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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채로 쪼갠 대형 아파트 첫 등장, 괜찮을까?

    입력 : 2017.11.02 06:50

    “어머, 생각보다 잘 나왔네요. 오피스텔보다 구조가 더 나은 것 같은데요. 처음부터 완전히 따로 지은 집처럼 보여요.”

    지난달 29일 찾은 경기 김포시 운양동의 ‘한강신도시 e편한세상’ 아파트 202동 ○○호. 공급면적 176㎡(전용면적 140.46㎡)인 이 집은 기존 주택 한 채를 둘로 쪼깨는 리모델링을 시행한 이른바 ‘세대분할 아파트’다. 시공사인 얼론투게더 측은 ‘투·하우스 김포 1호’ 주택으로 이름붙였다.

    지금까지 새 아파트를 분양할 때부터 현관 2개가 있는 ‘세대 구분형 아파트’가 나온 적은 있지만, 이미 지어진 아파트를 쪼갠 적은 없었다. 정부가 지난 7월 기존 공동주택에 대한 세대분할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기준에 맞춰 공사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란 점에서 큰 관심을 모은다.

    최근 1인가구 증가, 대형 아파트 가치 하락과 맞물려 세대분할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세대분할 1호 주택을 직접 방문해 내부를 살펴보고 시공방법, 투자요령 등과 관련한 궁금증도 알아봤다.

    경기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처음 선보인 세대분할 아파트의 주방 겸 거실. 주방은 풀옵션을 갖추고 있고 거실엔 쇼파와 탁자, 의자, TV장을 놓을 만큼 넓다. /심기환 인턴기자

    ■“집안에 추가 현관문 달아 사생활 보장”

    ‘한강신도시 e편한세상’ 176㎡형은 원래 화장실 2개와 방 4개가 있었다. 세대분할 공사를 통해 작은방2개와 공용 화장실을 묶어 전용면적 50㎡(15평) 규모의 새로운 임대용 투룸(two-room)을 만들었다. 임대용 투룸은 침실, 주방 겸 거실, 욕실을 갖췄다. 주인집은 나머지 방 2개와 거실·주방·드레스룸을 합친 전용면적 90㎡로 만들었다.

    집 소유주인 정용희씨와 이번 공사를 맡았던 얼론투게더 최한희 대표의 안내로 ‘투·하우스 1호’ 주택 현관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자, 대형 아파트에서 볼 수 있는 전실(前室)이 나타났다. 여기까지는 기존 집과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서너걸음을 더 옮겨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집과 다를 것”이라던 정씨의 말이 떠올랐다. 전실이 끝나는 지점에서도 집안이 보이지 않았다. 왼쪽과 오른쪽에 또 다시 디지털도어락이 설치된 우드톤의 철제문이 나왔다. “이건 뭡니까”라고 묻자, 정씨는 “기존 집을 둘로 나누면서 내가 살 큰집과 세를 줄 작은 집을 구분하는 세대 출입문”이라며 “처음엔 출입문이 제대로 나올까 우려했는데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투하우스 1호 주택은 현관에서 들어와 각자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또 다른 현관문이 달려 있어 완벽한 사생활이 보장된다. /심기환 인턴기자

    철제문을 달면 사생활 보호가 가능할까. 최 대표는 “철제 방화문으로 시공해 보안성과 기밀성을 최대한 높였다”면서 “집 주인과 세입자가 현관은 함께 쓰더라도 각자 공간으로 들어가면 프라이버시가 보장될 수 있도록 동선(動線)을 완벽하게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현관 구조는 전혀 바꾸지 않았고, 주인집과 작은 집은 현관문은 인테리어를 고려해 색깔을 우드톤으로 통일했다. 원래 현관에서 정면으로 보이던 발코니는 가벽을 세워 막았다.

    ■풀옵션 갖춘 주방, 침실엔 대형 붙박이장

    새로 만든 투룸은 전용 50㎡로 혼자 생활하기에는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최 대표는 “기존 집의 발코니가 이미 확장돼 작은 집의 공간이 예상보다 크게 나왔다”면서 “독신자는 물론 신혼부부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방은 풀옵션을 갖췄다. 주방 씽크대와 주방 상하 수납장은 물론이고 2구 전기쿡탑, 냉장고가 완비됐다.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씽크대 하부에는 트롬세탁기가 설치됐다.

