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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2억씩 뛰던 전세" 올해는 잠잠한 이유

    입력 : 2017.11.11 06:45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DMC 래미안 e편한세상' 단지. /한상혁 기자

    “8·2 대책으로 매수세가 뚝 끊기면서 전셋값이 오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오히려 전세 시장은 더 잠잠해지고 있습니다. 찾는 사람도 없고, 내놓는 사람도 없이 그냥 대부분 기존 집 재계약만 하고 있어요.”

    지난 6일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가재울 뉴타운 내 ‘DMC 래미안 e편한세상’ 아파트 내 부동산 중개업소 앞. 겨울을 앞두고 이사할 집을 알아보러 다닐 시기인데도 손님 모습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요즘 전셋집 찾는 사람이 많냐”고 묻자, 한 부동산 중개업소 직원은 “손님이 예년의 절반도 없다”며 “사무소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했다.

    실수요자 거주 비율이 높아 최근 몇 년간 전셋값이 가파르게 올랐던 서울 서대문구에서 올 가을에는 전세 시장이 이상하리만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 올 가을 전세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예측과는 다른 결과다. 올 들어 강동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서울 전역에서 비슷한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길었던 전셋값 상승기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2년마다 1억씩 뛰던 전세, 올해는 ‘잠잠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 파크뷰자이' 아파트. /한상혁 기자

    가재울 뉴타운은 전철 경의중앙선 가좌역 인근인 서대문구 북가좌동·남가좌동 일대에 총 2만 가구 규모로 조성 중이다. 서울 도심권과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홍대입구역 등과 가깝고 집값이 비교적 저렴해 최근 주거지역으로 인기가 높다. 지난 18일 분양된 ‘래미안 DMC 루센티아’가 1순위에서 385가구 모집에 총 5802명이 청약해 평균 15대 1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가재울 뉴타운 일대 아파트들은 첫 입주 이후로 전세 계약 갱신 주기인 2년마다 큰 폭으로 전세금이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 자료를 봐도 2012년 10월 입주한 'DMC 래미안 e편한세상'(3293가구)은 최초 입주 당시 전용 84㎡ 기준 2억7000만원 정도에 전세 계약을 맺었고, 2014년 말에는 1억1000만원 정도 오른 3억8000만원 전후에 계약이 체결됐다.

    서울 서대문구의 연도별 매매·전세 시세 변화. /자료=부동산114

    2015년 10월에는 남가좌동에서 다시 대단지인 ‘DMC파크뷰자이(3830가구)’가 입주하면서 전세 시세는 4억원 전후로 안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1년 후 2016년 10월부터 다시 ‘래미안e편한세상’ 계약 갱신 기간이 되면서 전세 시세는 또 1억원 정도 오른 5억3000만원 전후로 형성됐다. 불과 4년만에 2억7000만원이던 전셋값이 5억30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 같은 전세 급등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10월부터는 2년 전 입주한 ‘DMC 파크뷰자이’의 전세 갱신 기간인데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용 84㎡가 5억~5억3000만원, 전용 59㎡가 4억5000만~4억8000만원 정도에 전세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북가좌동 ‘알림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재계약 기간에 다른 지역으로 가는 사람, 다른 지역에서 들어오는 사람이 모두 많아서 거래가 활발했는데 올해는 세입자 80%가 재계약을 택해 거래 자체가 활발치 않다”고 했다.

    ■규제 약발 전세 시장에도?…“불안 요인 상존”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벽산아파트 단지. /한상혁 기자

    가재울뉴타운 뿐 아니라 서대문구의 중고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홍은동 벽산아파트(1995년 입주·1329가구)는 올해 9월 전용 59 ㎡ 2억5000만원, 전용 84㎡ 3억3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각각 5000만원 정도 높은 금액이지만, 올초와 비교하면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

    입주 시점에 비교적 낮은 금액으로 전세 계약을 맺었던 입주 1~2년차 아파트에서는 부분적으로 전세금 상승세가 보인다. 연초 입주한 서대문구 북아현동 ‘e편한세상 신촌’ 4단지 전용 84㎡는 상반기까지 6억원 전후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지만, 지난 9월에는 7억원에 세입자를 구했다. 북아현동 ‘아현역 푸르지오(2015년 11월·940가구)’ 전용 84㎡ 전셋값도 입주 2년차를 맞아 올 6월 5억2000만원에서 최근 6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올해 10월까지 서울 구별 전세금 상승률(상위 10개 지역). /자료=부동산114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서대문구의 전셋값 상승률은 평균 4.45%로 대규모 재건축 이주로 국지적 급등이 나타난 강동구(10.07%)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하지만 실제로 서대문구에서는 신축 대단지의 저가 매물 소진으로 인한 가격 반등을 제외하면 시세 상승한 단지를 찾기 어려웠다. 서울 대부분 구(區)에서 전세 상승률이 3%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세 안정세가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8·2대책 등 부동산 규제로 인한 예상치 못했던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8·2대책에 이어 10·24 가계부채 대책의 강한 대출 규제로 은행 대출이 어려워진 다주택자들이 전세주택 공급을 늘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주택자가 분양권을 매입한 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잔금을 내기가 불가능해지면서 전세로 돌리는 경우가 대표적. 이로 인해 장기적인 전세 안정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내년 봄 이후에도 지금같은 ‘거래절벽’이 지속된다면 전세금 상승세가 재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올해 전세금 안정세는 최근 몇 년 새 주택 경기 호황기에 세입자 상당수가 매수세력으로 돌아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서울에서는 재건축·재개발로 인한 멸실 주택이 많고 신규 공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전셋값이 다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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