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05 07:00 | 수정 : 2017.11.06 09:21
집짓기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을 꼽는다면 바로 믿고 맡길 만한 시공사를 찾는 일입니다. 비용과 시간을 아끼려다가 곤욕만 치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땅집고는 한국건축가협회와 새건축사협회가 매년 발표하는 ‘건축 명장(名匠)’에 뽑힌 시공사들을 골라 그들이 전하는 건축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명장을 만나다] 한종희 상지건설 대표 “주거공간이 1순위…여자 마음 잘 안다”
“우리는 아파트 박사가 맞지만 현대·삼성을 이기려면 아파트로는 안 된다.”
한종희 상지건설 대표는 30대 초반인 1991년 현대산업개발을 뛰쳐 나와 당시 직장 선배와 회사를 차렸다. 상지건설은 상지리츠빌·카일룸 등으로 최고급 빌라를 개척한 건설사로 알려졌지만 창업 당시에는 현대산업개발에서 일감을 받는 무명 업체였다.
“독립했을 땐 현대에서 조그만 공사를 줘서 수월했어요.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빌라를 지었죠. 그러다 틈새시장을 고민했고 고급빌라 시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명장을 만나다] 한종희 상지건설 대표 “주거공간이 1순위…여자 마음 잘 안다”
“우리는 아파트 박사가 맞지만 현대·삼성을 이기려면 아파트로는 안 된다.”
한종희 상지건설 대표는 30대 초반인 1991년 현대산업개발을 뛰쳐 나와 당시 직장 선배와 회사를 차렸다. 상지건설은 상지리츠빌·카일룸 등으로 최고급 빌라를 개척한 건설사로 알려졌지만 창업 당시에는 현대산업개발에서 일감을 받는 무명 업체였다.
“독립했을 땐 현대에서 조그만 공사를 줘서 수월했어요.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빌라를 지었죠. 그러다 틈새시장을 고민했고 고급빌라 시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대표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과 서초동 일대에서 업력을 쌓은 뒤 사업무대를 강남구 청담동, 한남동 유엔빌리지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고급빌라 시장 수요를 확인하고 자체브랜드 ‘리츠빌’을 만들었다. 곧이어 터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사태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 대우건설·삼호 등 대기업이 고급빌라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그 땅을 상지건설이 사들였고, 분양에 성공하면서 큰 돈을 벌었다.
“IMF와 함께 외국계자본이 들어오면서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일하는 젊은 층에서 수요가 많았어요. 우리는 주거만 전문적으로 연구했거든요. 주부들이 원하는 걸 정확히 알고 있어요. 대기업보다 의사결정이 빠르고 소비자가 원하는걸 바로 알잖아요.”
2000년대 초반 내친김에 최고급 브랜드인 ‘상지리츠빌 카일룸’ 브랜드를 발표했다. 분양가가 35억~40억원 가량이었다. “그 당시에는 이해를 못 했죠. 그 돈이면 조그만 빌딩을 사지 누가 그런 집을 사겠냐고 했거든요. 평범한 아파트 싫고, 더 좋은 집을 찾는 사람들 요구에 맞추다보다 성공을 거둔 것 같습니다”
■“AIG 망할줄 몰랐죠”…리먼사태로 시련기
하지만 2008년 악몽같은 해를 겪었다. 골프채널에 TV광고를 내보낼 정도로 자신감이 붙었던 회사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휘청거렸다. AIG와 함께 경기도 교외에 세컨하우스를 지을 땅을 매입해 개발하기로 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AIG가 부지 매입자금 납입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면서 사업이 결국 무산됐다.
“AIG가 망한다고 누가 생각했겠어요. 대책이 없었죠. 돈줄이 막혀 저축은행 돈을 끌어와 쓰면서 시중은행에선 상환 요구가 들어오고….”
사업예정지 땅을 헐값에 팔아 빚을 갚았다. 주택 경기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2013년 청담사거리에 있던 사옥도 팔았다. 지금은 청담한국빌딩으로 바뀌었고 세를 들어 있다. 직원을 절반 넘게 내보낼 만큼 힘들 시절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회사는 돌아갔다. 리먼 사태 이전에 마련한 땅에 2009년, 2011년, 2012년에 잇따라 카일룸을 분양했다. 2009~2012년 지은 카일룸, 리츠타워, 옐로우스톤 등으로 한국건축가협회와 새건축가협회로부터 2012년 처음으로 ‘건축명장’에 선정됐다.
