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0.24 15:17
정부가 꺼내든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부동산 시장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실수요자가 많은 지역은 “8·2 부동산 대책으로 끊겼던 매수심리가 최근 살아났는데, 또 다시 끊기게 됐다”고 우려한다. 반면, 속칭 갭(gap) 투자가 활발한 곳과 서울 강남은 오히려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반응이다.
■“거래 절벽 살아나나 했더니…찬물 끼얹어”
정부가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집값을 잡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대출을 옥죄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총부채상환비율(DTI) 산정 방식을 개선한 신(新) DTI를 적용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새로 도입했다. 대출을 활용한 무리한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신혼부부 등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거래 절벽 살아나나 했더니…찬물 끼얹어”
정부가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은 집값을 잡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대출을 옥죄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총부채상환비율(DTI) 산정 방식을 개선한 신(新) DTI를 적용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새로 도입했다. 대출을 활용한 무리한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신혼부부 등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로 인해 실수요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8·2 대책 이후 살아나려던 시장에 정부가 찬물을 끼얹었다고 주장한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기린공인중개사사무소 최용규 대표는 “8·2 대책 이후 집을 사려던 수요자들이 돈줄이 막혀 집을 사지 않거나 전세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에 거래하겠다고 눈치보던 수요자들이 있었는데 대출을 끊어버린다면 여윳돈이 없는 사람들이 집을 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위례신도시의 금성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 공영우 대표는 “위례신도시는 실수요자가 대부분이어서 8·2 대책 이후에도 거래가 꾸준했는데, 이번 대책으로 아예 끊기게 생겼다”고 했다. 그는 이어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자금줄을 끊는 바람에 여윳돈 없는 서민만 피해를 보는 것 같다”면서 “매도자들은 안 팔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호가를 낮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증산동의 천지인공인중개사무소 주진규 대표도 “가계부채 대책으로 돈줄이 끊긴 다주택자가 물건을 내놓아도 실수요자들이 대출 규제 때문에 집을 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니까 시장 전체가 얼어버렸다”고 전했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집 사지 말라는 얘기 아니냐”며 “대출을 더 묶는 바람에 매도자와 매수자 눈치싸움이 더 치열해졌다”고 했다. 이어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서 시장은 더 조용해질 것 같다”면서 “금리마저 오르면 타격이 더 크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인천시 남동구의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집 사는 사람 중에 대출없이 사는 경우가 어딨느냐”면서 “8·2 대책 때문에 작은 주택만 거래되는 거래절벽 상태인데,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갭투자는 여전, 팔짱 낀 강남
가계부채 대책으로 추가 대출이 어려워졌지만, 오히려 전세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는 대출 규제와 관계없어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W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명일우성, 명일주공9단지, 명일신동아, 명일현대 등은 갭투자 수요가 많아서 8·2 대책 이후로도 잠깐 매수가 끊겼다가 다시 거래가 꾸준했다”면서 “대출받고 사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가계부채 대책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 갭투자 수요는 아직 꾸준한 편”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의 광장부동산 백남일 대표도 “통상 정부 대책이 나오면 서울 강남권 눈치를 보고 움직이는 상황이어서 아직 매수·매도자들이 관망세를 보인다”면서도 “마북동에는 대출규제에 큰 영향 없는 갭투자가 많아 영향이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에는 신규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규제까지 담았다.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분양 과열을 정조준한 조치인데, 재건축 등 신규 분양시장에 약간 영향을 주겠지만 기존 아파트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그린중개사사무소 정진규 대표는 “재건축이나 일반분양은 거래가 안되고 있지만, 반포동에선 지금도 물건이 없어서 난리”라며 “8·2 대책으로 거래가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9월 중순부터 싼 매물이 팔렸고 추석 이후로는 매수세가 무섭다”고 했다. 이어 “자금 여력이 풍부한 수요자가 많아서 그런지 대출 때문에 살 걸 못 사겠다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시장이 죽은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매수자들이 대출 규제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이번 규제 대책이 강남에 크게 영향을 끼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매도자들은 호가를 낮추는 것이 ‘내 재산을 뺏기는 것’이라고 생각해 호가를 낮춰서 팔지 않고, 오히려 급매물을 찾는 대기 매수자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