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0.04 07:00
[집중분석-가로주택정비사업] ① “이게 재건축 대안? 우린 안할래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한다고 해서 동네가 근본적으로 확 달라집니까. 우리가 원하는 건 동네 전체를 업그레이드하자는 것이지, 동네를 누더기처럼 기우는 게 아닙니다.”(서울 강서구 등촌동 주민 박모씨)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의 한 축으로 떠오른 가로주택정비사업. 2012년 처음 도입됐지만 5년이 다 되도록 아직 완공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부지면적 1만㎡ 미만으로 노후 단독·다세대주택 20가구 이상을 묶어 저층 아파트 등을 짓는 소규모 도시재생 사업이다. 일명 ‘미니 재건축’이라고도 부른다. 토지 등 소유자 80% 이상 동의로 조합을 만들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정부는 별도 정비구역지정 절차가 필요없어 대략 3년이면 사업이 끝날 것으로 본다. 통상 7~8년씩 걸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보다 훨씬 빠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대다수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조합설립 등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곳도 20여곳에 불과하다. 이렇게 지지부진한 이유가 뭘까.
■“차라리 지역주택조합이 낫다”
지난달 29일 땅집고는 서울 강서구 등촌동 365 일대를 찾았다. 이곳은 2014년에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설상가상 단독주택 재건축 제도가 아예 폐지되자, 주민들은 서울시 상대로 “정비구역 지정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지만 결국 졌다. 서울시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거부했다. 3년 여가 지난 현재 주민들은 지역주택조합을 결성해 아파트를 짓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한다고 해서 동네가 근본적으로 확 달라집니까. 우리가 원하는 건 동네 전체를 업그레이드하자는 것이지, 동네를 누더기처럼 기우는 게 아닙니다.”(서울 강서구 등촌동 주민 박모씨)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의 한 축으로 떠오른 가로주택정비사업. 2012년 처음 도입됐지만 5년이 다 되도록 아직 완공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부지면적 1만㎡ 미만으로 노후 단독·다세대주택 20가구 이상을 묶어 저층 아파트 등을 짓는 소규모 도시재생 사업이다. 일명 ‘미니 재건축’이라고도 부른다. 토지 등 소유자 80% 이상 동의로 조합을 만들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정부는 별도 정비구역지정 절차가 필요없어 대략 3년이면 사업이 끝날 것으로 본다. 통상 7~8년씩 걸리는 재개발·재건축 사업보다 훨씬 빠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대다수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조합설립 등 현재 사업이 진행 중인 곳도 20여곳에 불과하다. 이렇게 지지부진한 이유가 뭘까.
■“차라리 지역주택조합이 낫다”
지난달 29일 땅집고는 서울 강서구 등촌동 365 일대를 찾았다. 이곳은 2014년에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설상가상 단독주택 재건축 제도가 아예 폐지되자, 주민들은 서울시 상대로 “정비구역 지정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지만 결국 졌다. 서울시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거부했다. 3년 여가 지난 현재 주민들은 지역주택조합을 결성해 아파트를 짓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건물만 새것이고 주변 환경은 그대로라면 무슨 소용이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재건축을 무산시킨) 서울시가 원망스럽다”고도 했다.
또 다른 주민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등촌1구역 재건축 사업을 언급하면서 “길 하나를 두고 한쪽은 으리으리한 아파트 단지, 이쪽은 빌라촌이면 당연히 괴리감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등촌1구역(3만772㎡)에는 지상 15층 아파트 518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2013년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당시 등촌동 365일대와 함께 재건축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양천구 목3동 324일대, 강남구 청담동 13일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시는 당시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다른 사업이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목3동 324 일대 역시 지역주택조합추진위원회가 들어섰고, 청담동 13 일대는 아예 그대로 방치된 상태다. 시의 기대와 달리 주민들은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멈추지 않을 기세다.
■“층수 규제에 묶여 사업성 떨어져”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정작 주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성이 낮다는 점이다. 물론 일각에선 “주민들이 재건축·재개발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을 버리고 투자가 아닌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재정착한다는 의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해당 주민들은 공공성보다 자산가치 상승에 더 관심이 많은 게 사실이다.
우선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신청하려면 부지가 1만㎡ 미만이어야 한다. 대규모 아파트 건설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부지면적이 4만5000㎡인 등촌동 365 일대의 경우 기존 부지를 최소 5개로 쪼개야 사업이 가능한 셈이다. 문제는 가구수가 줄면 일반분양 물량이 줄고 분양가도 비싸게 받기 어렵다는 것. 한 주민은 “우리 동네는 서민층이 많아 추가분담금 낼 여력이 거의 없다”면서 “가구수를 대폭 늘려야 분담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주민들은 서울시가 가로주택정비사업에도 층수 제한을 하는 것도 불만이다. 국토부는 2014년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층수 제한을 기존 7층에서 15층으로 대폭 완화했다. 그런데 서울시가 “스카이라인을 훼손하는 나홀로 아파트가 난립한다”며 7층으로 제동을 걸었다. 등촌동 365 일대 한 주민은 “우리 동네는 5~6층 건물이 대부분인데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는 1층밖에 더 못 올린다”면서 “지역주택조합이 성공하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몇천만원 들여 7층짜리 소규모 아파트에 들어갈 바에 어렵더라도 15층짜리 대단지를 짓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소규모 정비사업인 만큼 부지 규모 제한은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층수 규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사업 추진 속도와 건축규제 완화 등에서 장점이 있지만 결국 사업이 되느냐, 안되느냐를 가르는 것은 층수”라고 했다. 그는 이어 “서울에서 사업이 지지부진하니 지방으로 확산도 안되는 것”이라며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합리적인 수준에서 층수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 "구급차 못 들어와 사람죽는데…동네 정비 못하는 이유" 이지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