2012년 이후 카일룸을 내놓지 않고 재무구조 개선에 힘썼다. 근린생활시설, 상가주택, 타운하우스, 빌딩 등을 지었다. 2013~2014년, 2016~2107년 총 다섯 차례 ‘건축 명장’에 뽑혔다. 건축명장 심사는 중소규모 건설사를 대상으로 시공능력에 재무구조까지 꼼꼼하게 평가한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340억원, 당기순이익 20억원을 기록했다.
상지건설은 지난 1년간 대주주가 두 번 바뀌면서 변화가 있었다. 회사는 피인수와 합병을 거치면서 새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워드컴퍼니스의 지분 인수와 합병에 대해 한 대표는 “상장사로부터 전폭적인 투자를 받은 상황”이라며 “과거의 상지건설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급빌라 사업 기지개…“가격거품 빼겠다”
상지건설은 최근 강남구 논현동 고급빌라 예정지를 650억원에 매입하고 설계에 들어갔다. 인근에 지은 빌라의 분양가는 100억원대이지만 80억~9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가격거품을 빼겠다는 전략은 최근 현대건설, 신세계, 효성 등 대기업의 고급빌라 시장 진출을 의식한 행보다. 1990년대 후반 대기업과 각축전을 벌일 때도 이 같은 전략으로 이겨냈다.
고급 빌라 분양가가 100억원대를 넘기게 된 이유에 대해선 땅값 상승을 꼽았다. 한 대표는 “과거 40억~50억원 하던 분양가가 최근 70억~80억원으로 오른 이유는 땅값 때문이다. 땅값이 50억, 공사비가 20억으로 원가가 70억이 넘는다”고 했다.
카일룸은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이 사는 빌라로 언론에 오르면서 고급 빌라의 대명사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들의 깐깐한 요구를 맞추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 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 지론이 고급빌라 기업을 하려면 지어보고, 팔아보고, 살아봐야 한다는 거에요. 살아봐야 뭐가 부족한지 알게 되고, 그 공간에서 늘 느껴야 해요.” “마케팅이요? 우리는 모델하우스 짓는 것도 돈 아까워서 안 해요. 시장에서 신뢰를 얻었고, 우리 빌라에 살았던 사람들이 부모, 형제, 친구들 주변에 얘기해주거든요.”
내년 준공예정인 도곡동 카일룸은 핵공격에도 버틸수 있는 벙커를 집 안에 들여 화제가 됐다. 한 대표는 “자체 발전시설과 정수시설을 갖춰 단전과 단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최근 트랜드에 대해선 “과거엔 폐쇄적이고 보수적이었는데 해외에서 살던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집 안에 개방적인 공간이 들어간다”며 “여성들이 의사결정을 많이 하기 때문에 욕실, 드레스룸 등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주거공간이 1순위…수익구조가 가장 중요”
한 대표는 대형 빌라에 치우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고급 소형 주상복합 브랜드 ‘까사’를 만들었다. 낡은 빌라 재건축 시장도 검토하고 있다. 해외시장은 늘 염두에 둔다.
“중국, 베트남 시장을 리서치하고 있어요. 중국 부자들은 과시하려고 200억원짜리 집을 사두고 비워둬요. 가서 보니까 벌겋고 노랗고 그래요. 비싼 자재로 이렇게 밖에 짓지 못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진출하면 시장을 휩쓸 자신은 있습니다.”
한 대표가 생각하는 상지건설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는 “언제나 추구하는 것은 1순위가 주거공간입니다. 트렌드만 좇으면 안 돼요. 조금 지나면 지루해지거든요. 명품은 언제나 봐도 좋아야 합니다.”
그는 회사의 경영철학에 대해 “결정하지 않고 주저하면 죽는줄 모른 채 죽게 된다”며 “경영자든 팀장이든 최선을 다해 의견을 듣고, 고민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시적인 위기가 있었지만 27년 동안 리스크 관리 잘하고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았어요. 건설사 가운데 대기업 그룹에 속하지 않은 회사는 한번씩은 다 망했어요. 아파트로 돈벌었다가 아파트로 망하고요. 우리는 앞으로도 한우물만 팔 겁니다. 매출에 연연하지 않아요. 수익구조와 우리가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집을 짓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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