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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HUG의 황당한 전세금 반환보증

    입력 : 2017.09.29 15:11 | 수정 : 2017.09.29 15:59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에 전셋집을 구한 A씨. 그는 전세금과 아파트 매매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데다 부동산 시장 상황도 불안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을 결심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문의하니 ‘집주인 동의가 없어도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신청서를 냈지만 한달여가 지나서야 ‘가입 불가’ 통보를 받았다. 알고 보니 집주인이 HUG측의 ‘채권 양도 확인’을 요청하는 전화를 계속 거절했던 탓이다. A씨는 “신청만 하면 다 될 것처럼 얘기하더니 사실상 집주인 허락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집주인 동의 없이도 가입할 수 있다고 홍보해 온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 사실상 집주인 동의 과정을 거쳐야 가능한 것으로 국토교통부 자체감사에서 확인됐다.

    조선일보 땅집고가 29일 입수한 ‘주택도시보증공사 종합감사’ 보고서에서 국토교통부는 HUG가 규정에도 없는 추가 절차를 만들어 보증이 발급되지 않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있다며 제도 보완을 통보했다.

    HUG 전세금 반환보증 제도 도입이후 지난 6월까지 연도별 미발급현황. HUG가 지점에서 직접 취급한 보증만 조사대상이다. /자료=국토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HUG는 2013년 8월부터 올 6월까지 HUG지점을 통해 접수된 4519건의 전세금 반환보증 신청가운데 ▲2013년 3건 ▲2014년 27건 ▲2015년 63건 ▲2016년 58건 ▲2017년 120건의 보증이 미발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역대 최대 미발급 건수를 기록하는 등 미발급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국토부는 미발급 원인이 HUG의 잘못된 제도 운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시행세칙에 따르면 임차인이 전세금 반환보증을 신청하면 집주인에게 채권양도통지서를 내용증명 우편으로 통지하고 수령 여부를 확인한 뒤, 임차인에게 보증서를 발급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HUG는 시행 세칙에도 없는 ‘유선 확인 전화’란 절차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채권양도통지서가 도달했는 지를 확인하고, 다른 채권자의 권리 침해가 있는 지를 유선으로 물어보는 것이다. 결국 집주인이 HUG의 확인 전화를 받지 않으면 임차인의 전세금 반환보증 신청이 거절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집주인이 전화 확인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제도 자체를 몰라 세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집주인에게 경제적 부담은 전혀 없다.

    어쨌든 국토부는 “임대인이 유선 확인을 거절하거나 회피하는 경우, 보증서를 발급하지 않아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이 온전히 보호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HUG 관계자는 “임차인이 전세금 반환보증 신청을 해놓고 다른 사람에게 채권을 이중 양도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에 임대인과의 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고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민법에서 ‘온전한 채권양도통지’의 법정 요건으로 도달과 확정일자만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확인 전화는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민법에서는 사회 통념상 통지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였다고 인정할 만하면,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우편물을 수령하지 않더라도 통지가 유효하다고 판단한다. “반드시 전화 통화까지 이뤄져야만 통지가 된 것”이라는 HUG의 운영 방식은 가뜩이나 임대인에 비해 을(乙)인 임차인에게 더욱 불리한 셈이다. 또 HUG가 혹시 모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이처럼 필요없는 확인 절차를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을 취급하는 또 다른 기관인 SGI서울보증은 전세금반환 채권양도계약이 필수가 아닌데다, 지난 6월부터 집주인의 개인정보 수집동의 의무도 사라져 집주인 의사와 관계없이 가입이 가능하다.

    HUG 관계자는 “앞으로는 고객 편의성을 위해 임대인과 전화통화 없이 임차인이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임차인의 이중양도는 추후 확인되면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 등으로 대응토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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