    주방은 원래 집안으로 쑥 들어와 있던 발코니(일명 알파룸)를 활용해 만들었다. 주방의 경우 상하수도가 연결돼야 하기때문에 기존 주인집 주방과 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위치에 만들었다. 최 대표는 “세대분할 아파트에서는 씽크대 설치가 중요하다”며 “주인집과 주방을 마주하지 못할 경우 공용 욕실에서 배관을 빼내서 연결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 규모가 커져 비용과 공기가 함께 늘어난다”고 했다.

    주방쪽에서 바라본 거실 겸 주방. 주방은 기존 발코니 공간을 개조해 만들었다. /심기환 인턴기자

    욕실은 거의 손대지 않을 만큼 관리가 잘 돼 있었다. /심기환 인턴기자

    침실엔 싱글베드와 책상을 놓고, 한쪽 벽에는 대형 붙박이장이 달려 있다. 웬만한 원룸만한 크기다. /심기환 인턴기자

    욕실은 거의 손대지 않았다. 이 아파트는 입주 5년 밖에 안돼 기존 욕실을 그대로 활용해 공사비를 줄였다. 최 대표는 “욕실은 일단 손을 대면 최소 200만~300만원은 든다”면서 “욕실과 발코니 확장이 세대분할 공사비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주방 옆 거실 공간은 2인용 소파와 작은 의자, TV장을 놓을 만큼 제법 컸다. 침실 역시 싱글 침대와 책상을 놓고도 공간이 제법 남았다. 벽에는 10자쯤 되는 대형 붙박이장이 달려 있어 1~2인용 옷과 침구류 수납은 충분해 보였다.

    이번 주택의 경우 새 아파트여서 상대적으로 공사비가 적었다. 총 공사비(세금 포함)는 1700만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얼론투게더 측은 11월 7일까지 ‘투·하우스 김포 1호’ 주택을 일반인에게 공개하는 오픈 하우스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씨는 “식구가 적어 월셋집을 내줘도 나머지 공간이면 사는 데 충분하다”며 “사는 집에서 월세가 나오는 것도 좋지만, 집을 쪼개면 저평가된 대형 아파트의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사업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세대분할 1호 아파트의 기존 실내 구조(왼쪽)와 둘로 쪼갠 이후 실내 구조. /얼론투게더 제공

    ■애물단지 대형 아파트, 세대분할이 해법될까

    주택업계에선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세대분할 사업이 현재 주택시장에서 골칫덩이가 된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새로운 해법(解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용 99㎡ 이상 대형 아파트는 1990년에 6만9000가구가 공급된 것을 시작으로 매년 10만 가구 이상 쏟아졌다. 대형 아파트가 마지막으로 인기를 끌었던 2000년대 중반에는 매년 20만 가구씩 공급됐다. 현재 1980년 이후 공급된 대형 아파트 중 10년 넘은 아파트는 전국적으로 290만 가구나 된다.

    기존 발코니에 주방을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 /심기환 인턴기자

    하지만,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1~2인 가구 중심으로 바뀌면서 대형 아파트는 수요가 적어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경기도 용인시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분당이나 용인만해도 50~70평짜리 아파트에 노인 두 명만 살면서 방2~3개씩 놀리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며 “관리비만 수십만원씩 나오는 대형 아파트는 찾는 사람이 없어 자식들도 물려받는 순간 헐값에라도 팔아버리고 싶어한다”고 했다.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와 용인 등 대형 아파트가 많은 곳은 재건축이나 리모델링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인구 구조와 주택 시장 상황을 볼 때 서울 핵심부를 제외한 지역의 낡은 대형 아파트는 가격 하락을 피하기 힘들다”며 “은퇴자가 낡은 대형 아파트를 대책없이 갖고 있으면 노후에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보증금으로 공사비 충당, 월세는 40~70만원 수준

    전문가들은 기존 아파트 세대분할 사업은 사업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공사기간도 짧아 중대형 아파트를 보유한 은퇴자에게 현실적인 대안(代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세대분할 공사비는 쪼갠 집이 원룸일 경우 1700만~2000만원, 투룸이나 방 3개 이상일 경우 2000만~3500만원 정도 들어간다.

    현재 월세 시장에서 원룸과 투룸 보증금이 수도권 기준 최소 500만~2000만원은 되기 때문에 사업주는 공사비 상당 부분을 보증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 최 대표는 “투룸이 나오거나 투룸이 아니어도 서울의 경우 사실상 본인 투자비를 한푼도 들이지 않고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임대료는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원룸의 경우 월 평균 40만~60만원 안팎, 투룸은 월 평균 60만~70만원 정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월세를 받을 수 있다면 은퇴자에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며 “세대분할로 대형 아파트 일부를 수익형 부동산으로 만들게 되면 최소한 대형 아파트의 가격 하락에 제동을 거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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