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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는 버려진 동네…희망은 7호선 연장뿐"

    입력 : 2017.10.19 06:55

    "의정부는 버려진 동네예요. 뭘 어떻게 해도 집값이 오르질 않아요. 의정부 경전철도 결국 집값 오르는 데 도움은 안됐잖아요. 일부 사람들은 기회만 되면 탈출을 꿈꾸고 있죠." (경기도 의정부시 신곡동 주민 박모씨)

    2012년 7월 개통 당시만 해도 ‘꿈의 레일’이라며 환영받다가 파산한 의정부경전철. 지난 5월 파산한 U라인은 지난달 30일자로 끝내 경전철 운행을 중단했다.

    장암동~고산동을 잇는 총 11.1㎞ 길이의 의정부경전철 운영은 이제 인천교통공사 손에 맡겨졌다. 인천교통공사가 1년간 위탁운영할 동안 새 사업자를 찾아야 한다. 의정부시 측은 '운행 중단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市) 안팎에선 수익성이 워낙 떨어지는 탓에 사업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의정부경전철 파산은 지방자치단체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지역 경제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집값 등 자산가치 상승 기대감에 부풀었던 주민들의 실망감도 적지 않다. 철도(鐵道)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불릴 만큼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의정부경전철은 오히려 부동산 시장에도 부담만 안겨주고 있다.

    의정부경전철 탑석역 스크린도어에 붙어있는 안내문. 사업 운영자인 의정부경전철㈜가 파산했지만 경전철은 중단없이 정상 운행한다는 내용이다. /이윤정 기자

    ■“탑석역 인근 아파트값, 5년간 최대 1억 올라”

    의정부경전철은 개통 5년이 지났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주변 지역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일부 단지는 5년간 최대 1억원 정도 집값이 오르기도 했지만 최근 다시 빠지는 추세다.

    의정부경전철 종점인 탑석역의 대표 아파트로 꼽히는 송산주공4단지(735가구)와 용현현대1차(986가구). 각각 탑석역까지 걸어서 2분, 3분 걸리는 속칭 ‘초역세권’ 아파트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송산주공4단지는 지난달 59㎡가 2억2000만원(8층)에 거래됐다. 1년 전 2억1500만원(9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변화가 없다. 물론 의정부경전철 개통 직후인 2012년 8월(1억5200만원)과 비교하면 5년간 7000만원 올랐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수도권 아파트 대부분이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비교 우위에 있는게 아니라는 분석이다.

    용현현대1차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 아파트 84㎡는 지난달 2억4500만원(9층)에 팔렸는데, 1년 전 2억5250만원(12층)까지 오른 데 비하면 오히려 가격이 하락했다. 의정부경전철 효과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 7월 1억4000만원에서 한 달만에 1억8500만원으로 4000만원 오른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상승세는 바로 꺾였다.

    탑석역 도보 2분 거리에 있는 송산주공4단지 아파트. /이윤정 기자

    ■“곤제·발곡·회룡역 집값은 사실상 제자리걸음”

    그나마 탑석역 인근 아파트들은 곤제역 주변과 비교하면 그나마 많이 오른 편이다. 곤제역까지 걸어서 1분 걸리는 송산주공1단지(1551가구). 지난달 59㎡가 1억7500만원(2층)~1억8800만원(11층)에 거래됐는데, 5년 전 1억4000만원(3층)~1억6800만원(14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3000만원 안팎 올랐다.

    이 아파트에 거주한지 10년쯤 됐다는 김모씨는 “내가 입주할 때도 (아파트 가격이) 저렴했지만 지금도 서울에 비하면 형편없이 싸다”며 “서울 사람들은 앉은 자리에서 수억씩 번다는데, 우리는 그런 건 꿈도 꿀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경전철이 뚫리면서 시내까지 나가기 편해진 것은 맞지만 의정부는 버스가 잘 돼있어 여전히 경전철보다 버스 이용객이 많고, 이 때문에 효과가 떨어지는게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 환승역인 회룡역도 별다른 효과를 봤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회룡역 도보 2분 거리인 호원한신1차(204가구)의 경우 전용 84㎡가 지난달 2억5900만원(13층)에 계약됐다. 이는 한 달 전(2억6900만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떨어졌다. 경전철 개통 직전인 2012년 6월엔 2억2000만원(9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000만원 상승에 불과하다.

    발곡역 주변은 의정부 중심부와 가깝지만 집값은 외곽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장암동아(1488가구) 84㎡는 지난 8월에 2억6000만원(9층)에 거래됐다. 5년 전(2억6000만원)과 똑같다. 장암현대2차(795가구) 역시 82㎡가 지난 8월 2억8800만원(17층)에 팔렸는데, 역시 5년전(2억8000만원)과 별 차이가 없다.

    ■“남은 희망은 7호선 연장 뿐”

    탑석역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용현현대1차. /이윤정 기자

    그러나 의정부에도 일부 지역은 집값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하철 7호선 연장’이란 재료가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7호선 연장 사업은 국토부가 6976억원을 투입해 2023년 개통 목표로 7호선 도봉산역부터 양주 옥정까지 14.99km를 연장하는 것이다. 이 노선은 도봉산역~장암역~탑석역~양주 옥정역 등 4개역을 지난다. 이 가운데 탑석역은 의정부경전철로 환승이 가능해 주변 아파트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다.

    문제는 당초 예상보다 사업비가 늘어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고, 착공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탑석역 인근 주민들은 희망적이다. 용현현대1차에 사는 박모씨는 “집값이 크게 오르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면서도 “7호선이 뚫리면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서울 강남까지 한번에 갈 수도 있어 집값이 오르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인근 A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탑석역 주변은 7호선 호재 때문에 집값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B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 않아 집값 상승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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