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13 06:40
"주택청약제도 개편 내용을 아직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어요. 투기과열지구와 청약조정지역에서는 거주 기간 1년 이상 요건을 갖춰야 1순위 자격이 주어집니다. 그런데 현장에 와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분들도 많습니다. 청약 제도 개편 직후여서 상담사를 평소보다 많은 12명이나 배치했지만, 개별 상담을 받으려면 최대 2시간을 기다려야 했죠."(한승완 삼성물산 분양소장)
삼성물산이 최근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에서 공급했던 '래미안 DMC 루센티아' 아파트는 청약 1순위 자격 강화, 청약가점제 적용 확대 등 바뀐 청약제도를 적용받는 첫 단지였다. 하지만 제도 자체가 워낙 복잡하고 어려워 여전히 헤매는 예비 청약자들이 많았다.
문제는 예비 청약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1순위자에서 2순위자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1순위 가입자가 1018만3000여명으로 8월보다 약 11% 감소했다. 특히 서울 1순위자는 8월만 해도 309만명이었지만 불과 한 달만에 237만명으로 72만명(23%) 급감했다. 내집마련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청약 제도를 최대한 꼼꼼하게 따져봐야 손해보지 않는다.
①주택청약제도란 무엇인가
주택청약이란 쉽게 말하면 신규 아파트 구매를 신청하는 것이다. 청약을 통해 당첨자로 선정돼야 주택 분양을 받을 수 있다. 주택청약을 하려면 주택청약종합저축이 필요하다. 이 저축은 분양 신청 자격을 얻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주택자금을 마련하는 저축 목적도 있다. 실제 금리가 다른 예·적금보다 약간 높다. 청약종합저축은 국내 거주자라면 시중 은행에서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매월 2만~50만원 이내에서 1만원 단위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②청약 1순위자가 되려면
청약접수는 1순위와 2순위로 나눠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1순위 청약에서 신청자가 모집 가구수를 넘으면 2순위자는 청약을 넣어볼 기회조차 없다. 이 때문에 1순위 자격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청약통장 가입 후 1년(수도권 이외 지역은 6개월)이 지나고 납입횟수가 12회(수도권 이외 6회) 이상이거나, 납입금이 청약예치기준액 이상이면 청약 1순위 자격이 주어졌다. 청약예치기준액이란 청약을 원하는 지역과 면적에 따라 얼마 이상 청약통장에 들어있어야 한다고 정해진 금액을 말한다.
그러나 최근 투기과열지구 또는 청약조정대상지역의 1순위 자격이 강화됐다. 우선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2년, 납입횟수는 24회 이상이어야 한다. 둘째, 가구원 중 한1명이라도 주택을 1채 이상 보유하면 1순위가 될 수 없다. 셋째, 가점제로 당첨된 사람과 그 가구에 속한 사람은 2년간 가점제 청약을 할 수 없다. 넷째, 전입신고일 기준으로 해당 지역에서 1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요건도 새로 생겼다.
③당첨자는 어떻게 선정될까
2007년 이전까지는 아파트 청약을 넣으면 같은 순위 내에선 추첨으로 당첨 여부를 결정했다. 그러나 투기세력이 아닌 실수요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같은 순위 내에서도 또 우선 순위를 가리는 청약가점제가 도입됐다. 청약가점제란 가구주의 나이,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에 따라 각각 점수를 매긴 뒤 총점이 높은 사람에게 당첨 기회를 주는 제도다.
최근 가점제 적용 비율이 대폭 확대됐다. 투기과열지구에서 공급하는 전용 85㎡ 이하 주택은 그동안 전체 공급 물량 중 가점제로 75%, 추첨제로 25%를 뽑았다. 이제는 100% 가점제로만 뽑는다. 85㎡ 초과 주택은 종전처럼 50%를 가점제로 분양한다. 청약조정지역에서도 85㎡ 이하 주택은 가점제 비율이 40%에서 75%로 늘어나고, 85㎡ 초과 주택은 0%에서 30%로 확대됐다.
