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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두 남매가 지키던 넝마집의 대변신

  • 양진석 건축가

입력 : 2017.10.22 06:31

집을 짓는다는 건 가족에게 맞춤옷처럼 딱 맞는 주거공간을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공간으로부터 온전한 가족의 삶이 시작되는건 아닐까요. 가족과 집은 뗄수 없는 키워드입니다. 땅집고는 예능프로그램 ‘러브하우스’로 국내 인테리어, 건축 대중화에 앞장섰던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가 지난해 지은 집 여섯 채와 그 안에 담긴 건축철학,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양진석의 여섯 채의 집] ①강화도 아이들이 즐거운 집

투시형 담장과 외벽을 통해 집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도록 설계한 강화도 집. /사진= 이남선 작가


인천 강화도의 한적한 마을에 사는 50대 부부는 11살 아들, 6살 딸을 두고 있다. 아빠는 일용직으로 일하고, 엄마는 외할머니 병간호에 집을 자주 비웠다. 남매가 텅 빈 집을 지켰다. 집은 불안해 보였다. 구조가 튼튼하지 않고 습기가 쉽게 찼고 단열에도 문제가 있었다.

겨울에는 춥지 않고 여름에는 시원한 집, 그래서 가족 건강을 지킬수 있고 아이들이 편안한 집을 짓기로 했다. 특히, 동네 친구가 없어 하루종일 집에서 보내는 남매에게 다양한 공간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걸 설계 목표로 잡았다.

철거 전 집의 모습


새로 지은 집의 단면도. a 안방, b 현관 안 복도, c 주방/거실, d 출입구. /와이그룹

새로 지은 집의 평면도. a 안방, b 발코니, c 욕실, d 아들 방, e 거실, f 식탁, g 주방, h 딸 방, i 붙박이장, j 놀이방, k 공부장, l 발코니, m 보일러실. /와이그룹


[땅 생긴 대로 집 짓기]

대지 북쪽에 낮은 산이 있고 남쪽으로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다. 지형을 그대로 살려 레벨 차이도 그대로 두기로 했다. 굳이 평평하게 땅을 고르지 않았고, 높은 뒤편에는 좀 더 색다른 공간을 계획하고, 낮은 곳은 일반적인 생활을 하는 곳으로 구분하면 되겠다 싶었다. 남측으로는 낮고 북측에서 보았을 때는 약간 높은 경사 지붕을 택했다. 지형에 순응하는 집은 전통건축 배치 경관에서 인용했다.

예전 집에 있던 판석을 입구에 깔고, 시간의 흔적이 지워짐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보탰다. /사진= 이남선 작가


투시형 담장은 집 안에서 밖을 볼 수 있으면서도 외부의 시선을 차단해준다. /사진= 이남선 작가


[투시형 담장]

밖에서 보면 안이 잘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 보면 밖이 잘 보이는 공간 개념을 적용했다. 외부 공간이지만 입구 현관은 투시형 담장을 도입해 중성적 공간이 되어 내부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투시형 담장은 집 안에서 충분히 밖을 조망할 수 있으면서도 남향 채광 면적을 확보할 수 있게 해 주고 프라이버시(사생활)도 지켜준다.

외벽은 차양기능과 외풍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사진= 이남선 작가


[가벽]

외벽 바깥으로 가벽을 하나 더 세웠다. 더블 레이어드 월(double layered wall)로 생긴 잉여 공간이다. 여름에는 차양 효과, 겨울에는 단열 효과를 높여주는 이 공간에 테라스 기능까지 넣었다. 이런 벽 하나를 더 세우면 바람을 막아 겨울에 보온 효과가 높다. 여름에는 차양 기능을 하는 벽 하나가 얼마나 집을 시원하게 해 주는지 모른다. 바닥은 우드 덱(deck)을 사용하지 않고 특수 모르타르(mortar) 소재를 사용해 디자인을 강조했다.

대지의 높이차를 살려 집을 지었다. /사진= 이남선 작가


[틈의 건축]

두 매스를 반 층 올리는 스킵 플로어(skip fl­oor) 형식으로 수직 동선을 만들어 연결했다. 공간의 상부나 버려진 공간을 활용해 상층과 하층을 모두 공간으로 쓰게 하는 메자닌 플로어(mezzanine fl­oor) 개념을 적용, 별도의공간을 만들어 남매의 전용 놀이공간으로 구성했다. 매스와 매스 사이에는 틈새 공간이 있고 채광창을 두어 안에서도 볼 수 있고 밖에서도 계단의 공간을 볼 수 있다.

남매방에는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는 조망창을 달았다. /사진= 이남선 작가


[창호 디자인]

키즈룸에서 보면 상부에 창을 내 남쪽으로 들어오는 빛을 받게 했다. 이 창은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는 조망창 기능도 한다. 창호들은 단열 효과가 매우 뛰어난 PVC 이중 창호를 사용했다. 알루미늄보다 PVC가 단열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고급 소재를 지향하는 분위기 탓에 PVC가 서러움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집안에 길처럼 동선을 짜서 조그만 마을이 되도록 했다. /사진= 이남선 작가


[내부의 길]

집안에 길을 만들었다. 밖에서부터 시작해 안에도 길이 있는 건축을 시도한 것은 실내와 실외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집이 하나의 조그만 마을이 되기도 하고 자아실현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능적으로도 바람 길을 열어 주는 공간은 집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이자 오랫동안 집이 숨 쉴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로로부터 조금 여유있게 물러서 집을 지었다. /사진= 이남선 작가


[이격거리]

도로에서 여유 있게 물러선 배치는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물론 심리적 풍요로움을 위해 계획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동네에도 여유로운 풍경을 선사하게 됐다.

경사 지붕으로 높은 층고의 남매방을 꾸몄다. /사진= 이남선 작가


[경사지붕]

집 뒤편에 있는 K룸에는 경사지붕을 적용했다. 투시도 기법을 활용해 원근감을 주면서 집이 단조롭게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주변 풍광에 거슬리지 않게 앉힌 이 경사지붕은 내부에도 그대로 적용해 높은 층고의 공간을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

양진석 대표는 성균관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교토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안양대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와이그룹 대표이며 건축교육프로그램 NA21과 파이포럼 주임교수로 있다. 그의 저서 ‘집 짓다 담다 살다’(컬쳐그라피)는 방송을 통해 지은 6채의 집을 그 계획부터 설계, 완성에 얽힌 이야기와 방송에서 만날 수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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