 국내 건설사들도 건축물 내진(耐震) 설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8년 내진 설계 규정을 처음 도입했고, 다음 달부터 2층 이상 연면적 200㎡ 이상 건축물은 진도 7의 지진에 대비할 수 있는 내진 설계가 의무화된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초고층 건물이나 고급 주거 시설엔 한층 엄격한 내진 설계 기준이 적용된다. 건설 기술 발달로 진도 9 수준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건물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진도 9에 맞춘 내진 설계는 역대 국내 최고 강도였던 지난해 경주 지진보다 60~70배 강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일반 아파트보다 6배 두꺼운 벽체 설계
    대림산업이 지난 7월 서울 성수동에서 공급한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는 진도 9 지진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국내 최초로 미국 초고층 내진 전문 구조 설계 업체인 MKA의 컨설팅을 받았다. 49층짜리 건물의 중심부인 28층에 두께 800㎜의 ‘아웃리거 월(Outrigger Wall)’을 설치했다. 비스듬하게 경사진 벽인 아웃리거 월은 건물이 좌우로 흔들릴 때 진동 폭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건물 중심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코어월’은 일반 아파트보다 최대 6배 두꺼운 1200㎜ 두께로 설계했다. 보통 20층짜리 아파트에는 200㎜ 두께로 코어월을 만들지만, 건물 하중을 견디고 중심축이 흔들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 보강한 것이다. 코어월을 축으로 삼아 3면으로 뻗은 개별 가구의 바닥은 일반 철근보다 4배 정도 강한 철로 만든 ‘강선(鋼線)’을 촘촘히 깔아 흔들림을 최소화했다. 대림산업은 작년 경주 지진 이후 별도의 지진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내진 설계 연구를 하고 있다.

    국내 최고층(123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에도 내진 신기술이 적용됐다. 국내 최대 규모인 가로 36m, 세로 36m의 코어월이 중심축이 되고, 약 40층 높이마다 건물 중심과 외벽을 대각선 방향으로 연결하는 대형 구조물(아웃리거)을 설치했다. 건물 중심축과 외벽이 따로 흔들려 균열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이다. 건물 외벽을 따라 설치된 대형 기둥 8개를 띠(belt)처럼 하나로 묶어주는 ‘벨트 트러스’는 개별 기둥에 쏠리는 힘을 고르게 분산해 건물 흔들림을 줄여준다. 롯데월드타워를 시공한 롯데건설은 한국지진공학회 함께 실제 지진 데이터를 분석, 아파트 등 건물 부위별 안전성을 검토하는 차세대 내진 설계법을 개발했다. 현대건설은 1996년부터 국내 건설사 최초로 대규모 구조 실험동(棟)을 세워 지진의 흔들림을 재현하고, 이를 통해 각종 내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별로 지진 감지기를 설치해 지진에 대응하는 시스템도 개발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작년 지진이 발생했던 경주에 짓는 경주 현곡 2차 푸르지오 아파트에 진도 6.5까지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를 하고,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지진 감지 경보 시스템’을 적용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홈네트워크에 등록된 휴대전화로 상황을 전달하고, 진도 5 이상의 강진(强震)이 발생하면 가스를 자동으로 차단하고 대피를 위해 조명을 자동으로 켜준다. 운행 중인 엘리베이터도 자동으로 1층에 비상 정지한다.

    ◇외장재 등 비구조물 안전 대책 마련해야
    건설 전문가들은 “지진이 나면 기둥이나 벽체 등 건물의 ‘뼈대’가 붕괴해 발생하는 피해보다 외벽이나 인테리어, 천장, 유리창 같은 비(非)구조물 낙하와 파손으로 발생하는 2차 피해가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1995년 6300여 명이 숨진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건물 붕괴가 아닌 가구나 외장재 등 비구조물 때문에 사망한 경우가 전체 사망자의 71%에 달했다. 이에 일본은 2011년 이후 조명 기구 등에는 이중 고정 장치를 설치하고, 천장 마감재는 가벼운 경량 재질을 사용하도록 비구조물에 대한 기준을 제정했다. 미국 역시 ‘영구적으로 설치하는 비구조물은 지진 진동에 견딜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항 지진을 계기로 벽돌 등 건물 외장재 관련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벽돌 등 건장재가 지진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설계 및 시공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건축 구조 기준’ 개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기준은 외장재 등 비구조물을 볼트나 용접이나 접합 작업으로 붙이도록 하고 있는데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권기혁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가진 내진 기술은 해외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라며 "이를 적용하도록 강제하는 규정과, 어겼을 때의 처벌 규정을 우리 상황에 맞게 다듬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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