④내 청약 가점은 몇 점일까
청약가점은 84점이다 만점이다. 부양가족 수가 총 35점으로 배점이 가장 높다. 무주택 기간이 총 32점,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총 17점이다. 점수가 올라가는 단위 역시 부양가족 1인당 5점으로 가장 크다. 무주택 기간은 만 20세 이상을 넘어선 후 결혼한 시점, 또는 만 30세 이후부터 1년마다 2점이 가산된다. 청약통장은 가입 직후 2점이 가산된 이후 1년마다 1점씩 오른다. 금융결제원이 운영하는 아파트투유 홈페이지(www.apt2you.com)에서 제공하는 청약가점 계산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신의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
⑤청약 커트라인은 몇점?
그렇다면 가점이 얼마나 돼야 청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 ‘래미안 DMC 루센티아’에서 1순위 청약 경쟁률이 33대 1로 상당히 높았던 전용면적 114㎡는 최저 54점, 최고 76점에 평균 62점으로 집계됐다. 청약경쟁률이 두번째(29.6대 1)로 높았던 전용 59㎡는 최저 55점, 최고 69점에 평균 60점이었다. 84㎡ A~E타입 중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84㎡A는 최저 54점, 최고 69점에 평균 59.95점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 비 강남권 단지는 당첨자 가점이 평균 50점 미만이 대부분이었지만 청약가점제 확대 이후 10점 정도 높아진 것이다.
강남권 인기 단지의 경우 당첨자의 가점 평균은 60~70점대였다. 서울 잠원동 '신반포 센트럴자이'의 경우 85㎡ 이하 당첨자 평균 가점이 70점을 넘었다. 59㎡C는 평균 가점이 77점으로 만점에 겨우 7점 모자랄 정도였다.
⑥턱없이 낮은 내 청약 가점 높이는 방법
청약 커트라인에 비해 가점이 부족하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청약 가점을 한꺼번에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은 힘들다.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단 결혼을 앞둔 독신 젊은이라면 가급적 서두르는 것이 좋다. 무주택 기간은 만 20세 이상을 넘어선 후 결혼한 시점, 또는 만 30세가 된 이후 시점 중 빠른 시기부터 계산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 25세에 결혼한 사람은 이때부터 무주택 기간이 시작되지만, 만 33세 미혼자는 이보다 5년 느린 만 30세부터 무주택 기간이 집계된다. 청약통장 역시 성인이 되기 2년 전부터 만들어두는 것이 좋다. 만 20세 기혼자라 해도 청약통장 가입기간 2년을 채우지 못하면 1순위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양가족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부양가족 1명이 늘어날 때마다 가점이 5점씩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이를 많이 낳으면 좋지만 쉽지 않다. 직계존속인 조부모나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이다. 배우자의 직계존속도 가능하다. 단 같이 사는 직계존속의 경우 주민등록등본상 3년 이상 같은 주소에 등재돼야 한다. 실제로 같이 살지 않는 가족을 주민등록등본상으로만 같이 거주하는 것처럼 속이는 것은 불법이니 주의해야 한다.
⑦탈락자를 위한 예비당첨자 제도
가점 높이기에 실패하고, 청약 당첨에서도 탈락했다고 포기하기는 이르다. 예비당첨자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정당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해 미계약분이 발생할 경우 대비해 일반분양 주택 수의 20% 이상을 예비입주자로 추첨해왔다. 앞으로는 투기과열지구,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선 예비당첨자 선정 비율이 20%에서 40%로 두 배 늘어난다. 또 예비당첨자도 1순위 신청자 중 가점이 높은 사람이 앞 순번을 받게 된다. 다음 순번 예비입주자는 가점제가 적용되지 않는 추첨제 적용 대상자 중 추첨으로 순번을 받게 된다.
⑧가점 낮은 젊은층은 어디로 가나
청약가점제가 확대되면서 부양가족 수가 적고 무주택 기간이 짧은 30대가 40대 이상에 비해 불리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내집마련이 시급한 신혼부부들을 위해 신혼부부 특별공급 비율을 확대하고, 신혼희망타운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곳을 노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투기과열지구인 경기도 과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를 제외한 남양주·고양 등 수도권 청약조정대상지역의 85㎡ 이하는 여전히 25%를 추첨으로 뽑는다. 정부 규제 대상 지역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곳도 차선책으로 꼽힌다. 특히 평택이나 김포의 경우 각각 수서고속철(SRT)·김포도시철도 개통을 앞두고 있어 서울 출퇴근이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